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마부작침] 카톡이 먹통이었던 주말, 다들 어땠나요?

마부뉴스 일러스트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카톡이 날아오고,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카카오 택시를 부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카카오맵을 이용하는 삶.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들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이 모든 게 멈춰버렸어요. 사고를 수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일(목)에는 카카오 대표들의 대국민 사과도 있었죠.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멈춰버린 플랫폼 기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내가 보는 유튜브의 나비효과는?> 레터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봤다면, 오늘 레터에서는 데이터센터와 플랫폼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봤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구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카톡이 먹통이었던 주말, 다들 어땠나요?
 

32,000대의 서버가 멈춰버렸다


일단 사건부터 정리해볼게요. 지난 10월 15일, 그러니까 지난주 토요일 오후 3시 즈음에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불이 났습니다. 전원 공급이 끊기면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모든 서비스가 다운됐죠. 처음엔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었는데 CCTV 자료와 감식을 해보니 전기실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전원이 나가자 카카오톡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메시지가 제대로 전송되지 않았고 로그인이 되지 않는 에러도 발생했죠. 독자 여러분의 카톡이 멈춘 게 바로 이 즈음부터일 거예요. 카톡뿐만이 아니었어요. 다음, 카카오 계열 서비스라면 웬만하면 대부분 다 오류가 났죠. 카카오페이나 카카오택시, 카카오맵, 카카오T 등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던 카카오 서비스들은 말 그대로 먹통이 되어버렸습니다.

근데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건 카카오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네이버 역시 SK C&C 데이터센터를 활용하고 있었죠. 네이버도 데이터센터의 서버 전원이 나가면서 네이버 쇼핑, 뉴스 등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다만 카카오와는 달리 네이버는 사고 당일 4시간 여 만에 대부분 정상화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양대 플랫폼 기업이 동일한 사고를 겪고 정반대의 결과를 내면서 카카오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부뉴스 일러스트

해외 서버 관련 사이트를 살펴보니까 이번 카카오의 피해가 역대 데이터센터 사고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DCIRN(Data Center Incident Reporting Network)에서 2003년부터 2021년까지 18년간 파악한 데이터센터 사고는 모두 31건인데, 그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2021년 3월에 발생한 OVH cloud의 화재사고로 보고 있습니다. OVH cloud는 유럽 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데 작년의 화재로 서버 30,000대 규모가 피해를 입었죠. 그런데 이번 카카오가 밝힌 서버 피해 규모가 그보다 더 많은 32,000대입니다.

데이터센터 사고의 문제는 플랫폼에 묶여있는 다른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충격파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OVH cloud 사고로 <Rust>라는 게임은 25개 서버가 다운됐고, 게임 데이터가 영구적으로 손실됐어요. 당연히 복구는 불가능했죠. 2012년엔 캐나다의 통신 기업인 Shaw Communications 본사에서 불이 나서 의료보험과 진료 정보를 운영하는 서버가 피해를 보면서 병원 시스템이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카카오 사태에서도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던 택시 운전사들과 소상공인들은 직접적인 영업 피해를 봤죠.
 

화재는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카카오

마부뉴스 일러스트
"화재라는 것은 워낙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사고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까지는 조금 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


카카오는 기자회견에서 데이터센터의 화재 대비가 미흡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화재는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라고 이야기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데이터 보안 전문가들은 해당 발언을 두고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운영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고 있어요.

사실 데이터센터에서 화재 사고는 많이 발생합니다. 당장 마부뉴스가 위에서 사례로 언급한 사건들만 해도 모두 화재사고거든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데이터로 조금 더 살펴볼게요. 일단 위에서 이야기했던 DCIRN의 데이터센터 사고 데이터를 보면 지난 18년간의 31건의 사고 중에 실화가 발생한 사고가 총 20건입니다. 데이터센터 사고 중 절반이 넘는 64.5%에서 화재가 발생한 거죠.
마부뉴스 일러스트

이번엔 업타임 인스티튜트(Uptime Institute)의 자료를 살펴볼게요. 업타임 인스티튜트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계층 분류의 표준을 제시한 기관인데 데이터센터 쪽에서는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곳이죠. 업타임 인스티튜트에서 데이터센터 정전 사고 원인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배터리 문제가 전체 사고의 원인 중 가장 많습니다. 배터리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전체의 29%죠. 사고 10번 중 3번은 배터리 문제라는 겁니다. 이번 카카오 사태에서도 배터리에서 발생한 스파크가 화재로 연결된 터라 화재 사고가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부사장의 발언은 선뜻 납득이 되질 않아요.
 

