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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거침 없는 감사원…누가 이득 보게 되나

[취재파일] 거침 없는 감사원…누가 이득 보게 되나

"文 조사 불발된 채 끝날 가능성"…공은 검찰에

배준우 기자

작성 2022.10.03 12:42 수정 2022.10.04 13: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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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거침 없는 감사원…누가 이득 보게 되나
감사원은 2년 전 발생한 북한군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처리 의혹과 관련해 지난 7월 19일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국방부, 해경 등 9개 기관에 대한 본 감사(실지 감사 또는 현장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9개 기관에 대한 전방위적 감사에 착수한 지 두 달 반 만에 감사원은 대부분의 감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서면 질의서를 발송했습니다.
 

"월북 판단 과정 집중 조사"

 
감사원은 지난 두 달 반 동안 안팎에서 최정예라 평가 받는 특별조사1과 인력 십 여 명을 투입해, 2년 전 정부가 서해 공무원의 행위를 '월북(추정)'이라고 판단한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감사원의 감사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2년 전 청와대 보고 과정 전반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첩보 보고서 삭제 의혹을 비롯해 ▲국방부의 기밀 차단 의혹 등입니다.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입을 맞추는 등 공모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의혹의 사실 관계 규명을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진술 또는 해명이 필요하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입니다. 정확히 표현해보자면 감사원이라기보다 감사원 소속 사무처와 특별조사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판단입니다. 감사원 사무처와 특조국은 해당 의혹의 정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고 강하게 의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피감사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혐의의 유무와 별개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문 전 대통령 서면 조사 추진에 대해 이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감사원은 감사 기한을 두 차례 연장했습니다. 당초 7월 19일부터 시작된 실지 감사(현지 감사)의 예정 기한은 8월 23일까지였는데 한정된 감사 인력으로 9개 기관에 대한 동시다발적 감사에 나서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9월 23일까지 1차 연장됐습니다. 감사원은 이후 피감기관(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등) 최고위 관계자들이 감사원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10월 14일까지 2차 연장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달 28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를 통보하고, 조사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었습니다. 가급적 국정 감사 이전에 끝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중간 결과 발표 시점이 불투명해진 만큼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이슈를 중심으로 여·야가 세게 부딪힐 것으로 보입니다.
 

전직 대통령 조사 : 전두환과 노태우…이명박과 박근혜

 
전두환 사망

감사원의 전직 대통령 조사 사례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1993년 8월 김영삼 정부 당시, 감사원은 한국전투기사업 결정 경위 등에 대한 감사를 벌였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당시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습니다. 감사 과정에서 감사원은 노태우 씨의 계좌 내역 등 자금 추적까지 방대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이후 전두환 씨까지 해당 사건에 연루돼 있다 판단하고, 두 전직 대통령에게 서면 질의서를 발송했습니다. 당시 감사원은 서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감사원법에 근거해 고발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노씨는 감사원의 서면 조사 기한을 넘겨 답변서를 제출했고 전두환 씨는 측근을 통해 회견 형식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지난 2018년 국방 현안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지난 2017년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서면 질의서를 발송한 적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서면 조사를 거부했고 감사원은 별도의 진술을 받지 못했습니다.
 

"부담을 덜게 되는 건 검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질의서가 발송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감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의 서해 피격 감사는 보다 큰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선 근시일 내로 계획했던 중간 결과 발표는 일단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국정 감사 이전으로 계획했지만 국정 감사 도중 또는 국정 감사 종료 이후에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감사원 내부적으로도 감사위원회 사전 보고 절차를 비롯해 감사위원회 의결 절차 등 감사 종결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감사위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설득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이미 감사원 내부에서는 감사원의 중간 결과 발표 검토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간 결과 발표 문제의 경우, 중간 발표 행위 자체가 감사위원회 약식 보고 절차를 거치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감사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 요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검찰 깃발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여전히 "국민적 의혹이 큰 사안에 대해 감사원이 적극적으로 사실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감사에 착수해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있을 뿐"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의 감사를 또 다르게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한 감사원 출신 인사는 "감사원이 전면에 나서 사실상 화살받이, 총알받이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부담을 덜 수도 있겠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쉽게 말해, 감사원이 '성동격서(城東格西)격'으로 검찰에 시간을 벌어주고 검찰 등판에 명분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직원들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검찰은 좋을 수도 있지"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감사원이 판단하는 범죄 구조와 검찰이 수사 중인 범죄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검찰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를 고심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겹쳐 검찰 입장에서는 문 전 대통령 조사 카드까지 꺼내들기에는 현 시점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사실 감사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가 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 등을 담은 수사 의뢰서를 검찰에 넘기거나 또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하고 공을 검찰에 넘긴다면 지금보다는 정치적 반발을 덜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정치적 화살을 맞아가면서 문 전 대통령 조사를 추진하는 건 (감사원 의도와 달리 결과론적 해석일 수는 있지만) 문 전 대통령 조사 필요성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는 종국에는 검찰의 부담을 덜어주게 되는 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번 감사를 모른 척 지나치지 않는 이상, 감사원의 감사가 검찰 수사에 하나의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검찰이 나름 피의사실 공표를 경계해서 그런지 겉으로 보면 현재까지는 생각보다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文 조사 불발된 채 감사 종결 지을 듯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서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 조사 없이 감사를 종결할 가능성이 큽니다. 감사원은 일반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통상 일주일 안팎의 답변 기한을 부여하는데,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인 점 등을 감안해 답변 기한을 이보다 조금 더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이 불쾌감을 표하며 질의서 수령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서 감사원이 제시한 답변 기한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문 전 대통령 조사 여부는 검찰이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감사원은 어느 정권에서나 전 정권의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여 왔습니다. 이에 따라 여·야가 공수를 교대해가며 감사원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은 유독 문재인 정부의 각종 의혹과 문재인 정부 인사 관련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감사원 사무처의 각종 무리한 감사는 감사원 입장에서 자충수이다.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사무처를 견제할 수 있는 TF를 구성하자"라는 의견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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