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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혼자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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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보육원을 나온 신선,

[신선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9살 때까지는 아버지랑 같이 생활을 했어요. 아빠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는데 그게 보육원이었던 거죠. '일주일만 있으면 아버지가 다시 데리러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하셨어요. 결국 데려가지 못하셨고요."

2015년 보육원을 퇴소한 손자영,

[손자영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보육원에) 거의 돌 지나고 바로 들어갔었던 거라, 1년이 지나면 다른 양육자가 오거나 저를 돌봐줬던 양육자가 금방 그만둬서 우리 가족은 뭔가 좀 다르구나,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어른이 된 두 사람은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만나고 있습니다. 두 사람처럼 보육 시설에 있던 아이들은 만 18살이 되면 시설을 나옵니다. 그렇게 사회에 홀로 나오는 자립준비청년이 한 해 2천여 명입니다.

[손자영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보육원에서 (퇴소한 날) 봉고차를 타고 회사로 가는 순간 갑자기 감정이 막 휘몰아치는 거예요. 이제 혼자 살아야 되는데 어떡하지 돈을 벌고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그때 울었어요."

[신선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LH 전세임대로 어느 정도 거주할 수 있다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생활하지, 나 지금 당장 취업을 해야 하는데 취업 준비 위한 비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미래가 좀 그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들은 똑같이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다른 열여덟 어른들을 위해 이사하는 법부터 기초생활수급비 계산까지, 자립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선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당사자들을 위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들이 직접 나와서 저희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도 하고 부동산 LH (전세임대) 계약하는 방법이라거나 아니면 자립정착금, 자립수당과 같은 자립 지원 제도를 신청하는 방법, 그리고 대학 생활을 위한 생활비, 그런 지원 정보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요."

자립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얼굴을 드러내고 대중 앞에 나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손자영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고민이 너무 됐죠. 왜냐하면 저는 좀 거짓말을 많이 했었어서 보육원에 산다는 거에 대해서 잘 안 밝히고. 당사자로서 활동을 하면 거짓말했었던 거를 다 정정을 해야 되는 거니까 좀 많이 걱정을 했었어요. 막상 목소리를 내니까 굳이 거짓말했던 것에 대해서 굳이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해서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신선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보육원에 산다는 걸 숨기기 위해서는 정말 작은 것부터 숨겨야 하거든요. 부모님이 뭐 하시냐는 질문, 제 이름이 신 씨잖아요. 그래서 어디 신 씨냐, 이렇게 물어보는 질문들 자체도 저한테는 되게 어려운 질문이었어요."

그럼에도 대중 앞에 서려는 이유, 손자영 씨는 보육 시설에서 만난 양육자의 일화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손자영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기억에 남는 양육자가 한 명이 있는데 되게 따뜻한 양육자였어요. 밤에 자기 전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귓속말을 해줬거든요. 한 시간 동안인가, '자영아, 오늘은 네가 엄마 설거지를 도와줘서 고마워' 약간 이런 맥락이었는데 다 다른 얘기를 해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걸 되게 확인해 주려고 했었던 그 마음이 되게 기억이 남아서."

그렇게 용기를 낸 다른 4명의 청년이 신선, 손자영 씨와 함께 아름다운재단에서 활동 중입니다. 갑작스럽게 사회에 나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두 사람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신선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지원들이 보호 종료 5년 이내에 많이 몰려 있다 보니까 5년 안에 자립을 해야 한다는 그런 인식들도 많은데 저는 자립이라는 게 굳이 뭔가 어떤 성과가 있어야 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계속 누군가한테 물어보고 그걸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혼자라고 생각할 때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들에 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손자영 /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저도 조금 20대 초반에 되게 냉소적인 사람이었거든요. 왜냐하면 혼자 해결을 하다 보니까 되게 세상은 날 안 도와주고 너무 해, 이번 생은 망했어,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혼자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취재: 백운 / 영상취재: 이승환 / 편집: 임재호 / CG: 전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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