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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긴팔 옷만 고집한 아이…8개월간 당한 '참교육'

한여름에 긴팔 옷만 고집한 아이…8개월간 당한 '참교육'

박찬근, 신용식, 김민준 기자

작성 2022.10.26 21: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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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식 기자>

저희 SBS 취재진이 집중 조명하고 있는 '촉법소년 사건'과 관련해 이번에는 광주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 학생을 상대로 상급생들의 집단 폭행과 따돌림이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피해가 무려 8개월 가까이 지속됐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지난해 3월, 당시 8살인 A 군은 집 근처 '지역아동센터'에 입소했습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 사업의 일환인 지역아동센터는 보호가 필요한 18세 미만의 아이를 무료로 돌봐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센터 내 상급생들이 '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A 군을 폭행하고 괴롭힌 건 입소 초기부터였다고 합니다.

[A 군 어머니 : '참교육'이라는 걸 받았대요. 큰아이가 작은 아이, 약한 아이를 지목해서 때리고 왕따 시키고 괴롭히고 그러는 게 참교육이라는 거예요.]

중학교 1학년생이 주도하고 초등학교 고학년 4명이 가세했습니다.

[A 군 어머니 : 자기보다 간식을 먼저 받고 그리고 자기를 비웃었다고 아이를 발로 등짝을 때리면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고 A 군은 말했습니다.

[A 군 어머니 : 너무 아프니까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면 이 뒷목을 잡고 아이를 끌고 와서 눕혀놓고 또 때리는 거예요. 아이를 삥 둘러서….]

8개월 동안 폭행이 이어졌지만, 집요한 협박에 A 군은 부모님에게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A 군/피해 아동 : 이르면 더 많이 때린다고 했어요. 두렵고 긴장됐어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을 고집하며, 몸에 남은 상처들을 숨겼습니다.

[A 군 어머니 : 작년 6월에 엄청 덥잖아요. 근데 계속 긴 팔 긴 바지를 입어요. 막 땀을 흘리면서도…. 이거 어디서 든 멍이야? 그러면 "놀다 그랬어" 이렇게만 말을 하는 거예요.]

지난 3월, 어머니 직장 근처로 지역아동센터를 옮기고 나서야 A 군은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A 군 어머니 : 되게 미안했죠. 조금만 더 빨리 알아차렸더라면 힘든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빨리 꺼내줬다면 아이가 그렇게까지 무서워하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6월 가해 학생인 중학생을 특수협박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촉법소년인 초등학생 4명은 폭행 혐의를 적용해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졌습니다.

[어머니 : 가해 학생 그 누구도 00이한테 사과를 한 아이도 없고 그리고 가해 부모님도 저희한테 사과한 부모님이 하나도 없어요.]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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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이렇게 지역아동센터에서 폭행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교묘하게 이뤄졌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이번 센터에서는 앞서 전해 드린 피해 학생 말고도 수년에 걸쳐서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 1명 더 있었습니다.

누군가 방치하는 사이 아이들 고통은 반복되고 있던 겁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같은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던 11살 B 군은 A 군보다 1년 먼저 폭행과 괴롭힘에 시달렸습니다.

지역아동센터

A 군을 '참교육'했다는 바로 그 가해 학생들로부터였습니다.

[B 군 : 밥 먹고 빨리 먹었다고 (형들이) 가위 들고 와서 머리 자르려고 했어요. 그다음에 다리를 질질 끌고 왔어요.]

수차례 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B 군 : 형아가 때린다고 했는데 그냥 선생님이 그냥 '하지마'라고 하고 그냥 넘어가셨어요. 제가 맞고 있는데 선생님이 보면서 그냥 지나가세요.]

SBS 취재에 센터 원장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원장 : 아니 아이들끼리는 서로 부딪히면서도 다툴 수 있고 그러잖아요. 싸움이 있을 수 있잖아요. 폭행이 아니라고요.]

괴롭힘이라 할 것도 없었고 서로 화해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장 : 저희 센터 내에서 충분히 아이들끼리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아이들끼리 서로 화해를 했어요.]

하지만 교사들의 방치 속에 가해 학생들은 더 과감해졌습니다.

A 군이 입소하자 이들은 피해자였던 B 군에게 이제 A 군을 때리라고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B 군 : 제가 하기 싫었는데 OO형이 시켰어요. 때리라고 했어요. 안 때리면 죽인다고 했어요.]

A 군 가족과 비슷한 시기에 피해 사실을 알게 된 B 군 어머니가 센터 원장과 담당 교사를 아동 학대 방임 혐의로 고소했지만,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교사들이 제대로 대응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CCTV가 센터 내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찰 : (그 안에 CCTV가 없었어요?) 네, 말 그대로 저희들이 혐의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신고를 받은 구청도 피해 학생들이 해당 센터를 떠난 뒤 조사를 나갔고, 교사들이 방임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구청 관계자 : (판단하신 근거가 일단 아이들 진술하고 또 뭐가 있나요?) 사실 저희는 (센터에 있는) 아동 진술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면 증거 자료가 될 만한 것이 사실 없습니다.]

학교와 달리 지역아동센터는 내부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조치나 절차가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구청 관계자 : (그런 매뉴얼을 지금 갖고 계세요?) 현재는 없어요. 현재는 없어요.]

보호받아야 할 지역아동센터에서 오히려 말 못 할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없도록 대책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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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 10살부터 14살 미만은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처분을 받을 뿐 형사처벌되지 않는 형사 미성년자에 해당합니다. 촉법소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법무부가 형사미성년자 연령 상한을 만 13살 미만으로, 지금보다 1살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만 13살인 중학교 1학년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겁니다. 정부는 지난 10년 사이 줄어드는 듯했던 촉법소년 범죄가 다시 증가하고, 살인이나 성폭력 같은 강력 범죄 비율이 늘고 있는 만큼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는데, 반면 미성년자를 교화가 아닌 처벌로 규율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찬근 기자의 보도입니다.

<박찬근 기자>

새벽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치는 두 사람.

이 중 1명은 만 13세 촉법소년입니다.

결국 검거됐는데, 20살 성인인 총책이 경찰에 붙잡히면 촉법소년임을 내세워 진술을 거부하라고 교육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늘어나는 촉법소년 범죄에 법무부가 만 14세를 넘겨야 가능했던 형사처벌을 만 13세 이상부터 가능하게끔 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이 13세부터 급격히 늘어나 14세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최장 2년의 소년원 송치 처분으로 종결돼서 국민의 법 감정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12세로 낮추자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서 한 살 물러선 안이지만,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는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낮춰도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효과를 낸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만큼 현행 14세 유지 의견을 냈습니다.

[곽대경/동국대 경찰사법학과 교수 : 굉장히 쉬운 선택일 수는 있는데 실제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개별적인 선도와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더 확충을 하고….]

미성년 전과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법무부는 형사처벌은 강력 범죄에 국한해 크게 늘지는 않을 걸로 예측했지만, 교화와 선도 중심의 소년보호 제도 보완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법안 논의에도 치열한 논쟁이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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