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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북한 문제 중요하다"…바이든 정부 속내는?

[월드리포트] "북한 문제 중요하다"…바이든 정부 속내는?
웬만한 북한 도발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왔던 우리 국민이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연쇄 도발은 그런 수준을 넘어선 걸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 초기, '핵 단추' 운운하며 대결 국면으로 치닫던 상황과 유사합니다. 북한의 이런 행태에 정부도 미국의 확장억제, 즉 핵우산 공약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외교적, 군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도 우리 측 요구에 호응해 외교·국방 2+2 확장억제전력협의체를 4년 8개월 만에 재가동하는가 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 등 모든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 한국 방어 공약을 지키겠다고 재확인하는 등 나름 성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싱크탱크에서도 지적이 나올 만큼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차지하는 우선순위는 거의 바닥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보는 북한 문제 순위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들은 북한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 문제가 절대 후순위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대북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현지시간 17일 샌프란시스코 스탠퍼드 대학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대담을 나눴습니다.

'과학기술, 외교 및 국가 안보의 발전과 중요성'을 주제로 1시간가량 진행된 대담에서 주요 이슈는 우크라이나와 중국, 이란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북한 관련 내용은 딱 한 대목으로 약 2분 23초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중요한 건 미 국무 장관이 최근 잇단 북한의 도발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의 일부는, 북한 지도자의 관점에서 보면 '무시당하기 싫다는 것'"이라면서 "세상이 다른 곳에 집중할 때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 우리는 여전히 문제이기 때문에 당신은 우리 문제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의 최근 도발을 '날 좀 봐주세요'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레이건 항모 동원한 한미일 연합훈련

블링컨 장관은 북한 도발의 또 다른 이유로 한미일 동맹 강화를 들었습니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이 지역의 동맹 및 파트너인 한국, 일본과 함께 하는 일을 상당히 늘렸다"면서 "예를 들면 수년간 있었던 훈련을 새롭게 하고 어떤 종류의 북한 침략도 방어하고 억지하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한국, 일본을 군사 훈련에 참여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하는 일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일본, 한국 간에 없었던 방식으로 되고 있다"며 "이는 한일 양국을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을 포함해 많은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이것을 봤으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발은 이에 대한 반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역시나 북한 도발의 이유를 '반발' 정도로 평가한 겁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핵 문제와 핵무기 비확산 체제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방어와 억제, 유엔 차원의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여전히 진행되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결국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비확산 체제를 진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국가가 핵무기를 가지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대북 제재에 비협조적인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현지시간 17일 브리핑에서 "지난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 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원인을 미국의 도발로 돌리는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라며 "이것은 전적으로 헛소리"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북한 도발, '날 좀 보소' 수준으로 봐도 될까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블링컨 장관의 발언 내용으로 볼 때 미국 정부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걸로 판단됩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을 그저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일종의 시위 정도로 보고 있으니, 당장 미국 경제나 안보에 직결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중국-타이완, 사우디-이란 문제 같은 현안이 산적한 미국 입장에서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문제가 후순위라면 왜 미국의 대통령부터 하원의장, 부통령까지 미국의 권력서열 최상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한국을 방문해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핵 우선순위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이 점을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미국이 보는 비단 한미 관계가 북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에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는 건 전체적인 동맹 관리 차원에서 다른 동맹들에게도 메시지가 되는 만큼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그 외에도 미국이 한국을 찾을 이유는 많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중요 경제 파트너이자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안보-경제의 또 다른 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최상위층 인사들의 연이은 방문이 북핵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현지시간 7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과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아마 위기 단계까지 가야 북한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위기의 전반부에 있으며 아직 대화를 끌어낼 정도까지 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역시나 북한이 위기 고조 후 협상 국면 전환이라는 과거 전례를 따를 거란 관측인데, 실제로 북한의 잇단 도발이 이런 전략의 일환일지, 과거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지, 둘 중 어느 쪽이 됐든 지금의 우선순위로는 북한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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