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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동북아 갈등 기회 삼아 패권국가로?…일본은 어디로 향하나

안녕하세요, SBS 통일외교팀 배준우입니다. 외교·국방·통일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 드리는 '벙커 버스터'. 세 번째 순서는 우리 해군에 날아온 한 장의 초청장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최근 우리 해군 함정을 다음 달 자국에서 주최하는 '관함식'에 보내달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관함식이란 군함의 전투태세를 검열하는 해상 사열 의식인데요. 이걸 다른 나라 해군을 초청해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국가가 우호를 다지면서 경쟁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죠. 그렇다면 초청을 받았으니 함정을 보내면 될까요?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초청장을 보낸 나라가 다름 아닌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욱일기에 거수경례?!…머리 싸맨 국방부

우리가 함정을 보내면 어떤 모습이 연출될까요? 주최국 군 통수권자인 일본 총리가 탑승한 함정을 향해 각국 해군이 경례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경례를 받는 일본 함정에 자위대 깃발인 욱일기가 걸려있을 거란 겁니다. 경례를 한다는 건 충성의 의미를 갖죠. 우리 해군 장병들이 일제의 상징인 욱일기를 향해 경례를 한다? 상상이 되시나요. 

이 문제는 4년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관함식 때도 논란이 됐습니다. 주최국인 우리 정부는 당시 각국 함정에 태극기랑 자국기를 걸고 와달라고 했는데 일본은 욱일기를 고집했습니다. 옥신각신 끝에 일본은 결국 불참하겠다고 통보했죠. 당시 일본 정부가 걸고넘어진 건 또 있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옆으로 보이는 노란 깃발, 이게 조선 삼도수군통제사의 대장긴데요. 임진왜란 때 일본 수군을 차례차례 수장시킨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깃발입니다. 이걸 본 일본 정부가 '욱일기는 못 걸게 해 놓고 이순신기는 왜 걸었냐'고 항의했던 겁니다. 일본 극우 세력은 아직도 이순신 장군에 대해 콤플렉스 같은 게 있다고 합니다. 

[진창수/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우파 정치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대한 정책에서 선명성을 주장하면서 일본 정치권 내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그런 움직임은 있다고 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굳이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죠.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일 정서' VS '안보 협력'…관함식으로 드러난 딜레마

이번 일본 관함식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뺀 미국과 호주, 중국 등 20여 개 나라가 초청받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만 빠진다면 어떨까요? 현재 동북아 정세는 일촉즉발, 폭풍 전야입니다.  푸틴은 핵무기까지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고 북한은 무력 도발로 호응하고 있죠. 중국은 세 번째 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주석이 북한과 유대를 강조했고, 타이완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중러 원팀'으로 가는 국제 정세 속에 안보 협력이 더욱 절실한 분위기에서 우리가 관함식에 안 가면 국제 안보 협력에 소극적인 국가로 비칠 수 있단 겁니다. 최근 한·미·일 3국이 해상 연합 훈련을 실시한 만큼 미국도 관함식 참석을 권유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 국방부도 고민이 깊습니다. 다른 정부 부처에 의견을 구할 정도로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데, 군 관계자들 취재해 보니까 참석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거라며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합니다. 관함식에 참석할지 말지 저희가 결론 내릴 순 없고 국방부가 머리 터지게 고민한다니까 군 판단에 맡겨야 할 듯합니다. 

다만, 우리가 전범국가이자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일본과 안보 협력을 꼭 해야만 할까요? 안보 협력이란 동맹과는 다른 개념인데요.  동맹이 나토처럼 집단 방위를 목표로 공동 대응하는 것, 그러니까 군사 정보 교환하고 무기 체계도 공유하는 고차원적 체계라 본다면 안보 협력은 쉽게 말해 군사 교류나 훈련을 같이 하는 걸 말합니다. 우리가 과거사 문제 때문에 일본과 군사 동맹이 어렵다는 건 미국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나 북·중·러 3국이 저렇게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지금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려도 있습니다. 일본이 이런 복잡한 동북아 정세를 틈 타 외교적·군사적 패권을 잡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막강한 일본 해상자위대

[모테기 도시미츠/자민당 중의원(지난 18일) : 일본은 반격 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반격 능력을 가져야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전범 국가'인 일본이 과연 중국 같은 '패권 국가'가 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건 일본의 군사력입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군대를 보유하지 못합니다. 대신 자위대, 즉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을 갖고 있죠.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일본은 평화 헌법이라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를 만들어서, 전쟁 안 일으키고 군대도 보유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또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막강한 군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육상 전력은 우리가 일본보다 조금 앞서거나 박빙인데, 해군과 공군 전력에선 일본이 더 앞선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해군은 미국에 이어 무려 세계 2위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위원 : 이지스함도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고 곧 이즈모도 수직 이착륙기 탑재하는 경항모로 변신할 텐데 단순한 숫자만 가지고 한일의 군사력 비교하면서 우리가 일본보다 월등히 낫다고 하는 건 일본 내부의 군사력의 질을 우리가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거죠 ]

