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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존엄한 죽음' 택해도 10명 중 9명 항생제 맞는다

<앵커>

다음은 우리 사회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 전해드리겠습니다. 단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무의미한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10명 가운데 9명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항생제를 맞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거부한 말기 암 환자입니다.

의료진은 항암제는 물론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투석, 수혈, 혈압 상승제를 투약할 수 없습니다.

영양과 산소 정도만 공급할 수 있습니다.

[박다솔/강남세브란스병원 간호사 : 수액이 주사 라인으로 잘 들어가는지 봤고, (환자분이) 기관삽관을 하셨는데, 삽관 삽입 부위 주변을 봤습니다.]

국내에서 140만 명이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서약했습니다.

최근에는 의식이 있을 때 환자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전미진/연명 의료 중단 폐암 환자 보호자 : (어머니가) 가족들한테 너무 부담 주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시면서, 같이 상의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혼자 결정하신 거여서 좀 서운하기도 했어요.]

세브란스병원이 연명 의료를 거부한 말기 환자 1,734명에 대해 사망 전 일주일 동안 항생제 투약 실태를 조사했더니 91%에서 쓰였습니다.

두 종류의 항생제는 60.1%, 세 종류도 18.2%에서 투약됐습니다.

항생제를 써야 할 의학적 단서가 있는 사례는 드물었습니다.

[한상훈/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 혈압이 떨어졌을 때 혈압을 올리는 약을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는 아주 고도의 내성을 가지는 세균을 치료하는 항생제가 투여되고 있는 환자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에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말기 환자의 임종 시기에 항생제 사용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한상훈/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 적절하지 않은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내성균주의 출연을 초래를 악화할 수 있는 면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는 연명 의료 중단을 택한 환자의 70.9%가 항생제를 거부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장성범·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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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항생제, 임종 환자에게 득 될까?

[조동찬/의학전문기자 (전문의) : 말기 환자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겠지 하고 의료진이 처방하는 건데, 실제로 득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정작 환자들은 정보가 부족한 상태라는 건데요.]

[최정미/강남세브란스병원 연명의료 코디네이터 : 심폐소생술 (여부) 인공호흡기 착용(여부)만 알고 계시지 그외 다른 항목들은
거의 모르시고 와서 이제 저희가 어쨌든 설명을 드리고 있습니다.]

[조동찬/의학전문기자 (전문의) : 말기 환자의 항생제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데 우리도 미국처럼 항생제를 따로 연명 의료 항목으로 지정하는 것 논의해야겠습니다.]

Q. 국내 존엄사 논의는? '조력 존엄사 법안' 발의

[조동찬/의학전문기자 (전문의) : 지난 6월 국회에서 조력 존엄사 법안, 즉 의사가 약물을 투여해서 말기 환자의 사망을 돕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입법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긍정적으로 논의되려면 병의 말기와 임종기에 대한 모호성이 우선 해결돼야 합니다.]

Q. 병의 말기와 임종기, 같은 상황 다른 해석?

[조동찬/의학전문기자 (전문의) : 말기 암 환자가 죽음 직전에 진입했을 때를 임종기라고 하는데, 연명 의료 결정법은 임종기에만 적용됩니다. 올해 초 코로나가 절정일 때 연명 의료를 거부한 말기암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많았는데 이걸 죽음 직전, 임종기로 보고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고요. 반대로 그냥 말기로 보고 인공 심폐 치료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같은 상황도 의료진에 따라서 말기와 임종기가 달라지는데, 우리는 이것부터 명확히 해야 존엄한 죽음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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