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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 떨어진 미사일, 아찔했던 순간…다시 일상 깨진 키이우

놀이터에 떨어진 미사일, 아찔했던 순간…다시 일상 깨진 키이우
1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곳곳의 도시에 미사일을 퍼부으면서 수개월간 가까스로 계속된 키이우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포탄이 공원 놀이터 바로 옆에 떨어지거나 보행자 교량을 스쳐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고, 혼비백산한 시민들이 대피한 지하철역은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BBC 등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인 이날 오전 8시 15분쯤 키이우에 날아온 미사일 중 한 발은 키이우 도심 셰우첸코 공원에 떨어져 공원 놀이터를 타격했습니다.

놀이터 바로 바깥쪽 바닥이 움푹 팼고 놀이기구는 휘어졌으며 나무가 꺾였습니다.

미사일이 떨어질 때 8살 난 딸과 함께 공원 인근에 있는 어린이병원에 가는 중이었던 드미트로 올리즈코 씨는 가디언에 "병원에 있는 부모들이 아이들 모두 이 놀이터에 놀러 온다고 했다"며 "두 시간 늦게 폭격이 있었다면 놀이터는 아이들로 가득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공원에는 우크라이나어로 글을 써서 러시아의 탄압을 받은 19세기 우크라이나 국민 시인 타라스 셰우첸코의 동상이 있습니다.

보행용 다리인 클리치코교 바로 옆에도 미사일이 떨어졌습니다.

2019년 개통된 이 다리는 유리로 된 바닥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으로, 폭격의 여파로 일부 구간 유리가 깨져 나갔습니다.

한 보행자가 다리 위를 걷던 중에 미사일이 떨어지자 깜짝 놀라며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르비우발 키이우행 야간열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근방을 지나던 중 다리가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는 것을 목격한 소설가 빅토리아 아멜리나 씨는 가디언에 "다리에 맞았더라면 크림대교에 대한 이상한 복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발 이틀 만에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곳곳에 미사일을 퍼부었습니다.

크림대교 사건으로 자존심에 상처가 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부 강경파들의 비판에 보복성 공습을 강행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전투가 주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벌어지면서 전쟁 발발 직후의 대혼란에서 겨우 빠져나와 비교적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키이우 시민들은 다시 공포에 빠졌습니다.

한 주거용 건물 앞에서 파편을 치우고 있던 콘스탄틴 슈톤(47) 씨는 NYT에 "우리는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라며 "사람들도 느긋했기 때문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을 때 아무도 바로 대피소로 달려가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루 전만 해도 주말의 쇼핑객으로 붐볐던 지하철역은 대피소가 돼 수천 명 시민들로 들어찼습니다.

아내, 4살 난 딸과 함께 지하철역으로 대피한 파울로 파호모우(33) 씨는 "러시아가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있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포감도 있지만, 끝까지 러시아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도 표출됐습니다.

공습 당시 키이우 시의회로 출근하는 길이었던 나디아 카추크(67) 씨는 "전쟁이 시작됐을 때도 우리 가족은 키이우를 떠나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계속 일을 하며 승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트위터에 지하철역에서 대피 중인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젤렌스카 여사는 "그들(러시아)은 우리를 겁박하고 부수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노래를 부른다"라고 썼습니다.

이어 "진실은 우리 편에 있다"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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