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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개 화재에 전체 '셧다운'…비상 전원장치도 무용지물

배터리 1개 화재에 전체 '셧다운'…비상 전원장치도 무용지물
지난 15일 발생한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진화 작업을 위해 센터 전체의 전원을 차단,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등의 서버 기능이 중단됐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데이터센터 내 전기 공급선이 서로 연결돼 있어 특정 장소에 대한 전기 공급 중단만으로는 누전 위험 등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국적으로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는 만큼, 유사 사고에 대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15일 오후 3시 19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데이터센터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발생했습니다.

현장에 설치된 CCTV에는 전기실 내 배터리 중 1개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하고, 이후 곧바로 자동소화 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되는 장면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불로 5개의 랙(선반)으로 이뤄진 배터리 1개가 모두 탔습니다.

해당 배터리 주변이 그을리기는 했지만, 또 다른 배터리가 전소하는 등의 추가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화재의 여파는 매우 컸습니다.

불이 나자 전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오후 3시 33분에는 카카오와 연계된 일부 서버에 전기 공급이 끊겼습니다.

그러면서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의 '먹통' 사태가 빚어지는 등 카카오·다음 등의 서비스에 오류가 생겼습니다.

오후 4시 52분에는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해야 한다. 누전 위험이 있으니 전력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하자 SK C&C 측은 센터의 전체 전력 공급을 차단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카카오 연계 서버 외 네이버 등 모든 서버 기능이 중단됐습니다.

화재로 인해 센터 전체의 전원을 내린 뒤 무정전전원장치(UPS)를 30여 분간 가동했으나, 소방수를 사용해야 하는 시점부터는 누전 위험 등을 막기 위해 UPS 또한 멈춰 세워야 했습니다.

당초 무정전전원장치(UPS)에서 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이번 화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SK C&C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내 전력 공급망은 층수 등과 관련 없이 모두 연결돼 있어 이번 화재처럼 진화 과정에서 누전 등이 우려되는 경우 불이 난 장소의 전원만 내려서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며 "전기를 차단해야 하는 이번 상황 같은 경우 UPS 또한 작동이 불가하다"고 말했습니다.

소방당국은 당일 현장 브리핑을 통해 "불이 난 랙의 두께가 1.2m가량"이라며 "유압장치 등을 이용해 (랙을) 벌려가면서 소화약제를 투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배터리 내부를 파헤치며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불을 끄기도 어렵고, 진화가 완전히 됐는지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런 경우 진화 방식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전체를 포로 덮어 공기를 완전히 차단해 불을 끄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다량의 물을 뿌려서 냉각하는 방식"이라며 "소화약제만으론 불길을 잡기가 어렵다. 불이 나기 전에 예방하고, 나더라도 자동소화 설비로 즉시 불을 잡아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에서 스파크와 함께 불이 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는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수거한 배터리 등을 정밀감식,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 공 교수는 "배터리 자체 불량일 수도, 과충전 방지 장치 이상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며 "배터리 이상은 양극과 음극의 분리막이 손상돼 합선이 발생하는 식으로 주로 일어나는데, 엄청난 과전류와 함께 다량의 열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진다"고 전했습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 등에 따르면 2000년 53개에서 2020년 156개로 늘었습니다.

통상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도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IT 플랫폼과 관련한 사고가 '초연결사회'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공적 영역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행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상 방송·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 제출 대상에는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2020년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정부가 감독 조사권을 갖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재산권과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데이터센터 규제법'이란 비판과 함께 무산됐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은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만 제도 안으로 들어와 있지, 재난 상황에 대비한 이중화 장치 등은 덜돼 있다"며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이런 제도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IT 보안 업계에서도 정부가 나서 데이터센터 등 기반시설 보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ESRC) 센터장(이사)은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예기치 않게 센터 입주 업체가 알려졌다. 해커들이 '포털사를 공격하면 대한민국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상황"이라며 "민간 업체이지만, 대국민 서비스이기에 범정부적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바닥면적이 1천500㎡ 이상인 업무시설·공장·창고, 노유자시설, 수련시설, 문화재, 종합병원 등은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속보설비가 설치된 소방대상물에서 화재가 발생, 경보기가 울리면 자동으로 119 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돼 즉각 출동이 가능하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데이터센터를 이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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