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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신발 앞에서 결국 오열…참사 현장 유실물만 1.5톤

<앵커>

참사 현장에서 멀지 않은 실내 체육관에는 현장에 남겨져 있던 물품들이 보관돼 있습니다. 가방과 옷, 신발, 휴대전화까지 1.5톤에 달할 만큼 많은데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정성진 기자입니다.

<기자>

어지러이 놓인 가방 123개, 우리 아이 것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던 어머니는 꼭 같은 가방 앞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립니다.

신발조차 챙기지 못했던 당시 상황이 떠오르자 또 한 번 무너져 내립니다.

용산구 다목적체육관에는 당시 참담한 상황이 고스란히 남겨졌습니다.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아들의 맨발을 보듬어주기 위해 신발을 찾으러 나선 아버지는 지금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재호/부상자 아버지 : 구급대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아버님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애가 지금 압사를 당했는데'. 나는 그게 그건 줄 알았어,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

절뚝거리는 다리, 깁스를 한 팔,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들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A 씨/부상자 : 친구 도와주다가 조금 살짝 다쳐서… 친구도 아파서 검사를 받긴 했는데 일단 큰 문제는 없어서 다행히 괜찮아요.]

이태원 좁은 골목에 들어선 지 10분 뒤쯤 순식간에 사고에 휩싸였다는 정 모 씨.

손에 쥐고 있던 가방과 휴대전화를 쥐고 있지 못할 만큼 인파 속 압박이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정 모 씨/부상자 : 잡고 있다가 안 되겠어서 그냥 놨어요, 힘이 빠져서. 진짜 갑자기 진짜 순식간에 그렇게 됐어요. 저는 끼이자마자 기절해서 기억이 잘 안 나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지만, 20대 베트남 여성은 급박한 순간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습니다.

[B 씨/부상자(베트남 국적) : 정신 없어졌을 때 제 손잡은 사람 올려준 사람 있었어요. 그때는 죽은 줄 알았는데 도와준 사람이 있어서…. 너무 그날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옷 258벌, 신발 256켤레, 가방 123개, 참사의 현장에 남겨진 1.5톤의 유실물은 오는 6일까지 이태원 다목적체육관에 보관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지인,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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