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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도 "못 갚겠다"…금융시장 뒤흔든 '레고랜드 후폭풍'

<앵커>

올해 어린이날 강원도 춘천에 레고랜드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많이 찾는 이 놀이공원이 지금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레고랜드를 개발한 회사에 강원도가 2천억 원 정도 보증을 섰었는데 그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금리가 오르고 돈줄이 마르는 상황에서, 지자체마저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니까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시장에 돈이 잘 돌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리포트 먼저 보시고 이 내용 더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기업 돈줄이 마를 조짐이 보이자 당국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1조 6천억 원을 투입해 기업 채권을 사주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기업들은 회사 채권을 발행해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리는데, 오르는 기준금리보다 이자를 더 쳐줘야 해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인 강원도가 돈을 못 갚겠다고 할 정도면 일반 회사들은 오죽하겠느냐는 불안 심리까지 퍼졌습니다.

투자했다가 돈 떼일 수 있겠다는 걱정에 채권 금리 격차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벌어졌습니다.

그만큼 돈 빌리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지자체가 보증을 선 케이스도 충분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자금 조달 수단의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상단 부분 훼손하고 있다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돈줄은 막히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으면서 개발사업에 돈을 댄 건설사들과 여기에 투자한 금융회사들부터 위험신호가 켜진 상태입니다.

[건설회사 관계자 : 2010년도에 이런 분위기가 좀 있긴 했었는데, 분양 시장이 안 좋을 때. 시장도 안 좋고, 분양도 안 되고 하는데. '굳이 건설사한테 회사채 이런 걸로 투자를 해도 되나?' 이런 분위기가 되다 보니까.]

이런 불안감에 이달 들어서는 신용등급이 좋은데도 채권이 팔리지 않아 애를 먹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열, VJ :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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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우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문제 터지자 "다 갚겠다"…불씨는 여전?

[김정우 기자 : 그렇습니다. 문제가 갈수록 커지다 보니까 3주 만에 2,050억 전액을 내년 예산으로 갚겠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오늘 채권 전문가들한테 물어봤습니다. 먼저 바뀐 지사가 전임 지사의 사업을 되짚어보겠다, 이건 큰 문제가 없었는데요. 진짜 문제는 이겁니다. 강원도가 애초에 빚을 안 갚을 방법이 없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지금 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강원도 스스로가 자신의 신뢰를 깎으면서 자금 마련을 하지 못하게 되는 자충수를 두었다는 건데요. 안 그래도 금리가 올라서 여러모로 힘든데 엉뚱한 데 돌을 던졌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Q. 채권 시장 불안하면 어떤 일 일어나나?

[김정우 기자 : 만약에 사업이 나쁘지 않은데도 회사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먼저 높은 이자를 지불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린다거나 그룹 계열사에 손을 벌리는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위험이 이곳저곳으로 전이되게 됩니다. 우리가 작은 사건이 도미노처럼 커지면서 대량 실직 사태와 부도로 이어졌던 일, 97년 외환위기 때 이미 겪어봤던 일입니다.]

Q. 입장 바꾼 강원도…사태 잘 해결될까?

[김정우 기자 : 강원도가 입장을 바꿨으니까 금융 시장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인다면 좋을 텐데요. 지금 시장 상황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입니다. 안 그래도 채권 발행이 막히니까 울고 싶은데 한 대 맞은 격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금융 당국이 나서서 많은 돈을 투입해서라도 앞으로도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막겠다. 이런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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