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허술한 멧돼지 울타리…알고 보니 '토끼용' 울타리였다

<앵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야생 멧돼지를 막겠다면서 1,700억 원 넘는 예산을 들여 곳곳에 방역 울타리를 설치했는데 취재 결과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곳도 많았고 멧돼지 이동을 막는 데에도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G1방송 원석진 기자입니다.

<기자>

동부전선 향로봉에 설치한 ASF 차단 울타리입니다.

군데군데 뚫린 건 기본이고, 아예 무너진 구간도 있습니다.

시방서를 봤습니다.

울타리 철망은 땅속 70cm 아래까지 묻도록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철망 아래로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도면 따로 시공 따로였습니다.

[조범준/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 : 70cm씩 수십 킬로미터를 잘라먹으면 비용이 얼마겠어요. 이건 안 묻으면 해야 할 의미가 없다는 거지.]

가격은 적정했을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ASF 울타리는 미터당 평균 6만 2천 원대로 시공됐습니다.

시중 시공 단가 3만 원 대보다 2배가량 비싼 금액입니다.

[조영석/대구대 교수(당시 정부 TF팀 참여) : 당시 (회의에) 안 들어오던 사람이 (들어왔는데) 광역 울타리 아이디어를 내놓게 되거든요. 반대했죠. '전문가 의견이다' 그랬더니 이 양반이 '그러면 국민을 안심시키는 목적으로 해보자.']

ASF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호세 박사는 우리의 울타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호세 마누엘 산체스/세계동물보건기구 ASF 표준 연구소장 : 좋지 않아요. 전혀 좋지 않아요. 이건 토끼용이에요. 이 엉터리를 만드는 데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낭비입니다.]

다른 전문가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하이메 보스/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 보건동물과 교수 : 멧돼지의 이동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저 울타리를 (멧돼지가) 통과할 겁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울타리 사업이 워낙 긴급하게 추진돼 제대로 시공하지 못한 곳이 있다면서, 그런 부분은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