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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불태우는 이유는?

안혜민 기자

작성 2022.10.16 09: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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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일러스트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어느새 10월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여름 다음 바로 겨울이 온 것처럼 요즘 날씨가 확 추워진 기분이 듭니다. 마치 가을이 사라진 것처럼요. 일교차가 큰 만큼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 관리에 유념하길 바랄게요. 아 참, 독자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이제 올해 남은 연휴는 없다는 사실을요. 올해의 최후의 공휴일인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라서 2022년 마지막까지 쉬는 날이 없어요. 앞으로 다가올 연휴 없는 겨울이 춥게만 느껴집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우리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어쩌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겨울을 보낼 곳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최근에 이란 소식 들어본 적 있나요? 히잡을 불태우고,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는 사진이 9월, 10월 종종 기사가 났었는데 말이죠. 오늘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란 이야기를 준비해봤습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란에서 가장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히잡 반대 시위가 오늘 마부뉴스의 주제입니다. 이란에게 하루빨리 자유의 봄이 찾아오길 바라면서 마부뉴스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구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불태우는 이유는?
 

이란 히잡 시위 상황 정리

히잡을 단속하는 도덕 경찰

2022년 9월 13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경찰이 22살의 마흐사 아미니를 체포했습니다. 체포한 이유는 히잡 착용에 문제가 있다는 거였죠. 이란에서는 도덕 경찰이 히잡 복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여성들을 체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미니가 구금 후 사흘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경찰은 아미니가 갑자기 심부전증을 앓다가 바닥에 쓰러졌고, 이틀 만에 혼수상태로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목격자들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아미니가 경찰에게 구타를 당했고 경찰차에 머리가 부딪히는 걸 봤다고 주장했죠. 거기에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며 경찰의 의견을 전면으로 반박했고요. CT 촬영 결과 머리에서 골절과 출혈이 발견되면서 아미니가 머리를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란 법의학기구는 여전히 강타나 구타가 아닌 질환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란 시민들의 시위

아미니의 의문스러운 죽음은 이란 사람들을 분노케 했어요. 9월 17일 아미니의 장례식이 있었고 이 날 이란의 첫 히잡 시위가 열렸죠. 여성 활동가들은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조직해서 운영했고, 이 흐름은 전국적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9월 17일부터 30일까지 이란 전역에 걸쳐 총 288건의 시위가 열리고 있는데 이란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어서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이란 인권단체에서는 10월 8일까지 최소 185명이 사망했고, 19명의 어린이도 사망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 "SNS를 차단하다"


시위대의 피해 규모가 정확하게 판단되기 어려운 건 경찰의 축소 발표도 있지만 인터넷 차단 때문도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SNS로 시위 장면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는데, 그 탓에 각 지역별로 발생하고 있는 피해 규모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거든요. 이란 당국은 예전 2019년 시위 때도 전국적으로 인터넷 액세스를 차단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마부뉴스가 구글의 데이터로 이란 트래픽을 분석해보니 확연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더라고요. Google 투명성 보고서에서 제공해주고 있는 국가별 트래픽 데이터를 가지고 한 번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9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유튜브와 구글 지도의 트래픽 변화인데 특정 시간을 기점으로 트래픽이 줄어든 게 한눈에 보일 거예요. 그 시간은 바로 시위 4일 차인 9월 21일 밤이었죠.
9월부터 10월 12일까지 이란 내 구글지도와 유튜브의 트래픽 변화

전 세계 인터넷 액세스를 모니터링하는 Netblocks의 분석도 비슷합니다. Netblocks에서는 이란에서 9월 21일부터 전국적으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플랫폼이 제한됐다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어요.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주요 SNS 플랫폼이 막힌 시점도 구글 서비스 트래픽 변화 시점과 유사한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란 사람들은 꿋꿋이 다른 SNS를 통해 시위 장면을 계속해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Q. 일론 머스크가 이란에서 스타링크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던데?

이란의 인터넷 통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는 이란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15,000대 이상 보내서 하루 15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란에서도…? 안타깝게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타링크가 이란에서 서비스되려면 우크라이나에서 처럼 단말기가 이란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란이 이걸 막고 있어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실제 스타링크가 이란 내에서 서비스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여성이 앞장서서 이끄는 시위


그런데 이번 시위는 이란의 과거 시위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이란의 시위 데이터를 살펴볼게요. 마부뉴스가 분석한 데이터는 ACLED 데이터야. ACLED는 Armed Conflict Location & Event Data의 앞글자를 따서 부르는 자료인데, 이 자료를 보면 전 세계 무력 분쟁 위치와 사건을 살펴볼 수 있죠. 9월 30일까지의 이란의 시위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이란에서 발생한 시위 현황, 주황색 막대는 여성 참여 시위

