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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감학원 암매장지…웅크린 채 그대로 묻힌 아이들

<앵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인권 유린이 벌어졌던 안산 선감학원 암매장지에서 피해 아동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와 단추가 여럿 발견됐습니다. 일부 무덤의 크기는 너무 작아서 당시 어린 원생들의 시신을 제대로 눕혀 매장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예린 기자입니다.

<기자>

폐쇄된 지 40년 만에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시작된 유해 발굴 작업.

[배명기/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 (여기에) 서너 구는 묻었어요. 도망가다가 바다에 떠밀려 가지고 온 애들도 있고 주로 그거죠. 매 맞아 죽은 애도 있고….]

이곳은 선감학원의 공동묘지였던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수십 개의 조그마한 봉분들이 있는데, 이곳에는 어린이 시신 최소 150여 구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호미로 흙을 조심스레 떠보니 치아들이 박혀 있고, 원생들의 여름용 단체복 단추도 발견됐습니다.

발굴된 치아를 통해 대략적인 나이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박선주/충북대 고고미술학과 명예교수 : 세 번째 어금니 나오는 나이가 15, 16살부터 나오기 시작해. (어금니가) 거의 3개 가까이 나왔어. 15세 정도로 보면 어떨까 해요.]

정확한 나이와 성별을 알 수 있는 뼛조각 발굴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박선주/충북대 고고미술학과 명예교수: (여기 토양이) 산성도가 높고 습기도 차고 그래서 유골은 다 없어져 버리고 삭아서 치아만 이렇게 남아 있는 거지.]

이곳에서 가장 큰 무덤은 길이 160cm, 너비가 50cm 정도.

가장 크기가 작은 무덤은 길이 55cm, 너비가 45cm에 불과해 비정상적으로 작고 좁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 애들이 일단 13세 이하니까, 10대니까. 사춘기도 겪지 못하고 죽은 원아들이니까 작을 수밖에 없죠.]

시신들은 바르게 펴진 상태가 아니라 웅크리거나 굽혀진 상태로 묻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종윤/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한국 장묘 문화는) 전부 다 바로 펴서 묻는 방법이지. 그러기 위해서는 150cm 이상의 크기를 가져야 하고. 크기가 작다든지 하는 것은 여기에 묻힌 사람들을 굽혀 묻든지 구부려서 묻든지 하는 것 때문에….]

진실화해위원회는 발굴 작업을 내일(30일) 마무리하고 정밀 감식을 의뢰할 방침입니다.

[우종윤/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돌아가셨지만 이분들의 영혼의 삶이라도 정상적으로 돌려줘야… 그것이 우리의 임무이고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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