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은퇴 최나연 "100점 만점 골프 인생 책으로 쓸 것"

최나연 골퍼

- "안 맞는 샷에 더 이상 감정 노동하기 싫었다"
- "은퇴 무대에서 홀인원…투어 생활 중 가장 행복"
- "18년 골프 인생 책으로 쓰고 싶어"
- "골프 심리학 공부해 세계적 교습가 되고 싶다"
- "골프 선수로 100점…제2의 인생도 100점 맞겠다"


"골프 선수로서 저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은퇴 경기 이전과 이후가 확 달라요. 은퇴 경기 전까지는 70점, 그런데 은퇴 경기를 너무 잘해서 100점 만점을 주고 싶네요. 하하"

지난 23일 끝난 미국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은퇴한 최나연은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18년 골프 인생을 돌아보고 힘들었던 점과 행복했던 순간들을 진솔하게 털어놨습니다.

최나연은 강원도 원주에서 마지막으로 치른 LPGA 투어 BMW챔피언십을 "골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대회였다"고 말했습니다.

"꼴찌만 하지 말자고 나간 건데 너무 샷이 잘 됐어요. 드라이버, 아이언 샷은 똑바로 가고 퍼팅도 잘 됐고, 홀인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까지 나왔잖아요. 투어 생활 중 가장 기쁜 날이었고, 그 한 샷에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다 사라졌어요"

최나연은 은퇴 결심 이유를 묻자 "지난 5~6년 간 샷이 너무 안 맞아 힘들었는데, 대회 나갈 때 마다 저조한 성적이 내 기분과 태도로 이어져 주변 사람들을 너무 괴롭혔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 맞는 샷에 더는 '감정 노동'을 계속하기가 벅차다고 느꼈어요. 사실 지난 6월 마이어 클래식을 끝으로 은퇴하려고 했는데 그 대회에서 18위로 잘 해서 미련과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은퇴를 미루고,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하고 치면 또 성적이 잘 나오고, 그러다가 경기를 망치고 호텔 방에서 우는 생활이 이어졌어요"

KLPGA 투어 6승과 미국 LPGA 투어에서 2012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 등 통산 9승을 올리며 '스윙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얻었던 최나연은 2016년부터 내리막을 타 긴 슬럼프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견뎌왔다고 밝혔습니다.

"전성기 때는 (주변에서) '그런 스윙을 지녔으면 평생 골프가 쉽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건방져 보일 수 있겠지만 정말 그 때는 골프가 너무 쉬웠어요. '드라이버? 그냥 치면 똑바로 가는 거 아냐?' 그렇게 말할 정도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드라이버가 안 맞기 시작했어요. 입스(yips)가 와서 드라이버를 치러 어드레스를 하면 불안감과 공포가 엄습했죠.그렇게 티샷을 치면 공이 엉뚱하게 다른 홀로 날아가서 거기서 두 번째 샷을 한 적도 많아요"

최나연 골퍼

최나연은 입스(yips)를 벗어나려고 안 해본 게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아예 타깃을 안 보고 치기도 하고, 캐디가 던져주는 공 받아서 연습 스윙하듯이 바로 휘둘러 보기도 했죠. 그래도 두려움이 잘 극복이 안되더라고요. 한번은 드라이버 치기 전에 너무 떨려서 심박수를 재봤더니 170이 넘더라고요.다른 선수는 110 정도인데.."

오랜 투어 생활을 하며 겪은 일들과 심리 등을 일기 형식으로 메모해 왔다는 최나연은 자신의 투어 경험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해 책으로 내고 싶다면서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는 구체적으로 결정하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공부를 하게 된다면 골프 심리학을 전공해 골프 실력과 멘탈(심리) 두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교습가가 되고 싶어요. 골프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골프에 관련된 활동은 계속 할 것 같아요"

2년 전 개설한 유튜브로 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최나연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 예능 방송 출연에 대해서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예능은 좀 웃겨야 하는데 제가 웃기는 캐릭터도 아니고, 무엇보다 골프를 웃기는 소재로 소비하기보다는 좀 더 진지한 자세로 대하고 싶어요"

최나연은 자신의 골프 인생에 100점을 줬듯이 앞으로 펼쳐질 제2의 인생도 100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박세리 언니를 보고 골프를 시작했는데 저도 어린 유망주들을 위해 뭔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요? 그걸 찾아보려고 해요"

최나연은 다음 달 11일 강원도 춘천의 라비에벨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오픈에 출전해 골프 선수의 마침표를 찍을 계획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