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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전투기 띄우고 저수지 미사일 쏘고…북한은 왜 이러나

안녕하세요. SBS 통일외교팀 김민정입니다. 애매하고 까다로운 외교, 국방, 통일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 두 번째 시간입니다. 연일 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며 한반도 긴장을 끌어 올리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지난 5월 이후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22발이나 집중적으로 쐈습니다. 특히 최근 2주 사이엔 6차례나 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 10월 14일 기준)

한동안 해빙 분위기였던 남북 관계가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북한이 이렇게 강경 모드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요?
 

미사일 쏘고 또 쏘는 북한의 속내는?

북한이 올 한 해 미사일을 발사한 건 모두 25차례. 면면을 살펴보면 이 가운데 탄도미사일이 23차례, 순항미사일이 2차례였습니다. (※10월 14일 기준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북한이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온 단거리 탄도미사일입니다.
 
1,000km 이하 거리를 날아가는 미사일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하는데 사정 거리로 계산해보면 주한미군 기지 6곳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 2곳까지도 때릴 수 있습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사정 거리 5,500km 이상 장거리 탄도미사일 ICBM의 개발과 시험 발사로 위력을 과시해오던 북한이 갑자기 왜 이렇게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집중하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를 추적하다 보면 나오는 이름이 있으니 바로 '11월의 대사변'입니다.
 

'11월의 대사변'…핵 무력 완성 선언한 북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시기를 거칠게 두 시기로 나눠보면 우선 2017년까지를 크게 1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낡고 후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70발, 80발 집중적으로 쏘며 역량과 한계를 시험했습니다. 그런 뒤에 한층 본격적인 개발에 나선 게 2015년부터 2017년까진데 이때 바로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게 됩니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2017년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쏘더니 9월에 6번째 핵 실험을 하고 장거리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죠.

급기야 11월 29일 또 다른 장거리 미사일인 화성-15형을 쏘아 올리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이란 걸 선언합니다. 이게 바로 '11월의 대사변'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이렇게 매달린 건 결국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그 결과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리게 됩니다.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2017년 8월) : 미국을 위협하면 북한은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정말로 때리는 이른바 '코피 작전'까지 거론되면서 한반도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 위기 상황까지 치달았습니다.
 

판문점부터 하노이까지…태세 전환 거듭한 북한의 속내

그런데 이후 북한의 입장이 조금 묘해지기 시작합니다. 2018년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대화와 협박이란 '두 개 카드'를 동시에 꺼낸 겁니다. 미국을 향해선 날을 더 세웠고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2018년 신년사) :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

우리에겐 남북 관계 개선 메시지를 냈고 잘 아시듯 평창올림픽 대표단 참가를 제안해왔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2018년 신년사) :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남북 대표단이 공동 깃발을 들고 나란히 올림픽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습과 함께 별안간 한반도에 순풍이 불었습니다. 두 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수행원 없이 대화를 나누고 가수 지코가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파격적인 모습까지 연출됐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를 디딤돌 삼아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를 각각 판돈으로 건 북미 간 협상이 시작되자 더는 우리가 필요 없어진 듯 노골적으로 냉대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때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이런 내용의 친서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문제들에 문 대통령이 보이는 과도한 관심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꿈을 꿨던 두 스트롱맨의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노 딜(No Deal)'.

북한의 무력 도발은 다시 시작됐고 결국 우리 정부가 건설비와 유지비 235억을 부담한 북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하면서 한반도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북한의 7차 핵 실험...'게임 체인저' 될 수 있는 이유

'노 딜'로 끝난 하노이회담 직후 북한은 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위력은 낮아도 그만큼 실제 사용 가능성은 큰 전술핵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에이태큼스, 초대형 방사포에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미사일까지 이때 집중적으로 시험 발사를 했습니다.

이 미사일들은 미 본토를 타격하는 전략무기보단 위력과 사거리가 작습니다. 거리로 치면 우리 한반도 전역과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의 사세보항 정도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죠.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주한미군부터 시작해서 주일미군, 태평양 함대 특히 괌 기지라든가 여기를 만약에 실질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됐다, 이건 얘기가 좀 달라지거든요.]
 
