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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투표함' 등장한 러 점령지 병합 투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한 가운데 투표를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23일 아침 8시 친러 성향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영토 편입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점령지 곳곳에서 전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루한스크 친러시아 민병대는 투표가 시작되기 전인 아침 6시 15분쯤 우크라이나군이 스타카노프 마을에 로켓 6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도네츠크주에서는 도네츠크와 주변 도시인 야시누바타가 포격을 받았다고 현지 친러시아 행정부가 밝혔습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투표 강요 행위나 비밀투표 원칙 위반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에 따르면 루한스크주 빌로보드스크에서는 한 회사 대표가 직원들에게 투표를 강요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해고하고 보안국에 통보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스타로빌스크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투표 기간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는 것을 금지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가택을 수색한 뒤 투표에 참여하도록 했다"며 "사람들이 집 부엌이나 마당에서 아무런 비밀보장도 없이 종이쪽지를 채워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선관위 직원이 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투표함을 목에 건 채 투표지를 수거하는 모습이 러시아 관영 매체의 보도 사진으로도 확인됐습니다.

반면 러시아와 점령지 행정부는 투표가 문제없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투표는 아무도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근거가 없는 방식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주민들의 의지의 표현은 유엔 헌장과 국제 규범을 준수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표는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되고 러시아 영토로의 편입 절차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러시아 '사회마케팅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 점령지 주민의 약 80%에서 90%가 러시아로의 영토 편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서는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무려 97%의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주민투표를 통해 영토 합병이 결정될 경우 관련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점령한 루한스크주와 헤르손주 대부분 지역, 자포리자주 80%, 도네츠크주 60%가량은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15%에 달합니다.

투표는 오는 27일까지 닷새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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