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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김정은의 미사일 정치…언제 많이 쐈을까

북한 미사일 도발 38년史 전수분석

[뉴스쉽] 김정은의 미사일 정치…언제 많이 쐈을까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0월 15일 0시 현재 북한은 올 들어 27번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미사일 도발을 가장 많이 했을 때가 2016년 23차례였는데, 올해 이미 당시 도발 횟수를 넘어섰다. 물론, 공식 기록 기준이다.

북한은 늘 그렇듯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이다. 다만, 북한 역시 국제 정치의 행위자임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국내외 정치 역학 속 북한의 전략과 의도가 무엇인지 진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반도가 '동북아 화약고'가 되는 전초전인지, 아니면,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일상적 도발인지, 우리가 면밀히 분석해야 할 대목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간 학계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들을 참고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38년의 역사를 전수 분석했다. 북한 '미사일 정치'의 패턴을 통해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북한 미사일
북한이 지난 10일 공개한, 저수지 발사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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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미사일 도발이 가장 많았던 해


사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현황을 분석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해 남북 주장이 다른 경우도 여럿 있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연구 별로 약간의 오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전체적인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 무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분석의 통일성을 위해,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의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주요 활동 분석' 연구 방법을 준용했다. 일단 정보 당국이 파악한 모든 미사일을 집계했으며, 도발 그 자체가 중요한 만큼 실패도 합쳤다. 방사포는 제외했지만, 300mm 신형 대구경 방사포 로켓(KN-09, KN-16)은 포함했다. KN-09과 KN-16은 단거리 미사일에 버금가는 위협적 무기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을 참고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핵위협방지구상(NTI)의 데이터베이스, 국방부와 합참의 공식 발표, 언론 보도를 통해 보완했다. 시점은 10월 15일 0시 기준이다.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공식적인 북한의 첫 미사일 도발은 1984년 4월 9일, 전두환 정권 당시로 기록돼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B(화성-5호)를 시험 발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정권 수립 직후부터 지금까지 60년에 달할 정도로 오랜 역사가 있다. 북한은 1970년대 후반부터 옛 소련의 미사일 기술을 배워오고, 이집트에서 수입해온 스커드 미사일을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체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산된 미사일이 '스커드B'와 '스커드C'로 알려졌다. (허문영, 남북관계 지식사전, 통일부 통일교육원, 2011)

다만, 첫 발사 당시에는 지금처럼 언론에 기민하게 보도되지는 않았다. 정보력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발사 몇 달이 지난 뒤, 한국 언론은 미국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미사일을 자체 생산했고 시험 발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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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도발의 공식… 언제 많아졌을까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위에서 분석한 결과를 다시 세부적으로 나눠 살폈다. 1984년 4월 9일 이후 38년의 기간 동안 북한은 총 165차례 미사일 도발을 한 걸로 분석됐다. 남한 정부를 기준으로 보면, 전두환 정부 2차례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가 64차례로 가장 많았다. 문재인 정부 48차례, 이명박 정부 17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다섯 달이 조금 넘었지만 15일 0시 현재 13차례였다.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북한 정권을 기준으로 보면, 김일성 정권 8차례, 김정일 정권 26차례, 그리고 김정은 정권 131차례였다.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미사일 무기 체계를 강행하려는 시도는 북한 체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정치·군사적 핵심 방어체계이자 경제적 주요 외화 수입원이기도 하다. (허문영, 남북관계 지식사전, 통일부 통일교육원, 2011)

특히, 김정은 정권 시기 미사일 기술 개발과 도발이 급증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미사일 정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3차례나 열리고, 이듬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돼 화해 무드가 조성됐지만, 당시에만 도발 횟수가 잠시 줄었을 뿐이다.

남북정상회담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두 정상이 백두산에 올랐다.

최근 동향이 중요하므로,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도발만 따로 추려 재분석했다.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월별로 분석하면 총 131차례 미사일 도발 가운데, 3월이 26차례로 가장 많았고, 5월이 16차례, 4월이 14차례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절반 가까이(42.7%)가 봄에 집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기는 연례적으로 열렸던 한미 훈련,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과 겹치는 기간이었다. 이들 훈련은 2019년 폐지됐다. 북한이 한미 연합 연습 및 훈련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잦은 미사일 도발 역시 한미 연합훈련 기간과 겹치는 만큼, 그간의 경향성에서 이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에서도 비슷한 기간 군사 훈련이 있는 점도 비슷하다. 12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동계훈련이 진행된다. 북한의 훈련 역량이 결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특히, 이 기간은 김일성 생일이자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4월 1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1위원장 추대일(4월 13일), 김일성 대원수 칭호 수여일(4월 13일), 김정일 원수 칭호 수여일(4월 20일), 조선인민군 창건일(4월 25일) 등 굵직한 정치적 기념일들이 몰려 있다. (홍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주요 활동 분석, 통일연구원, 2017) 미사일 도발을 통해 북한 내부적 결속을 추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남한의 정치 역학과도 관련이 있을까. 이번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달의 전후 3개월을 기준으로 미사일 도발 횟수를 분석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교체기 3차례, 박근혜-문재인 정부 교체기 15차례, 문재인-윤석열 정부 교체기 11차례, 총 29차례로 계산됐다. 김정은 집권기 전체 미사일 도발의 22.1% 정도가 이 시기에 몰려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미 연합 훈련과 정권 교체기가 같아진 만큼 상관성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미사일 정치'가 남한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며 영향을 끼치기 수월해졌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은 유추할 수 있다.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의 상관 관계는?


