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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재생에너지가 생태계에 미치는 나비효과는?

안혜민 기자

작성 2022.11.05 11: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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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일러스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은 '재생에너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친환경의 대표주자? 화석연료 대신 선택해야 할 에너지? 이번 주 마부뉴스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이면에 대한 특집을 준비해봤습니다. 기존 마부뉴스에서 재생에너지를 다루거나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 화석연료의 대안으로써 착한 이미지로만 다뤘었는데, 오늘은 이 재생에너지가 생태계에 미치는 나비효과에 대해 살펴보려고 해요. 친환경의 대표주자인 재생에너지의 날갯짓이 생태계엔 어떤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지 데이터로 정리해봤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재생에너지가 생태계에 미치는 나비효과는?
 

들어가기 앞서, 생물다양성 톺아보기


생물다양성 :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의 생물이 얼마나 다양하게 있는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생물이라는 표현 안에는 우리가 보통 생각할 수 있는 동물과 식물뿐 아니라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그리고 생물이 지닌 유전자까지 포함하고 있죠. 다시 말하면 생물종, 생태계, 유전자의 다양성을 통틀어서 생물다양성이라고 하는 거예요. 지구상에는 엄청난 수의 생물이 있지만 사실 우리 인간들이 모든 생물을 식별하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이 지구상의 20% 정도뿐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죠.
지구생명지수의 변화

지구생명지수 : 그런데 인간이 이런 생물다양성을 훼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도시 개발, 환경오염, 밀렵 등의 이유로 지구상의 많은 종들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해있죠. 화석 연료로 인한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그 규모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어요. 위 그림은 지구생명지수(LPI, Living Planet Index)의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LPI는 인류가 확인 가능한 생물의 규모 변화를 계산한 지표인데, 1970년과 비교했을 때 2018년은 평균적으로 6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 : 그렇다고 인류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생물다양성의 훼손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약속도 맺었거든요. 1992년 리우의 지구정상회의에 모인 168개국 정부 대표들은 지구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엄성을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을 맺었어요. 우리나라도 154번째 회원국으로 이 협약에 가입했고요. 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식으로 다양성 보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COP : 생물다양성협약 뿐만이 아닙니다. 정기적으로 당사국협의를 갖고서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점검을 하고 있기도 하죠. 당사국회의(COP)는 자주 들어봤죠?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당사국들이 1년에 1번씩 모여서 탄소 배출과 기후 변화를 위한 각 국의 노력을 점검하는 것처럼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이 2년에 1번씩 회의를 갖고 있어요. 올해에도 12월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5차 당사국회의(COP15)가 개최될 예정이죠.
 

재생에너지가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풍력 터빈과 죽은 독수리
CASE 1. 재생에너지 기업이 독수리를 죽이고 있다

미국에 NextEra라는 에너지 회사가 있습니다. 2020년 기준 매출이 18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미국 내에서는 상당히 큰 회사죠. 이 회사의 자회사 중에 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ESI라는 업체가 있는데 이 업체의 풍력발전기 날에 독수리들이 부딪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죽음에 이른 독수리만 최소 150마리, 이 혐의로 ESI는 지난 4월 800만 달러가 넘는 벌금을 물게 됐어요. 앞으로 5년 동안 야생 독수리의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2,7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독수리가 날아오는 시간에는 풍력 발전소 가동을 멈추기로 했죠.


전기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CASE 2. 전기차에 필수인 리튬, 채굴 과정에서 동물들이 죽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리튬 수요도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이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거죠. 리튬 생산 2위 국가인 칠레의 경우엔 물 고갈 문제와 폐수로 인한 생태계 오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오염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훼손은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어요. 게다가 리튬이 생산되는 지역은 아직 인류의 데이터에 쌓이지 않은 미지의 생물들과 희귀종들도 많아서 생물다양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죠. 홍학의 경우엔 리튬 채굴로 11년간 10~12%의 개체수 감소가 확인되기도 했고요.


두 사건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이 기존 생태계에 생각보다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가 환경을 파괴한다니… 친환경을 위해 환경과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재생에너지의 딜레마. 재생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려는 지금 이 시점에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요?
 

첫 번째 입장 "생물다양성도 고려해야 한다"

생물다양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건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재생에너지의 규제를 다 풀어줄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입장입니다. 피해를 보는 생물들과 생태계가 있으니까 제약을 두겠다는 거죠. 먼저 위에서 본 미국 사례부터 살펴볼게요. 미국은 새 보호에 진심인 국가입니다. 국조인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머리 독수리 법이 따로 있을 정도죠. ESI의 800만 달러 벌금 근거가 되었던 철새조약법은 1918년에 지정된 유서 깊은 법입니다. 기업들은 철새 규제를 없애려고 수십 년간 로비를 해왔을 정도로 골칫거리였죠. 트럼프 정부 땐 효과가 있기도 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규제가 강화되었어요.

