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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센지 보자"…촉법소년 '묻지 마 폭행', 무너지는 피해 학생

<손기준 기자>

지난번 진주 촉법소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여러 곳에서 피해 사례를 알려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 취재진이 찾은 곳은 경기도 수원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한 학년 위 상급생들이 집단으로 폭행하고, 이것도 모자라 사이버상에서는 극단적 선택까지 종용하게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는데,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A 군.

웃음이 많고 친절해 지난해는 학급회장도 맡았고 태권도를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사건 이후 다른 아이가 됐습니다.

3월 11일 금요일 오후였습니다.

자전거를 타던 A 군에게 6학년 형들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A 군 : '야 일로 와봐'라고 불렀어요. 자기가 여기 학교에서 제일 싸움 잘한다고. 누가 더 센지 보자고 하면서 싸우자고 했어요.]

이 무리 가운데 B 군은 다짜고짜 A 군을 때렸고, 다른 학생들은 둘러싸고 구경을 했습니다.

12일 토요일에도 B 군 일행에게 끌려다닌 A 군.

B 군은 A 군에게 6학년 여학생에게 욕설하라고 강요했습니다.

[A 군 : 'XXX야' 하라고 시켰어요. (욕) 안 하면 죽여버린다고 했어요. (그냥 죽여버린다고?) 네.]

영문을 모르던 여학생들이 근처 구석으로 A 군을 몰아넣고 왜 욕을 하냐고 따졌고, 이 과정에서 A 군의 팔이 한 여학생의 신체에 닿았습니다.

B 군 일행은 A 군을 또 폭행하고 A 군의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먹기도 했습니다.

그날 밤 B 군은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A 군을 초대했습니다.

대화방에는 B 군 일행과 낮에 마주친 여학생 등 9명이 있었습니다.

대화방에서 B 군은 'A 군이 신체 접촉을 좋아하더라'며 성추행 가해자로 몰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동조했고 4시간 넘게 사과를 강요했습니다.

참다못한 A 군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자 종용하기까지 했습니다.

[A 군 어머니 : 이렇게 너희가 안 믿어줄 바에는 내가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거예요. 그래서 애는 너무 힘들어서 실제로 옥상에 올라가려고 그랬대요.]

13일 일요일에도 B 군 일행은 A 군을 불러내 이번에는 '성추행을 사과하라'며 폭행했습니다.

A 군을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성추행 가해자로 신고까지 했습니다.

[A 군 어머니 : 117에다가 ○○가 신고를 한 거죠. 그래서 우리 아이를 바꿔 달라고 그랬대요. '아니다'라고 얘기하려고 그랬더니 ○○가 옆에서 또 때리더래요.]

경찰이 집으로 찾아온 뒤에야 A 군의 어머니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데려가 보니 사흘간 폭행으로 A 군의 왼쪽 무릎은 골절돼 있었습니다.

학교에도 범행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수원 폭행 가해 학생 출석정지 10일

교육지원청은 B 군 등 가해 학생 9명에게 각기 다른 처분을 내렸는데, B 군에게는 출석정지 10일이었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B 군 등을 기소 의견으로 수원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최대웅·윤 형·양지훈, 영상편집 : 이승진, CG : 엄소민·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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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경찰과 교육청은 피해 학생의 손을 들어줬지만, 정작 더 큰 비극은 처분이 내려진 이후에 찾아왔습니다.

피해 학생이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 학교는 그런 피해 학생을 정말 안전하게 보호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등교한 시간, A 군은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합니다.

[A 군 : 너무 가고 싶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랑 형 누나들 때문에 불편해서 못 가겠어요. 무섭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이명, 공황장애가 A 군을 덮쳤습니다.

[A 군 어머니 :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고 갑자기. 그러더니 울어요 막. 자면서도 울어요. 엄마 엄마 막 찾고.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귀에서 '삐' 소리가 난대요.]

최근에는 눈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집단 괴롭힘 피해 학생의 안과 진단서

[A 군 어머니 : (아이가) 밥을 먹고 나서 양치를 하려고 딱 일어섰는데 '엄마 앞이 안 보여' 이러는 거예요. 안압이 높아져서 그러는 건데, 이게 횟수가 잦다 보면 앞으로는 이십 대부터 시작이 돼서 삼십 대 안에 실명이 될 거다….]

학교에서 이동할 때는 교사가 반드시 동행하고 가해 학생들은 접근 못 하게 하겠다는 교장의 말을 믿고 아이를 설득해 보냈는데, A 군은 B 군과 학교 복도에서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A 군 : 그 형이 또 째려보면서 쫓아올까 봐 무서워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경찰에 신고했어요.]

어머니가 황급히 교장실을 찾아갔는데, 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장 : ○○야 진짜 그래도 학교를 나오라는 소리도 못 하겠고 학교를 나오지 말라는 소리도 못 하겠네.]

[A 군 어머니 : 그럼 ○○ 보고 학교를 나오지 말라는 소리인가요.]

[교장 :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러니까…]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가해자의 사과 편지를 읽어보라는 말을 통화할 때마다 반복했습니다.

[A 군 어머니 : 또 상처를 받을까 봐 지금 (학교를) 못 보내고 있는 거예요.]

[학교 관계자 : 이렇게 편지 전달 받으면 이제 편지 받으면 확실히 마음이 좀 조금은 풀릴 것 같아요.]

가해 학생들과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육지원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추가 조치를 위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다시 열 수 있다고 했습니다.

[A 군 어머니 : 증거가 없어서 안 된대요. 그러면 그거를 다 동영상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다 촬영을 해야 된다는 얘기잖아요. 그 어린애가 불편해 가면서 그게 가능한 건지….]

A 군이 눈에 이상을 느껴 학교 보건실을 갔지만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A 군 :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선생님들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일단 올라가라고 하셨어요.]

이제 A 군에게 학교는 또 다른 고통을 주는 곳이 됐습니다.

[A 군 : 처음엔 (학교에) 바라는 점이 많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학교 때문에 살기가 싫어요.]

(영상취재 : 김세경·최대웅·윤 형·양지훈,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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