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손배 청구액 3,160억 원…'노란봉투법' 어떻게 보십니까

<앵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여름 거제조선소에서 점거 파업을 벌인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죠. 이를 계기로 기업이 파업 노동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입법이 다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인데,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폭탄을 막아주는 것이다, 논란이 뜨겁습니다.

먼저 제희원, 정준호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제희원 기자>

13년 전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 파업 이후 법원은 이들에게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한 시민이 손해배상액을 함께 나누자면서 4만 7천 원이 담긴 노란 봉투를 언론사에 보내왔고, 이후 모금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노란봉투법 제정 운동으로 확산됐습니다.

지금도 손해배상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복직 투쟁 끝에 다시 일터로 돌아왔지만, 소송은 1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조와 노조원들이 내야 하는 손해배상액은 120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김정욱/쌍용차지부 전 사무국장 : 배보다 배꼽이 더 커요. 하루하루 (배상금) 지연 이자가 60만 원이 넘어요. 저희들한테는 되게 낙인이 돼 있잖아요.]

사고 발생 위험을 이유로 기계 가동을 중단한 노조원 3명에게는 9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김정현/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 : 저희도 다 자식들이 있고 월급이 적어서. (작업중지권 행사했다고) 9천만 원이란 돈을 물어주라고 하면 어느 누가 불합리에 맞서 싸우겠습니까.]

파견법을 어긴 원청에게 직접 고용 약속을 지키라며 점거 파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46억의 소장을 받았습니다.

[이상규/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 : "또 손배를 맞으면 어떡해" 그런 두려움이 있는 거죠. 실제 가압류가 들어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파업하면 무노동 무임금, 그래서 마지막 수단입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단체교섭 거부와 근로기준법 위반 등 부당 노동 행위 때문에 파업하는데 회사는 손배로 맞선다고 주장합니다.

[윤지선/시민단체 손잡고 활동가 :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은 회사가 불법을 저지르기 때문에 쟁의 행위를 하는 거예요. 회사의 불법을 지우는 지우개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노동자에게 청구된 손해배상액은 3천160억 원, 대부분 노동자 개인을 향했습니다.

---

<정준호 기자>

'합법적인 쟁의 행위'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합법'의 범위가 워낙 좁으니 이를 넓혀보자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핵심입니다.

쉽게 말해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원청 사업주를 향한 '택배, 화물,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정리해고, 민영화 반대 파업 등 노사 간 이견이 있는 이슈도 '합법'의 범위에 넣자는 것입니다.

폭력·파괴 행위는 손배소를 할 수 있지만, 개별 노동자에게는 하지 말고 그 상한액도 정하자는 것입니다.

경영계는 '노조 방탄법'이라며 반박합니다.

[황용연/경총 노동정책본부장 : 면책을 하게 되면 오히려 불법 쟁의 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해서. 사용자의 재산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이고.]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를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을 점거해 손실을 입혔다 해도 폭력이나 파괴 행위가 동반되지 않았다면 손배소 자체를 할 수도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노조가 주도했다고 하면 노동자는 폭력을 사용해도 손배소를 피해 갈 수 있게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희원 기자>

하지만 노동자들 생각은 다릅니다.

노조가 보기에는 거액의 손배소는 파업 철회 같은 노조 압박 수단입니다.

2011년 자동차 부품업체 유성기업에 노조 와해 전략이 담긴 문건입니다.

일단 소장부터 날려서 겁을 주고 노조 탈퇴하면 소송을 취하해주는 식으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노동권 행사는 대부분 집단에 의해 결정되니까, 만약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지금처럼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니라 노동조합에 물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 입장입니다.

<정준호 기자>

쟁점은 또 있습니다.

노조와 교섭 테이블에 앉을 사용자가 누가 될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영계는 우려합니다.

자신과 계약을 맺은 회사랑 대화가 안 되면 너도나도 원청, 심지어 거래처한테도 교섭을 요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소송을 통해 진짜 '사용자'를 충분히 따져볼 수 있는데 굳이 법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합니다.

<제희원 기자>

대우조선해양처럼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고 이들 없이는 원청이 굴러갈 수 없는 구조인데도, 원청은 직고용주가 아니라며 대화를 피해왔습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을 벌이면 불법이 됐는데 원청과 하청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현실에 맞게 규칙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하면 쟁의 행위도 줄어들 것이라고 노동계는 말합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박진호,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서승현·최하늘·서동민·전유근)

▶ [사실은] 파업 이후 손해배상 소송…해외 사례는 어떨까
▶ 노란봉투법, 노사 간 '큰 이견'…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