바이든 정부가 그렇다고 재생에너지에 소홀한 게 아닙니다. 2030년까지 바다 위에 풍력 발전소를 개발해 30GW(기가와트)의 에너지를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을 정도거든요. 현재 미국의 수상 풍력 발전소로 생산하는 전기가 1GW가 채 되질 않습니다. 거기에 육상에선 25년까지 풍력, 태양광으로 최소 25GW의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재생에너지에 규제를 다 풀어줄 수 없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독일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독일은 탈원전을 선택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 늘렸어요. 재생에너지에 순풍을 달아줄 법도 한데 도리어 독일은 규제를 만들고 있죠. 독일 정부는 새들이 풍력 터빈에 부딪쳐 죽는 걸 막기 위해 AI 충돌방지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려고 합니다. 왜냐면 풍력발전소 설치 구역이 야생 작은점무늬독수리 활동지와 겹치는데, 이 작은점무늬독수리가 독일에 130쌍만 서식하는 희귀종이거든요. 에너지협회는 AI 충돌방지시스템이 도입되면 독수리의 번식기에는 사실상 가동을 멈춰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food web

재생에너지도 중요하지만 생물다양성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생물다양성 역시 기후위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이 줄어들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연쇄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거든요. 마치 나비효과처럼 말이죠. 만약 밀렵으로 열대우림에 살던 포유류와 조류의 개체수가 확 줄어들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포유류와 조류들은 식물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바로 번식. 번식을 도와주던 포유류와 조류가 사라지면 이전보다 식물들의 번식이 줄어들고, 열대우림이 감소하면 전 지구적으로는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죠.

동물의 개체수가 산불 규모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멸종 위기 종인 흰 코뿔소의 주식은 키가 큰 풀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풀들은 불에 잘 타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흰 코뿔소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불에 잘 타는 풀들이 살아남았고, 산불이 나면 더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아무리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생물다양성의 훼손을 그냥 두고 볼 순 없다는 게 미국과 독일 같은 국가들의 입장입니다.
 

두 번째 입장 "일단 기후위기 극복이 우선이다"

기후위기 극복이 우선이라는 입장

독일 정부의 규제에 맞선 독일 풍력 에너지협회의 CEO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환경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풍력 발전소를 세울 것인가? 아니면 모든 새를 구할 것인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적입니다. 지금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1분 1초가 아까워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인데,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생물다양성을 위해 규제를 하다간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풍력 발전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새는 얼마나 될까요? 아래 그래프는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US Fish & Wildlife Service)의 자료입니다. 2017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새가 얼마나 많이 죽는지 주요 원인에 따라 분석을 한 건데, 육상의 풍력 발전으로 죽는 새는 다른 원인에 비해 상당히 규모가 작습니다. 풍력 발전으로 죽는 새는 1년 평균 23만 4,012마리. 최대치를 보더라도 32만 7,586마리 정도죠. 건물 유리벽에 충돌해 죽는 새를 포함해 산업적 요인으로 죽는 새는 평균 7억 968만 4,012마리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중에 풍력 발전이 차지하는 정도는 상당히 미미합니다.
미국에서 한 해에 사망하는 조류, 원인별 그래프

새에게 압도적인 위협은 길고양이입니다. 고양이는 우리 인간에겐 귀여운 반려동물이지만 새 입장에서는 엄연히 포식자거든요. 미국조류협회에서는 길고양이로 인해 매년 24억 마리의 새가 죽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을 정도죠. 호주의 한 연구팀에서도 국제자연보호연맹(ICUN)의 적색 목록을 분석해보니 40여 종의 새가 멸종한 이유에는 길고양이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물론 생명체를 보호하는 건 중요하지만 화석연료와 비교하면 재생에너지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훼손은 훨씬 양호한 편이기도 합니다. 2009년 논문을 살펴보면 풍력 발전소가 생성하는 전기 1GWh 당 죽는 조류는 0.3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요. 반면 화석 연료는 1GWh 당 5.2마리의 조류가 죽죠. 풍력 발전소의 17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생태계에 피해를 안 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최악은 피해야 한다는 게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는 건설 사업이나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는 환경영향평가라는 걸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1995년부터 시행된 제도인데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도록 설계 단계부터 들여다보겠다는 거죠. 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그 기준이 널널한 상황입니다. 일반 발전소의 경우엔 시설용량이 10MW(메가와트)를 넘기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태양력과 풍력, 연료전지의 경우엔 용량 기준이 100MW죠.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기후변화 영향평가에서도 신재생에너지는 빠져있습니다. 기후변화 영향평가는 말 그대로 개발 사업을 하기 전에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하겠다는 제도로, 최근 신설된 규제입니다. 그런데 이 평가 대상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원자력 발전 개발은 예외로 두었어죠. 현재 우리 정부의 선택은 재생에너지에 규제를 걸기보다는 혜택을 주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을 거에요.
풍력발전소의 위치와 철새도래지 영역, 겹치는 지점은 빨간색으로 표시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풍력 발전소 위치와 철새도래지 지역을 지도로 나타내 봤습니다. 지난해 6월 30일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소는 738개. 그중 철새도래지와 영역이 겹치는 발전소가 177개(빨간 점)로 적지 않아요. 물론 발전소와 철새도래지 위치가 겹친다고 해서 철새들의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철새의 이동경로라던지 발전소의 높이라던지 다양한 변수를 두고 엄밀한 분석을 해야지만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겠죠. 다만 위치정보만 보더라도 24.0%의 풍력발전소가 철새도래지에 위치한 만큼 재생에너지 정책 운영에 있어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재생에너지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정리해봤습니다. 재생에너지도 중요하지만 생물다양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 vs 기후변화 대응이 긴급한 만큼 규제보다는 우선 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 같나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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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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