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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가 투병 중인 인턴 성희롱…다섯 달 뭉개기

<앵커>

한 공공기관에서 간부로부터 성희롱과 갑질을 당했다는 직원들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한테 외모 지적을 하기도 했다는데, 해당 기관은 이런 내용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신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세라믹기술원 장애인 채용 공고를 통해 재작년 12월 체험형 인턴으로 채용된 A 씨.

매일 투석 치료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A 씨를 더 힘들게 한 건 간부 정 모 씨의 성희롱과 괴롭힘이었습니다.

[A 씨 : 정규직을 시켜주고 싶은데 장애가 있어서 안 된다. 신장이 아픈데 머리까지 아프면 어떡하냐. 전 부서에선 예뻤는데 왜 지금 이렇게 살쪘냐. 손이 왜 이리 까맣냐고.]

다른 직원들도 정 씨가 폭언이나 불쾌한 얘기를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B 씨 : 쌍욕을 하면서 '이거밖에 안 되냐' 뭐를 던진다거나 그런 것도 들었던 것 같고.]

[C 씨 : 다른 학생들이나 연구원들한테 출장 가서 항상 성매매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요. '무슨 안마방이 있고 여기를 한번 가봐야 된다. 시간 되면 한번 같이 가봐야 되는데' 이런 말씀을 되게 많이….]

문제 제기는 어려웠습니다.

[C 씨 : 다른 간부급 인사라든가 다 자기편이라고 항상 이야기를…. 세라믹 업계에서 평판이 남고 추천서 받아야 하고 이런 입장인 애들이어서 사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죠.]

수개월간 이어진 고통에 A 씨는 지난 5월 감사실을 찾았습니다.

공식 조사를 꺼리는 듯한 감사실 설명에도,

[감사실 측 : 공식적으로 하기보다 우선적으로 제 생각은 경고는 구두로라도 줘서 조심하게 하는 게 언행에 대한 부분은 바로 고칠 수 있으니]

A 씨는 신고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감사실 측 : 조사하고 준비하고 이러면 두, 세 달 훅 가버려요. 시간이 훅 가버려요. (A 씨 : 저는 원만하게 풀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면은, 상담하셔서 그렇게 하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A 씨 : 지금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도 없었고. 그냥 진짜 덮은 거죠. 태도가 완전히 바뀐 가해자의 모습을 계속 보니까 혼자 신고해서 해결할 수가 없겠구나.]

결국 A 씨가 지난달 29일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하자 기술원은 이틀 뒤에 정 씨를 보직 해임하고 부서 이동 조치를 했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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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신정은 기자 나와있습니다. 

Q. 5개월 동안 왜 아무런 조치 없었나?

[신정은 기자 : 피해자가 처음 찾아간 곳은 기술원 안에서도 사실 가장 높이 있는 감사실이었습니다. 기술원의 설명은 일단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정식 조사 요청이 없었다, 그리고 피해자가 비밀 유지를 원해서 추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인데 하지만 당시 피해자는 퇴사를 각오했다,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을 알게 된 즉시 사업장은 바로 조사할 의무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조사와 비밀 유지는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함께 지켜져야 할 의무라면서 이런 기술원의 해명은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배치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유경/노무사 : '절대로 나는 조사를 원치 않는다 회사가 더 이상 어떤 조치도 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이상 당연히 회사가 조사를 하면서 별도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야 할 의무를 지켜야 되는 것이죠.]

[신영대/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 : 5개월 동안 방치됐던 것 은폐하고 묵인했던 것에 대해서 세라믹기술원이 책임을 물어야….]

Q. 피해자 고통 어느 정도?

[신정은 기자 : 피해자가 당시 지인과 나눈 메시지나 일기 같은 것들에는 고통스러운 흔적들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몇 개 보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감사실에서 상담받은 내용을 가해자에게 말한 것 같다, 태도가 달라졌다, 똑같은 악몽을 꾼다, 매일 출근하는 게  힘들다. 이런 내용들이 담겼는데요. 간부 정 모 씨는 직원들의 여러 피해 주장을 지금 부인하고 있는데 이미 노동청에는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가 됐습니다. 직원들은 최근 정 씨가 주변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신고자를 찾으려고 하거나 압박하려는 그런 시도들이 매우 걱정스럽다, 이렇게 취재진에 덧붙였습니다.]

(영상편집 : 황지영,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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