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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코스 거친 갑부' 수낵, 영국 최초 인도계 총리 눈앞에

'엘리트 코스 거친 갑부' 수낵, 영국 최초 인도계 총리 눈앞에
영국의 새 총리로 확실시되는 '40대 기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은 보수당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쳐온 데다 천문학적 재산을 보유한 재벌가 부인을 둔 '금수저' 정치인입니다.

인도계인 수낵 전 장관은 비백인으로서는 영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총리 자리를 눈앞에 두게 됐으며,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 기록까지 함께 세우게 될 전망입니다.

24일(한국시간) 마감되는 영국 보수당 대표 후보 등록 결과 수낵 전 장관이 예상대로 단일 후보가 된다면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보수당 대표 겸 총리가 됩니다.

현재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확보한 지지의원은 30명 미만으로 후보 등록 요건 100명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점에서 수낵 전 장관의 총리 지명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300여 년에 걸친 영국 내각 역사상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백인이 도맡아온 총리 자리를 과거 대영제국 식민지 혈통의 유색인종이 거머쥐게 되는 셈입니다.

1980년 5월생으로 만 42세인 그는 1812년 로버트 젠킨슨 이후 최연소 기록도 세우게 됩니다.

취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과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44세였고 전임 리즈 트러스는 47세, 보리스 존슨은 55세였습니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의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수낵 전 장관은 영국 최고 명문 사립고교와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습니다.

이후 금융계로 진출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파트너 등으로 일했습니다.

외신은 영국 부자 순위에 들 정도로 부유한 수낵 전 장관의 재산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더 타임스 올해 영국 부자 명단에서 수낵 전 장관 부부가 당시 기준 자산 7억 3천만파운드, 우리 돈 약 1조 1천900억 원으로 222위에 올랐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스탠퍼드대 시절 만난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는 아웃소싱 대기업 인포시스를 창업한 '억만장자' 인도인인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실제 수낵 전 장관이 신고한 자산 대부분은 부인이 보유한 인포시스 지분입니다.

군살 없이 관리한 몸에 딱 맞는 고급 양복을 갖춰 입은 모습은 이런 배경을 더욱 강조합니다.

AFP 통신은 "그는 인스타그램에 친숙할 듯한 외모로 '섹시한 리쉬'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수낵 전 장관은 지난해까지도 미국 영주권을 지녔다는 점이 알려지는 등 신변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특히 올해 초 인도 국적인 부인이 송금주의 과세제를 이용해서 해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은 점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는 영국 장기체류 외국인들이 매년 일정 금액을 낼 경우 해외 소득을 영국으로 송금하기 전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입니다.

수낵 전 장관이 부인이 미래에 부모를 돌보러 귀국할 계획이 있으므로 제도를 이용할 자격이 있다고 반발했으나 민심은 싸늘했습니다.

당시 그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증세를 추진하던 중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코로나19로 늘어난 빚을 갚아야 한다면서 법인세율을 기존 19%에서 23%로 인상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영국은 2020년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천억파운드, 우리 돈 약 490조 원 넘게 조달했습니다.

그는 또 일종의 소득세인 국민보험 분담금률을 1.25%포인트 올렸습니다.

영국의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 NHS가 코로나19로 인해 떠안은 부담을 해소하고 사회복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정책에 관해서는 당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으나 트러스 총리가 택했던 정반대 정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면서 수낵 전 장관의 노선이 옳았다는 사후적 평가도 나옵니다.

내각 경험이 길지 않은 수낵 전 장관의 가장 큰 성과는 코로나19 대응이었습니다.

그는 영국 경제가 봉쇄로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유급휴직 등 적극적 지원 정책을 펼쳐 호평을 받았습니다.

수낵 전 장관이 지난여름 선거에서 원내 경선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도 당원 투표에서 패한 데서 보듯 밑바닥 당심을 얻지 못하는 것은 그의 결정적 약점으로 꼽힙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내각에서 가장 먼저 사표를 던져서 사임을 촉발한 '배신자' 이미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트러스 총리가 내놓은 달콤한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이 '동화 같은 얘기'라는 그의 지적이 보수당원들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상식적인 대처주의자'라면서 세금을 줄이기 전에 먼저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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