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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곳보다 열악"…공연예술 이주노동자의 폭로

<앵커>

제주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인 만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 업체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도내 공연 업체에서 일했던 한 이주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권민지 기자입니다.

<기자>

한 남성 공연자가 5m 높이의 점프대에서 풀장으로 뛰어내리며 난도 높은 동작을 선보입니다.

지난해 5월 제주로 입국해 도내 한 공연 업체에 취업한 우크라이나 국적 파블로 씨의 연습 장면입니다.

파블로 씨는 지난 4월 줄을 이용한 기술을 연습하던 도중 왼쪽 팔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파블로/이주노동자 : 의사가 MRI를 찍어야 하고 손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용주가 즉각적인 병원 이송과 산업재해 처리를 거부하면서, 뒤늦게야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호소합니다.

[파블로/이주노동자 : 항상 더 위험한 (공연을) 요구했고, 공연장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너무도 끔찍했고, 다른 어느 곳보다 가장 상황이 열악합니다.]

공연장에서 제공한 숙소도 매우 열악해, 컨테이너 곳곳에 기둥과 철근이 드러나 있고 공연장에서 나는 소음이 고스란히 들려 편히 쉬지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임기환/민주노총 제주본부장 : 숙소는 관람석 밑의 빈 공간에 패널과 지지대만 설치해서 쓰고 있습니다. 제가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보니 허가 받지 않은 불법적인 숙소이고….]

또 한 달에 1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고,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법무부를 비롯한 행정당국이 비자 발급에만 관여할 뿐, 노동 실태 등 관리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류지웅/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연구교수 : (비자) 발급까지만 하고 그 이후에 (노동 실태에) 대한 사후 감독이 전혀 안 되고 있거든요. 한국 사람이라면 노동청이라든가 노동 관련된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하거나 진정을 넣거나 할 수 있는데, 외국인에 대해선 이게 전혀 안 돼 있다 보니까….]

해당 공연 업체 측은 공연이 아니라 개인 연습 중 다친 것이고 임금 체불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두 달 치를 가불해 줬다면서, 해당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노동단체는 불법적, 반인권적 노동 환경에서 지내는 또 다른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실태 파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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