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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n번방' 사건 잊었나…오죽하면 공익제보 해왔다

[단독] 'n번방' 사건 잊었나…오죽하면 공익제보 해왔다

박세원 기자

작성 2022.09.29 20:31 수정 2022.09.30 05: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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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디지털 성 착취, 이른바 'n번방'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지났습니다. 큰 충격을 줬던 이 사건은 사회복무요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하면서 시작됐죠. 재발을 막고자 사회복무요원들은 개인정보를 아예 취급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한 검찰청에서는 요원들이 아직도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다고, 이래도 괜찮은 것이냐고 스스로 알려왔습니다.

박세원 기자의 보도 먼저 보시겠습니다.

<기자>

널브러진 상자에 종이가 뭉텅이로 쌓여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형사 사건 기록', 보존 기간은 2020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또 다른 방에도 이름과 사건 내용이 적힌 문서가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보존 기간이 2028년으로 적혀 있는 상자도 있습니다.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는 문서가 방치된 이곳은 어디일까.

해당 영상 속 사무실은 광주지검 지하 1층과 2층 등에 위치한 기록보존실입니다.

광주지방검찰청 소속 사회복무요원들은 이 기록보존실에서 사건 기록 대출 업무를 맡았습니다.

검사나 민원인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보고 싶다는 신청이 오면 검찰청 기록보존시스템, 캣츠(CATS)에 접속해 문서를 찾아 전달하는 겁니다.

기록보존시스템 접속을 위해 받은 것은 검찰 수사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였습니다.

[A 씨/광주지검 사회복무요원 : 담당 수사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해서 로그인했습니다. (수사관이) 직접 포스트잇에 적어서 모니터에 부착해줬습니다. '로그인 이걸로 하면 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었습니다.]

사건 기록은 밀봉돼 있지도 않아 관계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자세한 사건 내용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우편으로 보내라며 보호관찰명령서, 임시보호조치서 등 예민한 내용이 담긴 문서도 맡아 처리했다고 합니다.

기록 보존실에는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B 씨/광주지검 사회복무요원 :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바로 사무실이 보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민원인들이) 실수로 들어오는 경우도 엄청 허다하고. 사진 찍어갈 수도 있고.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문이 있지만 그걸 항상 열어두거든요.]

재작년 'n번방' 사건 수사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이 200여 명의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난 뒤 법이 개정돼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접근을 금지했는데도 업무 지시가 계속 이어진 것입니다.

문제를 느낀 사회복무요원들은 최근 병무청에 이 문제를 신고했습니다.

지난 15일 병무청은 광주지검에 나와 실태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정 조치는 관리 감독을 엄격히 하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광주지검은 수사관 아이디 대신 기록보존시스템 권한을 부여한 사회복무요원용 아이디를 새로 줬습니다.

우편 봉투에 넣을 때는 내부 서류를 보지 말고 잘 밀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B 씨/광주지검 사회복무요원 : (새 아이디로 접속해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예 똑같아서 잘 모르겠고. 사실상 형식적으로밖에 고쳐진 게 아닌가.]

사회복무요원들이 직접 병무청에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병무청에 직접 찾아가보겠습니다.

병무청은 점검을 한 번 더 해 추가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병무청 관계자 : 그거는 이제 저희들이 향후에 요건에 잘 됐는지 저희들이 다시 한번 나가서 점검을 할 거고요. 그리고 담당 직원에 대한 신분상 조치 요구도 향후에 할 계획입니다.]

광주지검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접속한 기록보존시스템은 도서검색시스템과 동일해 개인정보를 보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정보시스템 안에 개인정보가 없으면 위법이 아니라는 설명인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들이 검색 뒤 문서를 직접 찾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제 개인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광주지검은 또 "사회복무요원들은 담당자 관리 감독 하에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사회복무요원들은 "개인정보 업무를 취급할 때 담당 직원들이 직접 관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확인 취재가 계속되자, 광주지검은 오늘(29일) "검찰 업무 특성을 고려해 향후 사회복무요원들의 업무 보조를 배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작년 6월 개정된 전자정부법에 따르면 정보 시스템 접근 권한을 사회복무요원에게 공유하거나 양도한 공무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합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이상학,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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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건 취재한 박세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광주지검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세원 기자 : 저희가 취재를 해 보니까 광주지검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도 여전히 개인정보를 직접 다루는 업무를 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수도권의 한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 이야기 들어보시죠.]

[수도권 행정기관 근무 사회복무요원 : 이름하고 생년월일 그러니까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면은 사실 주민등록등본 같은 거 조회를 하면은 이제 집 주소나 이런 것도 다 나오겠죠.]

[박세원 기자 :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지난 5~6월 사회복무요원 1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는데요, 이 중 62명이 '복무 중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경험했다'라고 답했습니다.]

Q. 반복되는 문제…해결책은?

[박세원 기자 : 저희가 앞서 보도했듯이 n번방 사태 이후 관련 규정이나 처벌이 강화가 됐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선 군 복무를 하는 사회복무요원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죠. 또 광주지검의 사례처럼 사회복무요원이 병무청에 신고까지 했는데도 제대로 된 시정 조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으니 국가기관 곳곳에서 위법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권헌영/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위법한 일이 벌어지면 예외 없이 걸리고 예외 없이 처벌된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지금은 있는 수단으로 충분히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거든요.]

[박세원 기자 :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법 개정 이후 실태가 어떠한지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도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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