기업 데이터센터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정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데이터센터 정전 사고의 원인은 88%가 기술적 오류이거나 인간에 의한 사고입니다. 하지만 12%는 기후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는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입니다. 실제 올해 런던에서는 여름에 40도가 넘는 고온으로 오라클과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정전되기도 했거든요. 당장 우리도 이번 여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독자 여러분 기억나시나요? 수도권 집중호우 때 여의도 증권사가 침수되고 서버가 다운되면서 전산관리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켰던 일. 앞으로 기후위기가 심해지면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고온으로 인한 오작동 등 기후로 인한 장애 비율은 12%보다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마부뉴스 일러스트

사실 정부는 기후 상황을 포함해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으로부터 데이터센터를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준비해오고 있었습니다. 2020년 당시 정부는 "방송통신재난으로 인터넷 데이터센터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데이터가 소실될 경우, 기업과 소비자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도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었거든요. 카카오 같은 기업의 데이터센터도 국가 데이터센터와 방송, 통신 시설처럼 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포함해야 한다는 게 목표였죠. 하지만 당시 플랫폼 기업은 사기업의 시설을 정부가 관리하는 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어요. 이중규제 이야기도 나오면서 법 제정까지 이어지진 못했죠.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서는 사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기반사업만큼 커진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을 순 없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경제가 커지고 플랫폼의 규모가 더 커지게 되면 앞으로 이용자가 더 늘어날 텐데 관리를 안 할 수 없는 입장인 거죠. 게다가 이번 카카오 사태로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서비스에 공백이 생겼을 경우 발생하는 혼란을 확인하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결국 19일, 정부와 여당이 카카오, 네이버 같이 영향력이 큰 기업의 경우엔 데이터센터를 재난안전법 상 국가핵심기반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많은 기업은 누가 다 먹었을까


이번 사태로 정말 짧은 시간 사이에 플랫폼 기업이 얼마나 우리들의 생활에 들어와 있는지 독자 여러분도 느꼈을 겁니다. 디지털화의 가속과 함께 플랫폼 기업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우리의 삶은 과거보다 편해졌어요.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확장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확장되는 시장의 범위도 너무 넓고요. 아래 그래프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분기 보고서 자료를 바탕으로 카카오와 네이버의 국내 소속회사를 정리한 그래프인데 증가폭이 상당합니다. 참고로 카카오의 경우 2009년과 2010년의 분기 보고서에 소속회사 항목이 기재되지 않아 공란으로 처리했습니다.
마부뉴스 일러스트

2022년 5월에 올라온 카카오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카카오에 딸려있는 종속회사는 무려 153개! 네이버는 같은 시점의 보고서를 보면 종속회사가 90개로 나와있는데, LINE이 따로 분리되기 전인 2020년 하반기를 보면 종속회사의 수가 127개로 카카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벌어들이는 매출도 상당합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플랫폼 기업을 조사했는데, 살펴보면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이 벌어들인 매출은 378조 원입니다. 그중 70%가 수수료(중개 수수료, 이용자 수수료)에서 나오고 있었고요.

플랫폼 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문제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미국과 유럽에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을 규제하기 위해 칼을 들었죠. 혹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고 들어봤나요? 미국에서는 반독점법이라는 강력한 법으로 공정거래를 위반하는 기업을 처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독점법의 핵심은 소비자의 후생 극대화.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하고 싸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건데요. 이 기준에 따르면 아마존은 시장 점유율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반독점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마존을 이용해서 싼 가격,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아마존이 플랫폼 기업이라는 겁니다. 소비자에게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그 피해를 아마존과 계약한 영세 사업자와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는 거죠. 소비자의 후생만 강조하다가는 플랫폼 노동자의 피해가 눈더미처럼 커질 수 있는 상황.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강력하게 비판하던 리나 칸이 최연소로 미 연방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미국도 플랫폼 경제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작년 6월 미 하원에서 초당적 협력으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법안 패키지가 통과되었죠.
 

정부의 규제 vs 기업의 책임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 피해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보고 있거든요. 2021년 한국고용정보원과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플랫폼 노동을 주업으로 해서 번 수입은 192만 3,000원에 불과합니다. 그 사이 플랫폼 기업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기업 규모를 키우고 있죠. 플랫폼 기업은 살찌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는 이 상황, 어떻게 해결하는 게 정답일까요?

일단 정부는 플랫폼 기업에게 규제를 거는 방향으로 움직일 모양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재난안전법 상 국가핵심기반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결정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더 이상 플랫폼 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어요. 일각에서는 이런 규제가 시장경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부뉴스 일러스트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선제적 규제 대신, 기업이 잘못했을 경우 크게 벌을 주는 식으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구독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