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새벽 골목길서 피범벅 20대…'촉' 발동한 배송기사가 한 행동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새벽 배송기사가 심야 시간에 폭행을 당해 도망치던 20대 여성을 빠른 신고로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어제(13일) 종암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원룸촌 일대 배송을 담당하는 신 모 씨(43)는 지난 9월 19일 오전 5시 45분쯤 좁은 골목길에서 배송 차량을 운전하다 코와 입 주변이 피로 뒤범벅된 20대 여성 A 씨가 절뚝절뚝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신 씨가 차에서 내리자 곧이어 키 185㎝ 이상의 장신 남성 3명이 뒤쫓아왔습니다. 남성 가운데 한 명은 옷과 몸에 피가 묻은 상태였고, 이들은 도망치던 A 씨를 찾고 있었습니다.

폭행 사건이라고 의심한 신 씨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남성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신 씨는 기지를 발휘해 "그냥 배송하러 가겠다"며 이들을 안심시킨 뒤 차량에 올라타면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는 원룸촌 일대 배송 작업을 하면서도 골목 구석에 숨어 경찰, 소방과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성들을 피해 원룸촌 일대를 배회하던 A 씨를 다시 만났고, 여성이 현재 위치하고 있던 정확한 주소를 경찰에 안내했습니다.

경찰은 신 씨의 신고 3분 만에 도착해 폭행범들을 붙잡았고, 출동한 소방은 A 씨에 대해 구급 조치를 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남성들은 몽골 국적의 외국인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원룸 빌라가 많은 종암동 일대는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특히 심야 시간 범죄에 취약하다"며 "경찰 인력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새벽배송을 하는 쿠팡 배송기사가 목숨을 위협하는 추가 폭행을 막으며 범죄 예방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범죄 예방 공로로 배송기사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앞서 종암경찰서는 지난 5월 쿠팡 배송원 중 희망자를 '범죄감시 파트너스'로 위촉했습니다. 이는 성북구 관내에 24시간 배송하며 선발된 배송기사들의 도움을 통해 범죄나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수시로 받자는 취지로 진행됐습니다. 

A 씨를 구한 신 씨 또한 역시 파트너스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2년간 종암동 일대에서 새벽배송을 하던 기사로, 한 달 전에도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현장을 목격해 경찰에 신고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그는 "단순히 신고만 했는데 감사장을 받는다는 것이 쑥스럽다. 앞으로 골목 곳곳에 배송하면서 범죄 사건 예방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종암경찰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