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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희망퇴직도 일방적 통보…두 번 뒤통수 친 푸르밀

[취재파일] 희망퇴직도 일방적 통보…두 번 뒤통수 친 푸르밀
"이런 쓰레기 같은 짓을 어떻게 하냐고요!"

오늘도 고용노동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급히 전주로 내려왔다는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푸르밀 사태가 발생한 이후 김 위원장과 밤낮으로 수 차례 통화했지만, 그가 이처럼 목소리를 높인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노조를 대표해 지난 24일 푸르밀 경영진과 만나 1차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을 마치고 나온 김 위원장은 경영진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상생'을 언급했습니다. 사태 해결의 일말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듯했다.
 
"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진솔하게 서로 긍정적인 얘기를 나눴고, 서로 좋은 방향으로 노력하기로 일단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대화가 없는 부분이 다소 아쉬웠는데 신동환 사장님께서 일단 나오셔서 진솔하게 서로 양측에서 진솔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이 자리를 통해서 대화를 하고 서로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됐습니다. 

저희의 현재 처한 입장 그리고 저희가 뭘 바라는지 그런 것 충분히 전달을 했고, 사측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일단 대화가 오갔고, 회사 측에서도 성실히 노력하겠다. 그렇게 하면서 일단 또 이번 한 번으로 모든 대책을 마련하기 힘드니까 다음 주 월요일 날 2차 교섭을 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교섭 내용은 함구했다. 교섭 내용에 대해서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오픈하지 않기로 한 건 노사 간의 '약속'이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같다고 취재진에 양해를 구했다.

노조는 경영진과의 '약속'을 믿고 2차 교섭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약속이 이뤄진 지 나흘째 되는 날, 경영진은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공고를 내걸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점심시간, 노조와 사전 협의라곤 없는 일방적 통보였다.

푸르밀 희망퇴직 공고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1차 교섭 당시 대화 내용을 복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1차 교섭 때 분명 거론됐던 논의 사항이 아니었어요. 양측에서 다 녹취를 했어요. 1차 교섭 때 상생 방안을 찾자고 했어요. 정상화를 시키든 공장 매각을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회사는 최대한 고려해서 노력해보겠다 이렇게 답변했어요.

그런데 2차 교섭을 앞두고 아무 사전에 얘기도 없이… 차라리 2차 교섭 때 나와서 우리는 도저히 방법이 없다, 희망퇴직을 받고 수순대로 가겠다 그렇게 하고 이걸(희망퇴직 공고문) 붙였다면 모르겠는데, 이게 뭐 하는 짓거리냐고요."
 
김 위원장이, 노조가, 임직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경영진의 독단적 태도다. 지난 17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보할 때도, 열흘 뒤 희망퇴직을 통보할 때도 회사는 어떠한 논의도 협의도 없었다. 임직원 350명을 한순간 실직 위기로 내몬 결정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푸르밀 경영진의 태도는 한결같다. 무능과 무책임을 넘어 악질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푸르밀 사업 종료 상경한 낙농가들 반발

푸르밀은 지난 2010년 직원들에게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도록 했다. 사내규정이 그렇다는 말에 직원들은 불만 없이 규정을 따랐다. 지난해에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전주와 대구 공장 인원을 줄였고, 임금 삭감에 동참했다. 위기에 빠진 우유산업과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임원들은 퇴직금 중간 정산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 규정이 그렇다는데, 임원들은 누진제 혜택을 봐 퇴직할 때 수십억 원을 받고 나갔다. 현 신동환 대표의 아버지이자 전 푸르밀 대표인 신준호 회장은 올해 초 이렇게 차곡차곡 쌓은 퇴직금 30억 원을 받고 회사를 나갔다. 

푸르밀 노조는 일단 31일 2차 교섭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의 일방적 희망퇴직 통보에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교섭을 마친 뒤에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과의 대화방에서 "기자님들께 드릴 말씀이 많다"라고 했다. 푸르밀 노조의 진짜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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