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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입니다, 육아휴직자 이야기②

육아휴직 전 삼천포점 발령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소속 42살 남 씨가 육아휴직을 쓴 배경에는 삼천포지점 발령도 있습니다. 남 씨는 육아휴직 신청에 앞서 갑자기 경남 사천에 있는 삼천포점으로 발령이 납니다. 사전에 사측에서 언질을 준 것도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남 씨는 삼천포점 발령에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에서 다니려면 차로 약 2시간 거리입니다. 하루에 왕복 4시간 거리입니다. 마트 근무 특성상 마트 영업을 마친 뒤 밤 11시에 퇴근하는 날도 있습니다. 집에 가면 새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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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남 씨는 당시 한국말이 서툰 베트남인 아내와 두 살과 세 살 된 아들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문제로 뒤숭숭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남 씨는 남성육아휴직을 차라리 이때 써서 갔다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롯데그룹이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로서리' 근무자 이미 있는데?


남 씨가 삼천포점 발령을 의아해 하는 건 단순히 멀어서가 아닙니다. 남 씨의 직군은 마트 공산품 등을 관리하는 '그로서리'입니다. 근데 삼천포지점에는 당시 그로서리 담당자가 이미 있었었다고 합니다. 그로서리 담당자가 이미 있는데, 그곳으로 발령이 나는 건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남 씨는 알고 보니 삼천포 지점으로 가면 그로서리가 아닌 다른 업무를 맡게 되는 수순이었습니다. 남 씨는 사실 이때부터 회사가 그만 관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인지 고민이 빠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꺼림칙한 상황 속에서 남 씨는 육아휴직을 떠나게 됩니다.

남 씨,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남 씨는 삼천포 지점 발령에 다른 이유가 있나 생각에 잠겼다고 합니다. 남 씨는 사실 부산 학장점에서 근무할 당시 직장 내 괴롭힘을 사측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점장의 폭언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 씨는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연차를 자주 쓸 수밖에 없었을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육아휴직

남 씨는 본인이 연차를 쓰는 것에 대해 점장 폭언이 심했다고 합니다. 남 씨는 당시 점장이 '너를 고용할 바엔 여자 직원 쓰는 게 훨씬 더 낫다'라는 등 폭언과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폭언의 피해자도 남 씨 혼자만 아니라 다른 근무자들도 더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 씨는 당시 지점장의 폭언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녹취 등 자료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남 씨는 일단 사측에 이러한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롯데쇼핑 "조사 결과 괴롭힘 아니다."


남 씨는 당시 감사팀으로부터 신고한 것에 대한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감사팀이 직접 찾아오진 않고 전화상으로 당시 상황을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별다른 조치 없이 흐지부지 됐다고 합니다. 남 씨는 취재진을 만날 때까지 당시 신고에 대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육아휴직

취재진이 롯데쇼핑 측에 당시 조사 결과를 물었습니다. 사측은 조사를 했지만, 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조사를 끝마쳤다는 입장입니다. 괴롭힘이 아니었던 만큼 가해자로 지목된 점장이나, 신고자 남 씨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별다른 조치는 없었습니다. 근로기준법 76조의3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시 조사기간 동안 피해 근로자 의사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조치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가해자 지목 점장, 삼천포 지점장으로


남 씨는 삼천포 지점 발령 결정 이후 육아휴직을 신청한 만큼 소속이 삼천포지점입니다. 남 씨는 먼저 1년 육아휴직을 쓴 다음 복직을 타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당시 복직을 못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삼천포지점장 때문입니다. 본인이 부산 학장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했을 때 문제가 됐던 그 점장이 삼천포지점으로 와있던 것입니다.

남 씨는 그래서 삼천포지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사측은 이러한 남 씨에게 울산의 한 지점으로 가라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근데 해당 울산 지점은 폐점을 앞둔 곳이었습니다. 폐점을 앞둔 매장에 가는 건 또 부담이 됐습니다. 꼭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폐점 점포 근무자들이 폐점이 된 뒤 다른 자리가 있는 곳으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폐점 점포 근로자들은 퇴사 수순을 밟기도 한다고 합니다.

괴롭힘 신고자에 육아휴직 2년까지


사측은 남 씨를 중계점으로 발령을 낸 것은 과거 괴롭힘 신고나 육아휴직과는 무관하다고 강하게 얘기합니다. 사측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남 씨가 본인이 서울 중계점으로 발령이 나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입맛대로 끼워 맞추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남 씨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똑같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본인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게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 대법원이 2022년 7월에 남녀고용평등법 19조 3항에 나온 육아휴직자 상대 '불리한 처우'가 뭔지 그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 나오는 사측도 롯데쇼핑이었습니다.

육아휴직


▶ [취재파일] 부산 11번, 경남 3번, 서울 중계점, 육아휴직자 이야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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