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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술 · 담배 금지 가능할까…서울시 "신중 검토"

한강공원 술 · 담배 금지 가능할까…서울시 "신중 검토"
한강공원에서 술·담배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힘을 얻으면서 서울시가 한강공원을 금주·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추진 절차에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는 7년 전에도 한강공원 금연구역 지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으며, 금주구역 지정 논의는 지난해 시작된 이후 1년 넘게 별 진전이 없습니다.

시는 결국 시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여론조사 등 의견 수렴 절차를 더 거칠 방침입니다.

오늘(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한강사업본부는 이르면 다음 달 양화·여의도·반포 등 한강공원 11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각 공원에 평균 5개씩 설치할 계획으로, 적합성 평가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와 현장 방문을 거쳐 위치를 확정할 방침입니다.

이는 최근 한강공원 내 흡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현실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여론조사업체를 통해 진행한 '한강시민공원 금연구역 지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이 금연구역 지정에 찬성했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나 반려동물과 함께 공원을 찾는 시민은 담배 연기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또 전반적으로 건강·웰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간접흡연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아진 분위기입니다.

한강사업본부는 당장 금연구역 지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먼저 흡연부스를 설치하고 이곳으로 흡연자들을 유도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에도 흡연부스 설치를 검토하고 금연구역 지정을 추진했다 실패한 바 있어 이번에는 더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당시 흡연부스 설치조차도 '자주 침수되는 한강공원 특성상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 등으로 무산됐고, 금연구역 지정은 흡연자 쪽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해 결국 보류됐습니다.

한강공원이 워낙 넓어 단속이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침수 상황까지 고려해 흡연 부스의 위치와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며 "금연구역 지정은 여러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신중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금주구역 지정 논의는 1년 넘게 제자리걸음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도심 공원 등에서 모임과 음주를 제재하면서 서울시는 한강공원에서도 음주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4월 말 의대생 손정민 씨가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다 숨진 사건도 영향을 줬습니다.

현재 서울시에는 도시공원과 어린이 놀이터 등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게 한 조례가 있지만, 술을 마시다 소음·악취를 유발하는 경우 등에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 음주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한강공원은 도시공원이 아닌 하천법상 녹지에 해당해 음주청정지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6월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한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한 뒤 구역 지정·고시 등 절차를 거쳐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시는 금주구역 지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공원에서 맥주 한두 캔씩 즐기는 것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시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그동안 다루기가 힘들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어 "상위법이 개정됐으니 이에 맞춰 조례는 개정할 것"이라며 "다만 실제 금주구역 지정 문제는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등 여러 의견 수렴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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