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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트럼프의 뇌피셜

[월드리포트]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트럼프의 뇌피셜
퇴임 때 백악관에서 기밀 문서 불법 반출 혐의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TV 인터뷰에 출연해 한 발언이 또 한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퇴임 당시 백악관을 나오면서 국가 기밀 문건을 반출한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미 연방수사국 FBI는 지난 달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별장을 압수수색해 기밀 문건 다수를 확보한 바 있습니다. 또 기밀로 표시돼 있지만 비어있는 폴더도 상당량 찾아냈습니다. 이렇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정황이 속속 공개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사법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기밀 해제'?


기밀 유출 혐의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문건들은 이미 자신이 기밀 해제한 것이어서 기밀 문서가 아니란 겁니다. 하지만 사법 당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밀을 해제했다는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며 이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진실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에는 보수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에 출연해 자신을 적극 방어하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내가 이해하는 한 (비밀 해제) 절차는 없어도 된다. 만약 당신이 미국 대통령이라면 '그것은 기밀 해제다'라고 말만 하면 해제할 수 있고, 심지어 그렇게 생각만 해도 그리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어 차원에서 한 발언이었지만 정작 이날 인터뷰는 그가 기밀을 반출하면서 공식적인 기밀 해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걸 반증한 셈이 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 해제) 절차가 있을 수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며 "(기밀 해제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한다. 나는 모든 것을 기밀 해제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사실일까요?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참고해보면 미국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비밀등급에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밀문서가 일반문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이를 관리하는 정보기관과 정보 담당자의 추가 조치를 포함한 일련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퇴임할 때 연방총무청 GSA와 백악관 직원들이 각종 자료를 포장하는 데 관여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밀문서 유출 문제가 있었다면 그 때 지적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연방총무청 홈페이지에도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도서관을 설립, 유지, 관리할 수 있게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협력한다'고 돼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그가 기밀 문서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반출했다는 걸 뒷받침하기에는 다소 궁색해 보입니다. 지난해 5월 기밀 문서 유출 정황을 확인해 반환을 요청한 곳이 바로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기 때문입니다. 연방총무청과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백악관 내 자료 운반을 도운 건 맞지만 기밀 반출 절차까지 대신해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기행' 가까운 발언에도…


예전 한 통신사가 TV 광고에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라는 문구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콘셉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가 잊고 있던 옛 광고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기행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미국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는 더 단단해지는 분위기입니다. 2024년 동맹국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될지, 오는 11월 중간 선거가 첫 시험대가 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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