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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산', 이젠 지하로 숨었다…불법 매립 현장 팠더니

<하정연 기자>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인천의 한 쓰레기 산입니다.

지난 2019년에 외신까지 보도됐던 의성 쓰레기산 사태 기억하실 것입니다.

당시에 20만 톤 넘는 불법 폐기물들이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적이었는데요.

최근에는 그런데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없는, 흙과 비슷하게 생긴 건설 폐기물들을 땅속에 불법 매립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해서 저희가 그 현장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경기도 파주의 한 농지.

멀리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잡초만 무성하고 바닥이 마치 모래밭 같습니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콩을 경작하던 농지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 전체가 자갈밭으로 변해버린 상태인데요.

보시다시피 이 안에 폐비닐이 이렇게 묻혀 있고, 철근부터 시작해서 폐타일 그리고 폐목재까지 이렇게 나뒹굴고 있는 상태인데, 이 안에 이런 산업폐기물들이 가득 묻혀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한번 직접 땅을 파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불법 매립된 폐시멘트가 안에서 굳어버려 땅이 파지지도 않고, 잘게 부서진 폐석재들이 군데군데 박혀 있습니다.

시꺼먼 물질도 덩어리째 나오는데 심한 악취가 진동합니다.

석재 가공 폐기물인 무기성 오니, 일명 슬러지입니다.

육안으로는 일반 흙과 구분이 쉽지 않은데, 농작물에 악영향을 미쳐 농지 매립이 금지돼 있습니다.

좋은 흙으로 성토해주겠다며 땅 주인에게 접근한 폐기물 처리 업자가 건설 폐기물을 부숴서 묻어버린 것입니다.

[A 씨/토지주 가족 : (업자가) 아버지한테 나라에서 좋은 흙으로 바꿔준다, 무상으로. 좋은 흙으로 바꿔주겠다고 하니 하겠다고 했는데….]

땅은 이미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오염됐습니다.

[A 씨/토지주 가족 : 중금속 성분 검사를 했는데 중금속이 나왔어요. 그것들이 지금 땅에 스며든 상황이기 때문에 농사를 못 짓는 땅이 된….]

충남 천안의 한 마을.

지금 저희가 굴착기를 이용해서 땅을 파 보고 있는데요.

산업 폐기물은 물론이고 생활 폐기물들까지 계속해서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한 재활용 업자가 건설 폐기물을 묻고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입니다.

[마을 주민 : 몰랐으니까 그냥 지나치고 여태까지 있던 거지.]

이 일대가 전부 농지인 데다 바로 옆에 지하수 관정도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 이 밑이 다 벼농사하는 데잖아요.]

[김분희/마을 주민 : 몰랐으니까 그냥 지나치고 여태까지 있던 거지. 우리 그 지하수 다 먹었어요. 침출수하고 내려오는 물하고 섞여지는 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잖아요.]

전국 곳곳에서 건설 폐기물 불법 매립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활 폐기물과 달리 석탄재, 무기성 오니와 같은 건설 폐기물은 토목 공사장 등에서 지반을 다지는 성토재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골재업체가 폐기물을 재활용 업체에 돈을 주고 넘기면 폐기물을 성토재로 만듭니다.

현행법상 중금속 기준이 일정 기준 이하여야 하고, 일반 토사와 50대 50 비율로 혼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재활용 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런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폐기물 업계 관계자 : 토사를 사오려면 비용이 들어가잖아요. 5대 5를 섞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3대 7을 섞었다고 하면 비용이 줄어들 거 아니예요. 이익을 추구하는 거죠. 그러니까 법을 잘 안 지키죠.]

지하로 숨고 있는 쓰레기산, 주민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김용우·양지훈,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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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폐기물 불법 매립 문제 취재한 하정연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심각성 비해 허술한 이유?

[하정연 기자 : 건설 폐기물 불법 매립은 토지나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져서 그 심각성이 굉장히 큰데도 감시 체계가 상당히 허술했습니다. 재활용된 폐기물이 어디에 성토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관리 감독도 가능할 텐데, 지금은 지자체에 자진 신고하는 방식이라 신고를 하지 않고 작업하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또 지자체에서 현장에 나가도 현장에서는 50대 50 비율로 제대로 혼합됐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김영진/국회 환경노동위원 : 처리 과정 전반이 관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지자체는 불법적인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합니다.]

Q. 환경부 입장은?

[하정연 기자 : 환경부가 불법 폐기물 투기나 매립을 막기 위해서 배출부터 운반 처리 과정을 입력하게 하는 전자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는 합니다. 바로 '올바로' 시스템이라는 것인데요. 그런데 재활용되는 건설 폐기물의 경우에는 유통 과정까지는 입력하게 되어 있는데, 최종적으로 성토가 어디로 되는지, 그 장소와 그리고 정확한 물량은 입력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종의 감시 사각지대인 셈이죠. 이 환경부는 SBS 취재에 올바로 시스템에서 최종 재활용 단계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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