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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한 가득 폐지를 쓸어 모으는 젊은 청년이 있습니다.

사무실 한 가득 폐지를 쓸어 모으는 젊은 청년이 있습니다.

백운 기자

작성 2022.09.30 11: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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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엔 어르신들이 주운 폐지를 일부러 비싸게 사들이는 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1kg에 50원, 60원인 폐지를 6배 정도 비싼 값을 주고 삽니다. 폐지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로 변신하고, 재능 기부 작가들이 전달 받아 그림을 그립니다. 그 작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폐지를 주워야만 하는 노인들이 사라졌을 때, 멋있게 망하는 게 목표하고 말하는 기우진 대표를 <비디오머그>가 만났습니다.

[기우진 / 사회적기업 대표 ]
"안녕하세요. 사회적 기업 대표 기우진입니다. 폐지 수거 어르신들을 지원하는 인증 사회적기업인데요. 어르신들한테 폐박스를 고가로 매입해서 친환경 캔버스를 만들고요. 재능 기부 작가들과 함께 아트 워크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해서 이를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다시 어르신들을 지원하는 그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 대표가 사업 모델을 구상한 건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던 9년 전입니다.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매일 폐지를 줍는 노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봤다고 합니다.

[기우진 / 사회적기업 대표 ]
"한 9년 전이에요. 2013년도에 당시에는 제가 대안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을 때인데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 과거의 모습도 비쳤어요. 돈이 없었을 때 책도 팔고 옷도 팔고 고물상에. 그래서 피자 값을 마련한 적도 있었거든요. 어르신들의 문제가 그냥 결코 나하고 관계없는 문제가 아니라 나의 과거의 문제와 미래의 문제와 연계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지금 내가 이 문제를 접근해서 한번 해결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사회적기업을 만들기 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프로젝트 활동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손수레를 빌려주거나, 고장난 손수레를 고쳐주는 활동, 기부 활동 등 여러 실험을 거쳤지만 단순 기부로는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 말미에 폐지를 구입한 뒤 가공해 재판매하는 사업 모델이 수익성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회적기업은 한때 코로나19로 매출이 4분의 1토막 나기도 했지만, 재능 기부 작가와 후원을 위해 정기구독하는 고객들 덕분에 아예 주저앉지는 않았습니다.

[기우진 / 사회적기업 대표 ]
"인건비, 유지비, 재료비 등등의 비용들을, 사실 금전적인 부담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특히 이제 코로나19가 터지게 되면서 직원들도 많이 이탈하게 되면서…."

한때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던 노인 1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3명만 남게 됐습니다. 3명 모두 기 대표가 길거리에서 만나 직접 설득해 일을 시작한 어르신들입니다. 기 대표는 회사에서 이분들과 일하면서 노인들이 배고픔만큼이나 '정고픔'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고 합니다.

[기우진 / 사회적기업 대표 ]
"어르신들 말씀이 눈 뜨면 갈 데가 있고 가면 같이 일할 동무가 있고 또 같이 일하면서 즐거움이 느껴지고. 그래서 '나는 이제 회사 가는 게 설렌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분들은 어떻게 보면 배고픔보다는 '정고픔', 그렇게 거리에 나와서라도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고, 사회에 섞여서 살아가고 싶은 그런 마음들이 더 크거든요."

기 대표는 살포대 등으로 만든 종이가죽을 이용해 가방을 생산하는 등 환경과 노인 복지를 함께 챙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내년엔 분리수거 과정에서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우유팩 등 종이팩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사업을 실행해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사업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기 대표는 남다른 최종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멋있게 망하는 겁니다.

[기우진 / 사회적기업 대표 ]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우리의 관점을 바꿔서 그분들을 우리 사회의 정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거거든요. 오히려 저희 같은 사회적기업이 나타나지 않도록 사회가 더 온전해지고 회복되어 있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겠죠. 그래서 그런 사회를 만들자는 게 저희의 어떻게 보면 최종 목표고 그런 사회에 있을 때 우리는 멋있게 망하겠다는 게 저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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