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길 가는데 갑자기 폭삭…부서진 맨홀에 행인 빠져

오수를 관리하는 맨홀 뚜껑이 갑자기 부서지며 행인이 빠져 크게 다쳤으나 당국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도 연천군에 사는 30대 A 씨는 지난 18일 오후 11시쯤 전곡리의 한 인도를 걸어가다 왼쪽 다리가 골반까지 땅속으로 푹 빠져들어가 깜짝 놀랐습니다.

시골이라 가로등도 드문드문 설치돼 어두침침하고 인적도 없던 거리에서 한쪽 다리가 빠지며 짧은 순간 "이렇게 죽는 건가"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주변을 살펴보니 발을 디딜 때 맨홀 뚜껑이 부서지며 구멍이 생긴 것이었다고 합니다.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행인이 빠진 맨홀 뚜껑 (사진=제보자 제공, 연합뉴스)

맨홀은 제법 깊어 그가 빠진 한쪽 다리를 빼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A 씨는 이날 사고로 무릎 염좌와 타박상, 아래 다리 타박상 등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으며 현재 걸어 다니는 것도 불편하다고 합니다.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맨홀 뚜껑에 빠져 전치 2주 상처를 입은 행인 (사진=제보자 제공, 연합뉴스)

확인 결과 그가 밟았던 맨홀 뚜껑은 콘크리트 재질로 만들어져 6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뚜껑 안쪽부터 균열이 발생했고 바깥쪽에도 실금이 생겼는데 이를 알지 못하고 방치했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위험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당국은 사고 대비 보상 방안을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A 씨는 국가 배상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예정이어서 정부 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개인 비용으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A 씨는 "내 키가 180cm로 크고 젊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어르신들이 빠졌다면 더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국민신문고에 올렸더니 담당자가 다음 날 전화 와서 몸이 어떤지는 묻지도 않고 보험 처리가 안 되니 국가 배상 절차를 밟으라고 말하더라. 그러면서 국가 배상을 어떻게 받는지 모른다며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동두천 등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은 맨홀 뚜껑을 모두 주철로 바꾼 것으로 아는데 연천군은 아직도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어 위험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나라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 노후한 맨홀을 모두 찾아 교체해야 나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천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맨홀에 빠진 사람이 A 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오수관로는 보험 대상이 아니어서 국가 배상을 신청하도록 안내했다. 맨홀 뚜껑이 콘크리트 재질이라 약했다. 올해 12월까지 관내 모든 오수와 우수 관련 맨홀들을 조사해 내년 상반기 콘크리트 재질의 맨홀 뚜껑을 모두 주철로 교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A 씨가 빠진 맨홀은 주변 건물에서 나온 오수를 모아 공공하수처리시설로 보내기 전 중간 단계에 있는 시설이다. 문제의 맨홀 뚜껑은 외관상으로는 사고의 전조를 전혀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내부에서는 부식이 발생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제보자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