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공식 사과하더니…"제목엔 SPC 빼 달라"

[취재파일] 공식 사과하더니…"제목엔 SPC 빼 달라"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사고 이틀 만에 SPC 가 공식 사과했습니다

[현장영상] SPC

지난 15일 새벽, 그룹 SPC 계열사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작업자가 기계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입사 3년 만에 사고를 당한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며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인 1조 근무였지만, 사고 당시 혼자였던 것으로 확인됐고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사고 이틀 만에 허영인 회장의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사고 이후 SPC 측 입장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뜻밖의 요청을 듣게 됐습니다. "혹시 제목에서라도 'SPC' 를 빼줄 수 있겠냐, 대신 '평택의 한 공장'으로 넣어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요청 빈번합니다

경기 평택 제빵공장 20대 직원 기계에 끼어 사망

먼저 비단 한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취재하며 사측으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는 경험, 기자들은 여러 번 겪습니다. 또 과거 대기업 홍보 업무를 담당한 A 씨는 익명을 요구하며 "사안이 발생하면 언론 대응 매뉴얼을 그때 그때 마련한다"면서 "'사명을 빼 달라고 언론에 요청하자'는 지침을 내부적으로 공유한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나 공장 측에선 거듭 취재진에 연락하며 "유족이 원치 않는다",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가맹점 피해가 우려된다" 등 사명을 기사에 노출하지 말아 달라는 이유를 내놓습니다. 이번 SPC 측도 "다양한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어서, 다른 사업에 피해가 갈까 우려해 언론사들에 공통적으로 요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청들, 대부분 납득 어려운 설명이라 받아들인 적은 없습니다. 
 

23살 청년이 일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SPC 계열 제빵공장 관련 시위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보도 매뉴얼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드는 등 산재 사고 및 예방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작업자가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을 정도의 사고였다면 사업장의 안전 조치 의무 이행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번 사고가 난 공장에선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모두 37명의 사고 재해자가 발생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15명이 끼임 사고로 인한 부상이었습니다. 또 사망 사고 8일 전에도 한 작업자의 손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이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이나 안전 조치에 대해 사측과 현장 노동자들의 주장이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와 유족이 사측에 요청한 건 분명합니다. 사고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입니다. SPC도 직접 사명을 내걸고 사과한 만큼, 진정성 있는 대응을 기대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