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한글날 연휴에 전북 무주에서 일가족 5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는데, 같은 날 경북 포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 모텔에서 관광객 3명이 가스보일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요즘 날이 쌀쌀해지면서 보일러 다시 켜는 시기인데, 안전한지 미리 꼼꼼히 살펴보셔야겠습니다.
김상민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포항의 한 모텔입니다.
지난 9일 오후, 이곳에서 60~70대 관광객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1명은 당일 바로 숨졌고, 나머지 2명도 그제(10일)와 어제 차례로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가스보일러에서 빠져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 : (객실 공기 일산화탄소 농도가) 800에서 1천ppm까지 나왔어요. 그 정도면 성인 남자가 한 3시간 정도 숨 쉬면 사망에 이르는 수치에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세 사람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는 구두 소견을 전달했습니다.
경찰은 모텔 업주가 3년 전 비가 새는 탓에 누수 지점을 확인할 목적으로 천장에 구멍을 냈다고 하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배기관을 통해 바깥으로 내보내야 하는 가스가 이 구멍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추정입니다.
1995년에 지어진 이 모텔은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보일러실에 설치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 : 보일러실에 있는 경보기는 일산화탄소가 누출이 안 됐기 때문에 당연히 작동이 안 됐죠, 일산화탄소는 저 위에 5층에서 일어난 사달인데.]
관련 법은 경보기를 가스보일러 주변 등에 설치하도록 했는데, 이번처럼 보일러기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날 경우 공기 상태를 제때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경찰은 모레 현장 합동감식을 거쳐 모텔 업주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할 예정입니다.
또 한 달 전 보일러 배관 보수 공사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공사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신경동 TBC, 영상편집 : 유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