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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한미 훈련 시작되면 도발 중단" 사실은?

[사실은] "한미 훈련 시작되면 도발 중단" 사실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지금까지 북한은 미사일 훈련을 하다가도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중단해왔지만, 핵 보유를 법에 못 박은 김정은은 이제 거침이 없다"며 "미국을 향해 갈 데까지 가보자는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사일 도발이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이는 만큼, 현재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읽힙니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과거 양상과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위원장의 주장은 사실인지 따져보고, 나아가, 정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 삼아 패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사실은 북한 미사일 도발

북한 미사일 도발은 김일성 집권기인 1984년 시작돼 지금까지 38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될 때 미사일 도발이 소강 상태를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끊임 없이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연도별, 월별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횟수를 살펴봤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38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전수분석 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 15일 출고된 SBS <뉴스쉽>기사 ▶'김정은의 미사일 정치… 언제 많이 쐈을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10월 15일 0시까지, 북한은 38년 동안 총 165차례 미사일 도발을 한 걸로 분석됐습니다. 우리 정부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 정부가 64차례, 문재인 정부 48차례, 이명박 정부 17차례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출범 다섯 달이 조금 넘은 윤석열 정부는 13차례였습니다. 북한 정권을 기준으로 보면, 김일성 정권 8차례, 김정일 정권 26차례, 그리고 김정은 정권 131차례입니다.

특히, 월별 합계 현황을 보면, 3월 29차례, 4월 18차례, 5월 27차례로, 봄 시기 도발이 전체의 44.8%에 달했습니다. 거의 절반입니다.

이 시기는 2018년까지 연례적으로 열렸던 한미 연합 및 훈련 시기와 겹치는 기간입니다. 북한이 한미 연합 연습 및 훈련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 미사일 발사

정진석 위원장의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보려면, 이 기간 중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했는지 확인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한미 연습·훈련 기간 중에 미사일 도발을 했는지 맞춰봤습니다.

사실은 북한 미사일 정진석

표를 보시면, 최근 10년 동안 한미 연습·훈련 기간 중 미사일 도발을 한 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하다가도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중단해 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북한 미사일

그런데 여기에는 다른 맥락이 있습니다. 

한미 연합 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듬해인 2019년 이후 폐지됐습니다. 키리졸브 연습은 2007년 시작된 지 12년 만에, 1975년 시작된 독수리 훈련은 4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훈련이 없어진 이후, 한미 군 당국은 훈련 기간을 대폭 축소한 '동맹'이란 이름의 연합 훈련을 연대급 규모에서 대대급으로 축소해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위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당시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기간은 매우 길었습니다. 이 긴 기간 동안,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미사일 도발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텔스기 혹은 전략폭격기같이 미군의 전략자산이 전개될 경우 도발을 자제해 온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 사실은팀이 한미 연습·훈련 중 미국 전략자산 전개일과 도발일을 비교해 봤지만, 겹치는 날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가령,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고 나흘이 지난 2016년 9월 13일, 미국은 두 대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전개했고, 같은 달 21일에도 B-1폭격기가 수원 공군기지에 착륙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없었습니다. 북한은 전략자산이 물러나고, 한 달 정도가 지난 뒤인 10월 15일 미사일 도발을 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한미 연습·훈련 기간 중에 미사일 도발을 간헐적으로 해왔지만, 미국 전략자산에 대해 전술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사일 도발을 피해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전략 자산 전개 여부에 상관 없이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겁니다. 가령, 지난달 23일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에 들어오자, 이틀 뒤 북한은 단거리 탄도탄을 도발했고, 지난 5일 핵추진 항공모함이 동해에 재전개되자, 그 다음날 또 단거리 탄도탄을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6일은 한·미·일 연합훈련이 진행됐습니다. 전략자산 전개 여부와 상관 없이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이 전술 무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전략 자산에 맞대응한다는 부담 때문에 도발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술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도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지금은 전략자산이 들어와서 훈련하고 있는 사거리를 계산해, 그만한 거리로 도발하기도 하는 등 대담해졌다"면서 "과거 훈련 기간에 도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패턴과 단순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민의힘 측에 물어봤더니, "과거 훈련은 기간은 몇 주에 걸쳐 진행됐기 때문에, 정 위원장이 말한 '훈련 기간'을 단순히 '모든 훈련 기간'으로 해석하는 것은 비약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없을 만큼 대담해졌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하다가도 한미 군사 훈련이 시작되면 중단해 왔다"는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말을 검증했습니다. 사실은팀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전수 분석한 결과, 훈련 중에 도발이 있었던 여러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 위원장의 발언을 문장 그대로 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다만, 과거 북한의 도발 패턴과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 위원장 측의 의 설명대로, '훈련 기간'을 '훈련 기간 중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기간'으로 좁혀 살펴보면, 미사일 도발 사례는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실은팀은 이런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진석 위원장의 발언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인턴 : 강윤서, 정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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