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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서훈·박지원·이인영 등 수사 요청…"월북으로 단정"

감사원, 서훈·박지원·이인영 등 수사 요청…"월북으로 단정"

배준우 기자

작성 2022.10.13 23: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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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서훈·박지원·이인영 등 수사 요청…"월북으로 단정"
감사원은 오늘(13일) 오후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감사원은 오늘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57일 동안 감사를 벌인 결과 당시 5개 기관에 소속된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지난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수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감사원은 이들에게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대준 씨 발견됐는데 국가안보실 퇴근"


감사원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이 해수부 공무원이던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한 뒤에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지 않았고 관련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안보실과 국방부, 국정원, 해경 등의 초동 조치가 모두 부실했으며, 그 사이 이 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안보실은 이 씨 발견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보고받고도 '최초 상황평가회의'를 하지 않았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상황 보고만 올린 뒤 야근 없이 퇴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 판단입니다.

국방부는 "통일부 소관으로 군에서 대응할 게 없다"며 내부 회의를 마치며 떠넘겼고, 통일부는 국정원에서 추가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상황을 종료했습니다.

이들 기관은 이 씨가 참변을 당한 뒤에도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안보실은 당일 밤 10시쯤 이 씨 피살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튿날 새벽 1시 관계 장관회의 때 보안 유지를 당부하고 대통령 보고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제외했습니다.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그날 새벽 이미 퇴근한 담당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의 내용을 삭제 또는 차단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국정원 역시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습니다.

해경은 보안이 해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씨가 피살된 사실을 전달받고도 계속해서 실종자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을 벌였습니다.
 

"월북 가능성 낮은 자료, 의도적으로 제외"

감사원

감사원은 이 씨의 자진 월북 여부와 시신 소각 여부에 대한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의 판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먼저 자진 월북 여부에 대해서는 당국이 이 씨의 월북 의도가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았고, 자진 월북 결론과 배치되는 사실은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봤습니다.

안보실은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 30분쯤, 이 씨의 피살 사실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하고 당일 오전 10시쯤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면서 '자진 월북'으로 판단하는 종합 분석 결과를 보고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습니다.

이 씨가 해수부 어업지도선의 다른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됐다는 등의 내용도 언급한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어업지도선 구명조끼 수량에 이상이 없었고, 이 씨가 착용한 구명조끼에 한자(漢字)가 적혀 있어 남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은 무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안보실이 이 과정에서 다른 기관들에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렸다는 사실도 이번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또 국방부가 애초 이 씨의 시신이 북한군에 의해 소각됐다고 인정했으나, 안보실 방침에 따라 불확실하다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답변하는 등 공식 입장을 변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국방부는 북한으로부터 25일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내용의 대남통지문을 접수한 뒤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경청장 "난 안 본 걸로" 증언도 나와


해경의 수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감사원은 해경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의 은폐, 실험 결과의 왜곡,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생활을 공개해 이 씨의 월북을 단정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배에 남겨진 슬리퍼가 이 씨의 것이었다거나 꽃게 구매 알선을 하던 이 씨가 구매 대금을 도박 자금으로 탕진했다는 등 해경이 발표한 월북 동기는 확인되지 않거나 근거 없는 내용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 조사에서 해경 관계자는 당시 청장이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핵심 증거와 관련해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는 발언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해경은 또 이 씨의 발견 지점이 실종 지점으로부터 북서쪽인 데 반해 국립해양조사원 등의 표류 예측 결과는 남서쪽으로 나온 데 대해 이 씨가 '인위적 노력'으로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자연 표류해 북한 해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는 제외해달라고 요구했으며, 더미 실험, 수영실험 결과 등도 왜곡했습니다.

이 밖에 해경은 범죄 심리 전문가 등 7명 중 2명만 월북 가능성을 언급했는데도 이 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번 감사는 국방부와 해경이 지난 6월 16일 기존 발표를 뒤집고 이 씨의 월북을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감사원이 9개 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하며 시작됐습니다.

특별조사1과를 비롯해 감사 인력 18명이 TF 개념으로 팀을 구성해 감사에 투입됐습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감사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중 문책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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