다른 때의 이란 시위와 다르게 올해 9월에는 주황색 막대가 보이죠? 주황색 막대는 시위 참여자 중에 여성이 포함된 시위를 표시한 건데 9월은 특히 그 빈도가 높습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이전 시위에도 초록색 사이에 조금씩 주황색 막대가 있긴 하거든요. 하지만 올해 9월은 전체 350건의 시위 중에 여성이 참여한 시위가 270건으로 77.1%를 차지할 정도로 여성의 목소리가 크게 터져 나오고 있어요.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 이란에서 여성 인권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번 시위의 이유가 되었던 아미니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죠. 이란의 도덕 경찰은 히잡 복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여성을 체포, 구금할 수 있습니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기존의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신정 체제로 전환되면서 여성 인권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어요.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창하는 종교 지도자가 집권하면서 이란 사회는 종교 율법을 기준으로 제단 되었고, 여성에 대한 가혹한 억압이 시작됐죠.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란은 직장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에게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했습니다. 적절하게 입지 않으면 바로 도덕 경찰의 단속 대상이 돼버리죠. 만약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제대로 가리지 않는 여성을 도덕 경찰이 발견할 경우엔? 경찰이 여성에게 채찍질을 가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어요. 현재까지도 그 법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현재 이란 대통령은 히잡을 완전히 착용하지 않는 경우엔 관공서, 은행, 대중교통 이용을 할 수 없게 했고 CCTV와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히잡을 제대로 입지 않는 여성들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사형 반대 시민운동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성 사형을 집행한 나라, 바로 이란입니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나라는 중국이지만 여성만 보면 이란이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이란 인권단체에서는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사형당한 여성이 최소 233명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06명은 살인죄, 96명은 마약 범죄로 추정되는데 주목해야 할 건 살인죄입니다.

이란 여성은 성차별적 사회 제도 밑에서 강제로 결혼을 해야 하거나 가정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가정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죠. 성차별적 관습이 이란 여성들을 폭력의 피해자로 두거나 또 다른 길은 범죄자가 되는 것, 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이란 여성들이 이번 아미니의 죽음을 두고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고요.
 

여성 운동 너머의 시위로


시위의 불길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많은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죠. 이제는 더 이상 여성들만의 목소리로 보기엔 이란의 여러 계층에서 분노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리지 않고 이란 정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NYT에서는 이번 시위를 두고 이란 건국 이래 최초로 여러 계층이 하나로 뭉친 시위라는 표현도 할 정도더라고요.

과거 이란 혁명의 주동 세력으로 꼽히는 에너지 산업 노동자층도 시위에 참여하는 모양새입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지난 1979년 이란 혁명 당시에 대규모 파업을 진행하면서 왕조의 몰락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들이죠. 이란의 핵심 산업 노동자들마저 현 정부에 분노를 표출하는 시위에 합세하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수많은 계층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에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걸까요? 그건 바로 이란의 경제 상황 때문입니다.
이란의 소비자물가지수

1960년부터 2020년까지 이란의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로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CPI는 기준시점을 100으로 두고 비교하고 싶은 시점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혹은 줄어들었는지 비교할 수 있는데, 마부뉴스가 분석한 월드뱅크 데이터는 2010년을 기준시점(100)으로 두고 있습니다. 2020년 이란의 CPI를 보면 수치가 무려 719.5! 2010년과 비교해보면, 12년 사이에 물가가 7배 넘게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엔 쌀값이 2배 폭등했고, 올해 5월엔 밀가루 값이 3배 폭등하면서 많은 이란 사람들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어요.

2018년부터 미국의 이란 제재가 이어지면서 이란의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란 원유에 대한 수입을 막으면서 이란의 주요 외화 수입원 원유 수출이 급감했고, 자연스레 정부의 수입도 줄어들면서 교역도 위축되고 있죠. 그 여파로 소비자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2020년 이란 정부는 IMF에 자금 대출을 신청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어요. 2021년엔 UN 회비조차 내지 못해서 UN 총회 투표권도 정지됐는데, 그나마 이건 우리나라 내에 묶여있던 이란의 동결 자금으로 납부하면서 해결했고요.

이란 정부는 미국 경제 제재를 이유로 시위의 근본 원인이 미국에 있다고 탓을 하고 있지만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진짜 근본 원인은 이란 정부에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거든요. 시위대는 현재 이란의 종교 국가 형태, 즉 신정체제를 끝내고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란의 경제학자들도 정부를 향해 재정 투명성, 정치적 투명성 등 더 나은 국정 운영 체제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경고했죠.
 

이란 시위와 함께하는 사람들

 
For the courageous women and men of Iran who are changing the world at this very moment, fighting for freedom.
We stand by you.


지금 이 순간 자유를 위해 세상과 싸우고 있는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남성들을 위해.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합니다.


프랑스의 대표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는 본인 인스타 계정에 머리를 자르는 장면을 찍으면서 함께 위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란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항의의 메시지를 뜻한다고 하죠. 마리옹 코티아르뿐 아닙니다. 이자벨 위프레, 쥴리에 뷔노시 등 수많은 프랑스의 배우들이 SNS 계정에 머리카락을 자르며 이번 이란 시위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출신의 스웨덴의 유럽의회 의원도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가 머리카락을 자르며 이란 시위에 응원을 보냈어요.
머리를 자르며 연대하는 사람들

단순히 응원의 메시지로 그치는 게 아니라 외교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캐나다 외교장관은 캐나다 주도로 세계 여성 외교장관들을 한데 모아 이란에 외교적 압력을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이번 이란의 시위가 잠깐의 분노 표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부에서 꾸준히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들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국제 앰네스티에서는 이란 정부의 유혈 탄압을 막기 위한 탄원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링크(https://www.amnesty.org/en/petition/end-the-protest-bloodshed-in-iran/)에서 탄원서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시위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공유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트위터와 인스타 등 SNS에서 꾸준히 시위 상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계정들이 있으니까요. 살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당연히 이번 주 마부뉴스를 주변에 공유해주는 것 하나의 방법이고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데이터로 살펴봤어요. 마부뉴스도 멀리서나마 이란의 용기 있는 시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게요. 혹시 독자 여러분은 시위나 연대 활용에 참여해본 적 있나요? 수요집회나 촛불시위 등 다양한 시위가 있는데 독자 여러분은 어떤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래 댓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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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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