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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143억 프리다 칼로 그림' 활활 불태운 사업가, 왜 그랬나

불타버린 프리다 칼로 '불길한 유령들'(Fantasmones Siniestros) 원작 (사진='FridaNFT' 유튜브)
한 암호화폐 사업가가 멕시코의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가 일기장에 그렸던 1천만 달러(한화로 143억 원)짜리 그림을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판매하겠다며 원본을 불태워버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30일 암호화폐업계와 미술계 등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 업체 '프리다.NFT'(Frida.NFT)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르틴 모바라크가 지난 7월 30일 프리다 칼로의 1944년작 채색 소묘 '불길한 유령들'(Fantasmones Siniestros)을 불태웠습니다. 

그날의 현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프리다.NFT'(Frida.NFT)의 유튜브에 '1천만 달러짜리 프리다 칼로 그림의 소각'(Burning of a $10M Frida Kahlo Painting)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공개됐습니다. 

영상 속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저택에서 모바라크가 그림을 소각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불타버린 프리다 칼로 '불길한 유령들'(Fantasmones Siniestros) 원작 (사진='FridaNFT' 유튜브)

그는 큼지막한 마티니 잔에 가로 23㎝, 세로 15㎝ 크기의 그림을 끼운 클립을 놓고 불을 붙였고, 행사에 참여한 200여 명의 사람들이 그림이 불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불타버린 프리다 칼로 '불길한 유령들'(Fantasmones Siniestros) 원작 (사진='FridaNFT' 유튜브)

그림은 금방 타버려 재만 남았습니다. 

이후 모바라크는 불태운 작품을 고해상도 디지털 버전의 NFT로 1만 개를 만들어 한정판매하고 있습니다. 대금 지불은 암호화폐인 '이더리움'(ETH)으로 이뤄지며, 개당 가격은 3 ETH인데 이는 한화로 5천700만 원에 달합니다.  

이 NFT를 판매하는 프리다.NFT 홈페이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재로부터 (부활해) 날아오르는 불사조처럼, 예술이 영원으로 다시 태어나다", "메타버스로 영구히 전환됐다"는 등 표현을 적었고, 작품 원본을 불태운 모바라크에 대해서는 "물리적 예술을 디지털 황금으로 변환시키는 '예술 연금술사'"라고 칭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미술계에서는 소각된 작품이 칼로가 그린 진품 원본인지, 또 그 값어치가 과연 1천만 달러가 되느냐에 대해 여러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림 자체가 불태워졌기 때문에 과연 진품이었는지 위조품이었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판단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전문가들로부터 나옵니다. 

한편, 미국 인터넷 언론매체 '바이스닷컴'에 따르면 모바라크는 이 작품을 2015년에 개인 수집가로부터 사들였으며 멕시코시티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미술품 딜러 안드레스 시겔로부터 진품이라는 감정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라틴아메리카 미술품 딜러 중 하나인 메리-앤 마틴은 바이스닷컴을 통해 "프리다 칼로의 작품 '불길한 유령들'을 2004년에 한 재단에, 2013년에 한 개인 수집가에게 판 적이 있다"며, "모바라크와 거래한 적은 없으며 이 사람의 이름도 지난주에야 처음 들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번 소각 사건이 알려지나 멕시코 당국은 모바라크의 행위가 '중요 예술품 등 주요 문화재를 고의적으로 파괴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또, 멕시코의 국립예술·문학원(INBAL)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해 제출한 성명에서 "원본을 파괴한 것인지 복제품을 파괴한 것인지 확실히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FridaNFT'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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