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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참사 당일, 경찰 인력 운용계획서에서 '이태원'은 빠졌다

<앵커>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부터는 이번 일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인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참사 당일 경찰의 인력 운용계획이 담긴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안전 관리나 질서 유지를 위한 기동대가 81개 있었지만, 당일 이태원에는 한 개 부대도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혼잡한 상황을 통제할 경찰관을 볼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남인석/상인 : 경찰 두 사람만 거기 앞에 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거 같아요. (경찰이 아예 없었어요?) 없었어. (통제가 아예 안 됐던 건가요?) 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을 지난해 핼러윈 당시 찍은 영상을 보면, 경찰관들이 2~3m 간격으로 촘촘히 배치돼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 속에서 방역 대책의 일환이었지만, 군중의 밀집을 막는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사고 당일 서울경찰청의 경력, 즉 경찰 인력의 운용계획입니다.

전체 기동대 81개를 나눠 집회와 시위, 거점 시설 경비 등에 투입했는데, 집회와 시위 21건에 70개 부대가 배치됐습니다.

거점 근무와 외국 공관 경비 등에도 20여 개 부대가 배정됐습니다.

한 개 기동대가 60명 정도로 구성되니까 최소 4천800명이 동원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운용계획서 어디에도 '이태원'이라는 지역명이나 핼러윈 행사라는 단어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2만 5천여 명이 모이는 양대 노총의 집회에는 기동대가 대거 배치됐지만, 최소 13만 명이 모인 핼러윈에는 단 한 개 부대도 배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해는 일선 경찰관 85명에 기동대 3개 중대까지 배치됐지만, 올해는 경찰관 137명을 배정하고, 기동대는 1명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나온 경찰관들도 안전 관리나 질서 유지를 전문으로 해온 인력이 아닌, 수사와 교통, 여성청소년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었습니다.

경찰청은 경찰관 수를 기준으로 경찰력을 더 투입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오승진/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 : 이번 핼러윈 축제는 이태원에서의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서 대비했던 것으로….]

10만 명 넘는 핼러윈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기동대 투입을 안 한 것은 안전조치에 손을 놓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제갈찬·이준호·조수인, 화면제공 :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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