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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돌봄' 받으러 가는 길…숫자에 가려진 현실

<앵커>

이번에는 우리 사회의 관심이 더 필요한 부분 짚어보겠습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이 4년 사이에 24배 넘게 늘어, 올해 2천80억 원이 됐습니다. 분명 숫자는 크게 달라졌는데 그럼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예산이 늘어났다는 걸 실생활에서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요? 가장 많은 지원이 들어가는 성인 발달장애인 돌봄서비스, '주간활동 서비스'를 통해서 여러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상황과 숫자에 가려진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유성재 기자입니다.

<기자>

지금 보시는 지도는 '주간활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국 5천800여 명이 복지시설로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기초단체별로 조사한 겁니다.

전국 평균 19.5분, 가장 적게 걸리는 곳은 6분, 충북 보은군이고요, 가장 오래 걸리는 곳은 39분 조금 넘는 강원 평창군입니다.

충남 태안군은 평균 24분 반, 세종시는 평균 27분 걸리는 걸로 나왔습니다.

평균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 평균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의 실제 이동경로와 시간을 저희가 추적해 봤습니다.

이른 아침, 발달장애인 기영 씨가 홀로 집을 나섭니다.

읍내에 있는 활동 교실까지는 버스로 갑니다.

굽이굽이 국도를 1시간 넘게 달려야 합니다.

집에서 30km 거리에 있는 시설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5분, 지역 평균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렸습니다.

세종시의 상준 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옳지. 엄마가 도와줄게.]

활동 지원가의 도움을 받아 승합차에 오릅니다.

국도로 21km를 달려가는 길.

도착까지 54분, 평균보다 2배 걸렸습니다.

[임성덕/주간활동서비스 전담인력 : 이동거리가 멀다 보니까 (생리현상을) 참고 계시다가 실수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시거든요.]

긴 이동시간이 문제가 되는 건 장애 정도에 따라 매달 바우처 형태로 지급되는 '활동보조시간'에서 이동시간까지 차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활동보조시간'은 식사나 목욕, 화장실 사용 등 필수 활동에서 돌봄을 받은 시간을 말합니다.

앞서 보신 상준 씨는 한 달에 70시간의 활동보조시간 바우처를 받지만, 이렇게 왕복 이동만으로 절반 정도를 길에서 써 버리고 있습니다.

[문명자/발달장애인 보호자 : 이동시간이 길어서 아이가 좀 힘들어하고, 쓸 수 있는 (활동보조)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어서 힘들긴 합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 체계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또 촘촘히 구축되지 않는 한, 주간활동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거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사람은 늘 수밖에 없습니다.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원 : 추가적인 수가는 충분히 예산으로 지원 가능하거든요. 우선적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민간에 맡겨서는 안 돼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실제 주간활동 서비스 이용 대상자 약 5만 명 가운데 17%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최혜영, CG : 이준호·서동민,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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