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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흙으로 표현한 대지의 숨결…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FunFun 문화현장]

<앵커>

한국적 리얼리즘 미술을 이끌어온 임옥상 작가가 흙을 활용한 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지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문화현장,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임옥상 : 여기, 일어서는 땅 / 2023년 3월 12일까지 / 국립현대미술관]

거대한 두상이 옆으로 누워 있습니다.

흙과 지푸라기를 섞어서 대지의 신 가이아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뒤쪽의 빈 공간에서는 대지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가로, 세로 12미터의 거대한 벽에 경기도 파주 장단 평야의 논바닥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습니다.

삶의 터전이면서도 밟히고 오염되기만 하던 대지가 인간과 마주 선 것입니다.

[임옥상/작가 : 땅이 이렇게 수평으로 누워만 있어 가지고는 안 되겠다. 뭔가 땅과 사람이 대면해야 되겠는데, 그래서 땅을 일으켜 세움으로써 땅이 사람에게 다가가게 (했습니다).]

논바닥에 그림을 그려서 굳힌 뒤 그대로 떼어내서 전시장 벽에 옮겨 붙였습니다.

[김형미/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베고 남은 볏단 아래 둥치라든지 농부나 농기계가 지나간 자국, 논에 내려앉은 생물의 흔적, 그리고 여전히 배어 있는 그 땅의 냄새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땅을 딛고 솟아오르는 노쇠한 어머니는 대지의 숨구멍과도 같은 검은 물 웅덩이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지와 환경으로 작품의 지평이 확장되면서 작가는 민중미술가의 틀에서 벗어났습니다.

[임옥상/작가 : 제가 어디로 튈지 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임옥상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나를 과거로 묻지 마시고.]

캔버스 작품들도 대지와 함께였습니다.

캔버스 위에 흙을 덧바르고 그 위에 채색물감이나 먹물을 혼합해 산수를 그리며, 한국적 리얼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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