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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 위기로 커지는 산불 위험…일주일 전부터 예방

[취재파일] 기후 위기로 커지는 산불 위험…일주일 전부터 예방
올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장기간 이어지면서 최대 피해를 낳았다. 불씨는 인간이 던졌지만 산불이 이렇게까지 커진 데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었다. 지속된 가뭄으로 숲이 건조해졌던 탓에 불길이 쉽게 번졌고,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60년간(1960~2020)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봄·가을 산불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전보다 발생 위험성이 30~50%나 높아졌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온도가 1.5℃ 증가하면 산불 발생 위험도를 수치화한 산불 기상지수는 8.6% 상승하고, 온도가 2℃ 높아지면 13.5%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로 점점 더 산불이 일어나기 좋은 조건으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산불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9~2020년 호주의 대형 화재 당시엔 숲 2000만 ha 이상이 불에 탔고 3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0년 미국 서부에선 대형 산불이 발생해 우리나라 면적의 8% 수준을 태우기도 했다. 유엔 환경계획이 공개한 산불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극한 산불이 2050년엔 30%, 2100년엔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의 기상 현상 자체도 문제지만, 이 현상이 또 하나의 재난 사태를 부추기는 것이다.
 

산불 예측 불가능할까?

 
산불의 시작은 대부분 우리의 손에서부터 시작된다. 담배꽁초와 입산자의 실화, 밭·논두렁 소각 등 원인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우리의 손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낙뢰 등 자연적인 산불 발생은 극히 드물다. 결국 인간의 행동이 많은 걸 결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산불의 일어나기 좋은 조건, 그리고 산불로 이어졌을 때 얼마나 큰 산불이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은 가능하다. 이런 것들은 현재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예측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산불의 발생 및 발달이 비규칙적이라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의 예측이 큰 오차를 안고 제한적인 규모로만 가능한 이유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국내·외 연구진이 인공지능 예측 모델을 통해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을 알려주는 모델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윤진호 교수 연구팀은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기온과 습도, 강수와 바람 등 산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자들을 인공지능 AI에 학습시켜 산불 위험도를 예측하도록 했다.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기존의 모델이 예상하는 100km 단위의 해상도에서 훨씬 더 세밀한 4km 해상도를 줄일 수 있었다. 우리나라 행정 구역 단위로 치면 도 단위 예측에서 동 단위의 예측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미국 전역의 산불에 대한 모델 예측 값, Y축이 0.5 이하일 때 예측이 유효, X축은 산불 발생일로부터 며칠 전인지를 나타냄.
핑크색이 기존 모델, 파란색이 새로 개발된 모델 ㅣ모든 지점에서 파란색 모델의 오차가 핑크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볼 수 있음.

최대 일주일 전부터 예상 가능

 
연구팀은 해당 모델을 2018년 8월과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어난 초대형 산불에 적용시켜봤다. 그 결과, 최대 일주일 전부터 산불 위험도가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 l 핑크색이 실제 산불이 난 기간 l 산불 위험도를 알리는 산불기상지수가 일주일 전인 7월 21일쯤부터 비정상적으로 치솟음.
 
기후변화로 산불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고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초대형 산불의 예측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모델을 미국 전역에 적용시켜 신뢰도를 파악했지만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이론과 모델 개발 수준이지만 유관기관과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실제 우리에게도 정보가 전달되길 기대해본다.
 
모델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선제적 예측이 가능할수록 산불이 줄어들 가능성은 분명히 높아진다. 하지만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결국 예측이 실제적인 산불 예방이라는 결과까지 도달하려면 우리의 실천이 필요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정보들을 잘 인지해 위험한 행동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도 기상청에서는 실효습도*가 낮아지면 건조특보를 발표하고 산불 예방을 위한 행동을 촉구한다. 하지만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 속도에 맞춰 점점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다른 기후변화의 결과들과 다르게 산불은 충분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적어도 불씨가 커지기 전까지는 그렇다.
 
*실효습도 : 화재 예방의 목적으로 수일 전부터의 상대습도에 경과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서 산출한 목재 등의 건조도를 나타내는 지수.
 

<참고문헌>
Rackhun Son, Po-Lun Ma, Hailong Wang, Philp J. Rasch, Shih-Yu (Simon) Wang, Hyungjun Kim, Jee-Hoon Jeong, Kyo-Sun Sunny Lim & Jin-Ho Yoon, “Deep Learning Provides Substantial Improvements to County-Level Fire Weather Forecasting Over the Western United States”, Journal of Advances in Modeling Earth Systems(2022), doi.org/10.1029/2022MS002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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