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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보조금 문제 올인하는 사이…미중 전기차 '앞으로'

[월드리포트] 보조금 문제 올인하는 사이…미중 전기차 '앞으로'
요즘 한미 관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전기차 보조금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뒤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실무진부터 통상교섭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통령까지 줄줄이 워싱턴을 찾아 미 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한마디로 전기차 문제 해결에 국력을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정부가 이 문제에 이렇게 집중하는 건 단순히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 하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 이런 비슷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한마디로 '미국에게 뒤통수 맞은 거 아니냐'라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이긴 합니다만 우리가 이 문제의 해결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전기차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은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물량 공세…미국 넘어선 중국

중국부터 볼까요?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자국산 전기차 산업 지원에 나섰지만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이미 미국을 훨씬 앞서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의 자국 홍보성 기사 같지만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한 소식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미래가 아닌 현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은 올해 신차 중 전기차 점유율이 5%를 넘어섰지만 중국은 이미 2018년에 이 수준을 지났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중국 내 전기차 예상 판매 대수가 약 600만대로, 전 세계 나머지 나라의 판매량보다 많을 것이라면서 이런 추세대로라면 신차 중 전기차 점유율 20%를 당초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보다 3년 앞당겨 달성하게 될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비약적 발전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차별적 보조금 정책의 힘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입니다. 뉴욕타임스도 10여 년에 걸친 보조금 지급과 장기 투자 등 중국 정부의 꾸준한 지원책이 중국 전기차 시장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휴게소 전기차 충전 대란

하지만 이제 정부 지원을 넘어 소비자들이 차량 가격과 기능 경쟁력 등을 토대로 장점을 따지는 국면에 접어든 걸로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시장에 뛰어드는 신규 사업자가 꾸준히 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도 발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중국 내 전기차 제조업체가 300곳이 넘을 거란 추정도 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가 다른 어느 곳보다 상하이 공장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만들어냈지만, 올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약 80%는 현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새 모델을 빠르게 내놓는 중국 제조사들이 차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 나선 미국


중국이 전기차 생산에서 치고 나가고 있다면 미국은 전기차 생산은 물론 전기차 대중화에 가장 중요한 요건인 관련 인프라 구축에 국력을 쏟고 있습니다. 미국 교통부는 각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50마일, 약 80㎞마다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에 대해 50개 주가 모두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캘리포니아 주, 콜로라도 주, 플로리다 주,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는 최소 4개 이상의 고속 충전기를 갖춘 충전소가 설치되거나 기존 충전소가 확장될 걸로 예상됩니다.

미국 전기차 충전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런 새 전기차 충전소 건설은 내년 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미국은 지난 세기에 자동차 혁명을 주도했으며 21세기에는 전기차를 주도할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앞서 미국 교통부는 지난 6월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인프라 구축은 지난해 미국 의회가 처리한 인프라 법에 따른 것으로,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포뮬러 프로그램'을 담고 있습니다. 5년간 50억 달러, 약 6조 2천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각 주를 잇는 고속도로에 50마일마다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또 각 충전소는 최소 4개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고 자동차 모델과 무관하게 일정 속도 이상으로 충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사업을 포함해서 2030년까지 모두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무섭게 치고 나가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과 넓은 국토에서 전기차 생태계가 뿌리내릴 수 있게 인프라 구축에까지 나서고 있는 미국 상황을 보면 우리 전기차 산업이 갈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통상 분야 국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만큼이나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고민도 필요한 때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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