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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11/1) : 청춘들 떠난 자리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스브스레터 이브닝(11/1) : 청춘들 떠난 자리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참사 현장으로 이어지는 곳인데요, 젊은이들이 빠져 나간 이곳에 국화꽃이 쌓여가고 추모의 글을 적은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나부끼고 있죠. 추모의 글 가운데는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글도 많았는데요, 내용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점심 시간에 이태원역에 다녀왔습니다.

레터 이태원 추모 공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자책하는 생존자  


추모 공간에서 생존자들의 추모 메시지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 자 한 자 써내려 간 손글씨에서 생존자들의 죄책감을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데요, '현장에서 나만 살아남았다'면서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고 말하며 괴로워하는 내용들이 들어 있죠.   

메시지 가운데는 "도움이 필요했을 상황에서 당장 그 현장을 빠져나올 생각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들어주지 못하고 상황에 도움이 되려고 뛰어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이날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추모의 글도 있는데요, 음악 소리로 시끄러웠던 상황 등을 전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네요.

레터용 이태원 추모 메시지

생존자들의 자책과 애도의 글은 더 있는데요, "몇 걸음 앞에 있는데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데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라면서 "하늘에서 부디 가족 걱정 그만하고 친구들 걱정도 하지 말고 편안하길 기도할게"라는 글도 있습니다. 
 
레터용 이태원 포스트잇

짧은 추모 글에는 같은 공간에서 운명이 엇갈린 비극적 현실에 대한 깊은 슬픔과 괴로움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레터용 포스트잇 묶음

"그대들의 잘못 아닙니다"


희생자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메시지도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들 잘못이 아니에요. 그곳에서 못다 한 꿈 펼치세요"라는 추모 글도 있고요, "그대들이 잘못한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편히 쉬시길"이라는 글도 있습니다. 추모 공간에는 '왜 그곳에 갔냐'는 질문이 발 붙일 수 없었습니다. 

레터용 포스트잇 묶음2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아수라장이 됐고 긴급한 상황에서 아무 윤리의식·존중 하나 없이 현장이 그저 재미로만 소셜 미디어에서 중계되고 하는 이 상황들은 뭔가 많이 잘못됐어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어요. 미안합니다"는 글도 있네요. 현장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현상을 비판하면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글이죠. 
 
레터용 포스트잇4
 
정부를 성토하는 글도 있었는데요, "이토록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여태 책임지는 자가 하나 없다. 국가가 왜 있고 정부가 왜 있나. 집에서 죽고 일터에서 죽고, 이제는 축제의 거리마저 안전치 못하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는 글은 정부 당국자들이 책임 회피하는 태도를 따끔하게 꼬집었네요.   

레터용 포스트잇6

"154송이 국화꽃 바칩니다"


추모 공간에는 애도 문구를 적은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데요, 국화꽃도 인도를 다 차지할 정도로 쌓여가고 있죠.

레터용 이태원 지하철역

"처음 받아 본 꽃으로 애도를 표합니다"면서 자신만의 의미를 담아 꽃을 바친 추모객도 있고요, 저마다 애도의 뜻을 담아 헌화했습니다.

희생자 숫자에 맞춰 국화꽃을 바친 추모객도 있는데요, 문구를 보니 "그때 나이에 할 수 있을 것을 해보려 이 거리에 온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닥친 불의의 사고에 마음이 미어집니다.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154송이 국화꽃을 헌화합니다"라고 돼 있네요. 희생자가 154명으로 발표된 뒤에 헌화한 듯합니다.
 
레터용 포스트잇7

이처럼 애도의 문구는 애도의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청춘들이 떠난 이태원역에 애통한 마음들로 가득 찬 겁니다. 찼습니다. 시민들은 옷깃을 여미고 고개를 숙여 애도를 표했죠. 울먹이는 추모객도 많았습니다. 
 

행안장관·서울시장 일제히 사과 


전국에 추모 행렬이 이어져서일까요? 정부가 참사 발생 사흘 만에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네요. 행안장관·경찰청장·소방청장이 일제히 머리를 숙였고요, 오세훈 서울시장도 대국민 사과했습니다.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죠.

그제(30일)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상민 장관 (사진=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큰 충격을 받은 국민께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습니다. 경찰의 미흡한 대응도 시인했고요.

'이태원 참사' 사과하는 윤희근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는데요, 사과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레터용 오세훈

정부와 오세훈 시장이 일제히 대국민 사과에 나선 건 잘못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한 듯하네요.

하지만 이상민 장관이 논란이 됐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 "경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을 삼가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유감 표명에 그친 부분은 논란이 이어질 듯하네요. 변병으로 일관하는 모습으로 비치거나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레터용 한컷 1101

서울 용산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 센터 사진이에요. 유족으로 보이는 가족이 희생자의 물품을 찾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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