미국 본토를 때리는 것보다 핵 버튼을 누를 때 심리적 문턱이 훨씬 낮아지는 만큼 오히려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실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은 이미 2016년에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를 했다고 주장해왔는데요. 이걸 더 작게 만들어서 최근 수년간 집중적으로 개발해온 미사일에 장착시키는 식으로 활용도를 높이려 할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미 정보당국이 한 달 안에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의 7차 핵 실험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7차 핵 실험 준비를 다 마쳤다고 하죠. 이번 핵 실험은 차원이 다릅니다. 사실상 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도 6차 핵 실험에서 끝냈거든요. 그래서 6번의 핵 실험, 6을 매직 넘버라고도 부르는데 북한이 7차 핵 실험을 단행하면 그걸 아예 넘어서는 겁니다.

이번 7차 핵 실험에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핵 소형화, 경량화 실험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국내외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거는 소형화를 위해서는 최소 3회 정도는 실험을 해야 된다는 거예요.]

북한이 2018년 '폭파쇼'를 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빠른 속도로 복구하는 모습이 포착된 상황입니다. 특히 아직 핵 실험에 쓰이지 않은 3, 4번 갱도 가운데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고 지표면 깊이도 비교적 얕은 3번 갱도, 여기 복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종섭/국방장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 더 소형(핵무기),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 (6차 핵 실험 때보다) 더 위력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저희들이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이 실제 7차 핵 실험을 한다면 시기는 언제일까요? 10월 16일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이후 그리고 미국의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 8일 이전, 중국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시기를 택할 거라고 정보당국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7차 핵 실험의 가능성이 높아진 요즘 북한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미사일 도발을 하고 나면 관영매체를 통해 미사일 발사 성공을 과시해왔거든요.
 
[북한 조선중앙TV (2022년 1월) : 발사된 2발의 전술유도탄들은 목표 섬을 정밀 타격하였으며 상용전투부의 폭발 위력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된다는 것이 확증되었다.]
 
그런데 5월 이후부터는 미사일 도발을 한 뒤 어떤 발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게 더 위험한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이전까진 개발에 목적을 둔 발사였다면, 이제는 실전 배치 단계에 접어든 걸로 보여요. 굳이 과시할 이유가 없는 거죠.]
 
이전까진 자신들이 이런 무기를 갖고 있다고 드러내놓고 홍보하는 식으로 상대를 위협해왔다면 이제부턴 이걸 일상적으로 수시로 발사하며 실전 배치하는 모습을 연출해 위협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으로선 7차 핵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실전 배치된 이 미사일들에 핵을 탑재하겠다고 위협하며 한반도 전역과 주한미군, 주일미군을 강도 높게 압박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폭풍 전야' 한반도...'동북아 화약고' 전망은

북한의 미사일 실전 배치와 7차 핵 실험을 앞둔 지금 한반도 안보 시계는 2017년보다 더 험악해 보입니다. 조만간 움직이는 잠수함에서 발사가 가능한 SLBM을 북한이 시험 발사할 동향도 감지되고 있고요. (※10월 14일 기준) 7차 핵 실험과 함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다시 한번 미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번에는 이전처럼 이 장거리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는 게 아니라 정상 각도로 쏘아 올려 태평양 공해상으로 떨어뜨리는 식의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는 최근 수십 년 사이 최고조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7차 핵 실험 말고도 북한이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만한 중대한 위험 요인이 두 개 더 있습니다. 하나는 미-중 갈등입니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지만 중국이 타이완을 무력으로 침공할 경우 미국은 이 전쟁에 미군을 개입시키겠다는 얘기를 점점 더 분명하게 하고 있는데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 (5월 미일 정상회담 직후) : (타이완 방어를 위해 군사적 개입을 할 의향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책무입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4연임에 나설 시기와 타이완 내부 선거 일정이 맞물려 양측의 긴장이 높아질 2027년을 변곡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미군의 개입으로 확전이 될 경우 미국이 우리에게 동맹국의 역할을 적극 요구할 수 있죠. 그랬을 때 중국은 북한에게 손을 내밀 거라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러시아가 핵 버튼을 누를 가능성인데요. 미국까지 가세해 전쟁 양상이 악화 되면 중국의 선택, 그리고 북한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 정세까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급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주 접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소식에 우리가 익숙해져서도, 피로해져서도 안 되는 이유이자 북한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분석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기획 : 정윤식 / 영상취재 : 이재영 / 콘텐츠디자인 : 장지혜 / 편집 : 정용희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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