일본은 해상 전력으로 잠수함 21척, 수상전투함 51척, 전투기를 340대 정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내년까지 호위함을 47척에서 54척으로, 이지스함을 6척에서 8척으로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일본 해상 자위대는 전 세계 기준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이어 ‘4위다’, 러시아보다는 일본 함대 전력이 실질적으로 앞서서 ‘3위다’, '아니다, 중국보다도 앞선 미국 다음이다' 등 여러 분석이 맞서고 있습니다. 

전범 국가는 공식적으로 항공모함을 갖지 못하지만, 일본은 5년 정도를 목표로 이즈모 함을 개조해서 경항모를 보유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 F-35B 도 탑재합니다. 이런 항공모함을 보유하면 작전 반경이 넓어지고 공중전이 가능한 시간도 대폭 길어집니다. 일본은 이런 함선을 모두 넉 대 보유하는 걸 목표로 하는데, 그렇게 되면 논란의 여지 없이 미국 다음으로 막강한 해상 전력을 갖게 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세계 5위 국방력의 일본…미국은 왜 전폭 지원할까

2차 대전 때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미국은 이걸 왜 놔둘까요. 사실 놔두는 게 아니라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며 태평양 일대 방어의 한 축을 맡아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기시다/일본 총리(5월 23일) "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나 인권문제를 포함해 중국을 둘러싼 여러 과제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긴밀하게 연계하기로 했습니다.]

경항모로 분류되는 이즈모 함에 미군 해병대의 F-35B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영상이 지난해 공개되기도 했죠. 

공군은 어떨까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미쓰비시 사가 만든 주력 전투기 '제로센'으로 세계에 충격을 줬죠. 그 이후로도 일본은 전투기의 핵심 장비들을 50년 넘게 자체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기술력이 반세기 넘게 축적된 셈입니다.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위원 : 일본의 F-2 전투기 같은 경우는 세계 최초로 AESA(에이사) 레이더를 탑재한 전투기입니다. 일체형으로 만들다 보면 기체의 구조가 견고해질 수 있잖아요. 일본에서 한 거를 미국이 오히려 배워가는 그런 지경이니까…]

일본 항공 전력을 보면 이런 자국 기술력이 반영된 F-2가 약 90 대. 주축 전투기인 F-15J는 약 2백 대. 여기에 미국에서 F-35 A, B 형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150대 정도까지 더 구매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F-3의 자력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중으로, 최대 100대 정도 생산할 거라고 합니다. 

세계 군사력 순위를 평가하는 미국 평가 기관(GFP : Global Fife Power)은 일본의 국방력을 세계 5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바로 다음인 6위입니다. 문제는 일본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1% 정도밖에 안 쓰고도 이 정도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일본이 최근 방위비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5년 뒤 GDP의 2%를 목표로 거의 2배까지 늘리려 하고 있고, 이렇게 되면 일본은 방위비로만 앞으로 5년간 421조 원을 쓰게 됩니다.

아베의 숙원 '전쟁 가능한 일본'…동북아 긴장 속 현실 될까 

그렇다면 일본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자민당 주류의 목표는 지금의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숨진 아베 전 총리의 숙원이기도 했죠. 

[아베/전 총리 (지난 2017년) : 2020년을 새로운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만들고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 상에 확실히 명기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타이완 갈등을 지켜보면서,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일본 온건파 가운데서도 확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일본이 적극적으로 해상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일 동맹을 명분으로 말이죠. 

[진창수/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미일 동맹에 따라서 미군을 지원하는 형태로는 어디든지 갈 수 있게 안보법체가 만들어진 거죠. 타이완 유사 사태라는 것은 동북아에 있어서 새로운 제3차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동북아 지역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처음으로 군사 작전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일제의 압제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더욱이 일본이 지금처럼 독도 침탈의 야욕을 꺾지 않는 한 절대 남의 나라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겠죠. 나날이 치열해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계속되는 무력 도발을 통한 북한의 노림수. 그 틈에서 군사 대국으로 거듭나려는 일본을 주시하며 동시에 힘을 키우는 것만이 동북아 지역의 복잡한 고차 방정식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유일한 길일 겁니다.

(기획 : 정윤식 / 영상취재 : 이재영 / 편집 : 정용희 / 브랜드디자인 : 장지혜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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