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레고랜드 사태'에 자성 목소리…"신중 기해야"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동시에 근본적 책임이 전임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에게 있다며 화살을 돌리고는 있지만, 결국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지사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결국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민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24일) 오전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재정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전임 최문순 도지사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지만, 강원도가 채무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미이행 발표로 불신 키운 데 대해서는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며 김 지사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거론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나비의 날개가 태풍을 불러온단 사실을 명심하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며 "이젠 우리가 집권하면 결과의 나쁜 것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어젯밤 페이스북에 "강원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금융시장에 공포가 덮쳤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규율에 대한 원칙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어제 오후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도 참석자들은 '레고랜드 사태'에 대응해 자금시장 경색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당정 간 채널에서도 이번 사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겁니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단기 자금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상황에 대해서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더욱 면밀하게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천50억 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번지자 지난 21일 다시 채무를 상환하겠다며 사실상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사진=강원도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