북한 핵실험

문제는 당연히 핵이다. 우리가 지금껏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미사일이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송 수단이기 때문이다. 군 당국도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사실 앞서 제시한 첫 번째 표를 보면, 핵실험이 있었다고 해서 유난히 미사일 발사가 많았다고 볼 수는 없다. 미사일 도발이 몰려 있는 일종의 '시즌'이 있고, 그 시즌이 꼭 핵실험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미사일을 발사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리 바라볼 부분이 있다. 추가 분석 결과,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와 핵실험은 어느 정도 상관성이 있었다. 멀리 날아가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쐈을 시기와, 핵실험을 한 시기가 비슷하게 겹쳐 있다는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북한은 핵실험 전후로 100일 안에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해 왔다.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즉,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의도적으로 잘 맞춰서 연쇄적으로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핵실험을 통해 '파괴력'을 입증하고,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통해 '수송력'을 과시하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그간의 패턴만 고려하면, 올 들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 차례, 특히 지난 12일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도발한 한 만큼, 그간 핵실험의 패턴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식의 공식을 온전히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는 복잡한 맥락이 있다.

지금까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을 '연쇄'시키는 북한 전략의 시선은 미국에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자신들의 파괴력 있는 핵무기가, 장거리 수송력을 지닌 미사일과 결합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다는 '위협'과 동시에, 이를 지렛대 삼아 외교적 실리를 추구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이는 초강대국 미국과 적대적 '균형'을 맞추는 전략에 가까웠다. 북한은 이를 통해 "남한과 일본 같은 나라 빼고, 단 둘이 얘기하자"는 '양자 대화'를 말해 왔다.

달리 말하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은 초강대국 미국과 양자 대화를 할만큼 체급이 크다는 과시의 수단이었다. 핵실험의 주된 시선은 '미국'을 향해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김정은 트럼프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미 두 정상이 악수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6월과 2019년 2월, 북한과 미국의 정상은 두 차례에 걸쳐 만났다. 2019년 6월에는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 모이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의 양자 대화가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인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 "정상 간 약속했던 남북교류 및 주요 경제 교류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 "이게 모두 우리 정부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는 식의 주장을 반복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현황과 향후 전망, 이슈와 논점 1532호, 2019년 12월)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났다.

남북미 판문점 회담 직후인 2019년 7월,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기 시작한다. 그해 말까지 거의 매달 미사일을 쐈다. 연말까지 북한은 11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했다.

그런데, 당시 도발한 미사일은 모두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었다. 미국 본토로 날아갈 미사일이 아닌, 남한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대남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과 도발에 집중해 왔던 것이다. (성기영,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배경 및 남북관계 전망, 이슈브리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권 141호, 2019년)

그리고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에서 "전술핵 탄두에 대한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고 썼다.

뉴스쉽 북한 미사일 도발

전술핵은 전략핵에 비해 파괴력은 약하지만, 실제 사용 가능성은 큰 핵무기다. 즉, 멀리 있는 미국에 대한 장거리 위협을 너머, 실제로 단거리에 있는 남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의 수단이 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의 공식이 서서히 깨지는 대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당시 훈련에 대해 "우리의 전쟁 억제력 가동 태세에 대한 검증인 동시에, 적들에게 우리의 핵 대응 태세, 핵공격 능력을 알리는 분명한 경고, 명백한 과시가 된다"고 훈련 결과를 평가했다.

정리하면, 과거의 6차례의 핵실험 전후 미사일 도발은, "우리 핵의 파괴력과 수송력을 보라, 미국 긴장해야 한다, 그러니 양자 대화 나와서 우리 요구를 들어라"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형국은 "우리 정말 남쪽에 쏠 수 있는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읽힌다.

뉴스쉽 김정은 미사일 전수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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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국제 정세, 우리는 어떻게?


결국, 지금의 미사일 도발은 그간의 패턴에서 어느 정도 이탈된, 특이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국제 정세와 맞물리며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의 핵 위협은 핵 사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세계에서 핵 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러시아의 이 같은 전략은 다른 핵 보유국, 혹은 핵 보유를 주장하는 국가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푸틴 바이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런 정세 속에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명확해지는 신(新)냉전 조짐도 비관적인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간 철군, 미-사우디와의 동맹 관계 균열 등에서 볼 수 있듯, 중동에서 서서히 발을 빼고 있는 미국은 전략적 역량을 중국에 쏟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미국의 시선은 자연히 동북아를 향하고, 여기에 북핵 문제까지 얽히고설켜 대치 전선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시진핑 3연임이 결정될 16일 공산당 대회 이후, 북한이 핵실험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사실 우리 공동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이 돼 있다. 너무 많이 쏴서 큰 뉴스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격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의 미사일 도발이 그간의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동북아 국제 질서에 함축하는 바는 적지 않다. 김정은 정권 역시 우리의 태연함을 모를 리 없을 것이며, 더 강한 자극을 만지작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단순히 선악 개념을 넘어, 미사일 도발을 통해 북한이 국제 정치를 다루는 방식, 나아가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의 문양을 뉴스쉽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과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구성·편집 : 이경원기자 / 콘텐츠디자인 : 옥지수 / 인턴 : 강윤서·정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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