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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법이 이래요"…촉법소년 성범죄, 피해자는 '생지옥'

"무슨 법이 이래요"…촉법소년 성범죄, 피해자는 '생지옥'

손기준, 김민준 기자

작성 2022.09.27 20:30 수정 2022.09.28 21: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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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만으로 10살 이상, 14살 미만의 미성년자를 '촉법소년'이라고 부릅니다. 범죄를 저질러도 소년법 아래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돼왔습니다.

<손기준 기자>

SBS 취재진은 촉법소년 제도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사건이 이곳, 경남 진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피해자 가족과 함께 지금부터 하나씩 취재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당시 중학교 1학년인 A 양과 C 군 등 3명은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B 군으로부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도착한 곳에는 B 군 등 일행 3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B 군은 그 자리에서 A 양에게 음주를 강요했습니다.

[C 군/피해 학생 친구(음성 대역) : A 양은 술을 안 마신다고 했었는데도, '이거 다 안 마시면 이 방에서 못 나간다'고 말하면서 계속 술을 먹였어요.]

나중에는 A 양과 B 군 두 사람만 남게 됐습니다.

[C 군/피해 학생 친구(음성 대역) : B 군 친구가 갑자기 그 둘을 빼고 '나가자'고 했어요. 걔가 원래 좀 무섭거든요. 그래도 안 나가려고 버텼는데 먼저 나가니….]

이후 A 양 어머니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처음에는 막내딸이 저한테 전화가 왔고요. '언니가 암만해도 무슨 일을 당하는 거 같아'라고. 제가 딸아이한테 전화했더니, (또 다른) 언니라는 여자가 받아서 '자기가 딸아이를 지금 옆에 자기가 안고 있는데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것 같아요'라고….]

어머니가 딸이 있다는 야외 주차장에 둘째 딸과 함께 도착했는데, 딸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 B 군을 포함한 남학생 10여 명이 다가왔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남학생들이) 우리를 다 이렇게 에워싸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겠고, 제가 감당도 안 되고. 아이도 그래서 112에 제가 신고를 했거든요.]

그러자 범죄 증거를 없애려는 행동까지 했다고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친구들이 (B 군을) 데리고 뒤로 빠져서 옷을 세 번까지 갈아입히더라고요. 경찰관분도 '이거 참 악질이네, 정말 이걸 잘 아는 놈이네'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B 군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성폭행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경찰은 가해 학생을 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했습니다.

가해 학생이 촉법소년인 탓에 구속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이 학생은 이번 사건 외에도 특수절도 혐의에 연루된 상태였는데요.

과연 처분은 어떻게 내려졌을까요.

지난 2월, 법원은 소년보호처분상 두 번째로 강력한 6개월 미만 소년원 송치인 '9호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소년부 사건이라는 이유로 재판부는 피해자 측에 처분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재판 당일, 어머니는 재판정 입장도 금지돼 복도를 서성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법원 직원이 귀띔해줘서 간신히 처분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피해자 엄마인데 어떤 처분을 받았습니까?' 그랬더니 최고 높은 걸 받았고…. (어떤 처분인지 결국엔 알 수 없던 건가요?) 9호 처분이라는 얘기를 제가 들었어요.]

수사기관도, 피해자 국선 변호인도, 사건 처리 과정과 재판 날짜만 통보할 뿐이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애들 와서 조사가 끝났고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딱 그거 두 마디 외에는 제가 들은 게 없어요.]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기덕,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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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피해 학생 어머니는 당시의 사건 기록이 필요합니다.

법원 판결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다른 소송을 준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해자 직계 가족이더라도 과연 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쉬울까요.

저희 취재진이 함께 동행해봤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조사를 받았던 그 기록 그거 하고 법원에서 최종 결정이 난 거 (알고 싶어요). (소년법 사건이라) 모든 게 다 숨겨진 상태에서 조사도 받았고 부모인 저는 들어가서 한 번도 본 적이 없고요.]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딸을 치료했던 병원.

아이 상태가 기술된 서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난항이었습니다.

'딸을 변호'했던 국선 변호사부터 소극적입니다.

소년부 사건이라 서류 확인은 어렵다며 사건 직후 나눈 상담 기록조차 어머니에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관계자 : 저희가 (상담 기록) 보관을 하고 있는데, (변호사님이) 보여줄 이유가 없으시다고….]

[피해 학생 어머니 : 그걸 보기 위해서는 제가 변호사를 사서 그쪽 변호사님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거네요.]

[사무실 관계자 : 소송을 진행하실 것 같으면 그렇게 하시는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저희가 어떻게 해 드릴 방법이 없네요.]

사건 기록을 찾기 위해 당시 수사가 이뤄졌던 경찰서에 왔습니다.

당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지 직접 가보겠습니다.

[경찰 : 아이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피해 학생 어머니 : OOO]

[경찰 : 이게 지금 사건이 뭔 사건입니까.]

[피해 학생 어머니 : 성폭행]

[경찰 : 사건 자체가 모든 게 다 넘어갔기 때문에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법원에 가셔서 확인을 요청을 하셔야 합니다. 이런 사실 이 있었다는 건 여기서 발급이 가능한데….]

원했던 수사 기록이 아닌 사건 확인서 한 장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 네 줄로 적힌 피해 사실을 보고,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담당 형사들도 소년부 사건이라 피해자 측에 수사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검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년부 사건은 법원으로 바로 넘어가기 때문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겁니다.

판사가 어떤 근거로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가해 학생은 혐의를 인정했는지 피해 학생 어머니는 궁금해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곳 법원에서 관련 서류를 확인할 수 있는지 직접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판결문 열람이 어렵다는 게 법원의 설명입니다.

이번에도 소년부 사건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법원 직원이 대신 판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전달해주겠다고 하자 병원부터 법원까지, 쉼 없이 달려온 어머니는 종이 위에 한 글자 한 글자를 눌러씁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정말 그 아이에게 민사소송으로밖에 (요청) 할 수 없는 거네요. 피해자는 계속 이렇게 도망 다니면서 살아야 되는 거예요? 무슨 법이 이래요.]

이틀 동안 어머니가 얻을 수 있었던 건 딸의 의료기록과 사건 확인서뿐이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가는 곳마다 아이의 사건을 얘기해야 되고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하잖아요. 저 할 거예요, 민사소송. 이제 해야 되겠다는 확신이 더 서는 거예요. 꼭 알아야겠으니까.]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진,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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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건 취재한 손기준 기자와 조금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사법 체계의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데…

[손기준 기자 : 그렇습니다.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수사와 사법제도가 더욱 피해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집중 취재한 촉법소년 제도도, 피해자보다는 10대 가해자 인권만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청소년인 만큼 처벌보다 교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에는 매우 공감하는데, 하지만 이 법이 피해자만 고통을 받고 가해자는 책임을 피하는 결과로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Q. 내일(28일) 이어지는 보도 내용은?

[손기준 기자 : 이번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10대 피해자와 가족이 어떤 고통 속에 살고 있는지, 반면 가해자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저희가 취재해 봤습니다. 또 교육 당국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허점이 있었는데, 이 부분도 짚어서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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