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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캔버스에 펼쳐지다

[FunFun 문화현장]

<앵커>

독일의 대표적인 화가 안젤름 키퍼가 캔버스 위에 가을을 노래했습니다. 가을을 맞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지금 집이 없는 사람 / 타데우스 로팍 서울 / 10월 22일까지]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무는 옷을 갈아입습니다.

줄기는 거칠어지고 나뭇잎은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위대했습니다'라고 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성찰이 캔버스 위에 펼쳐졌습니다.

릴케가 노래한 가을을 두터운 물감과 금속 판이나 얇은 밧줄 같은 오브제들로 풀어냅니다.

가을의 깊이를 더하는 짙은 색감은 황폐한 분위기를 두드러지게 하지만, 멀리 숲속에서는 환한 빛이 번져 나오며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게 합니다.

[김해나/타데우스 로팍 큐레이터 : 마치 얼핏 봤을 때 어둡고 부패해 보이지만 그 안에 찬란함과 희망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금속판으로 만든 나뭇잎의 소재는 납이고, 일부에는 금박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 대신, 납과 금이 함께 하도록 한 것입니다.

파괴와 탄생, 황폐함과 풍성함의 공존입니다.

전시장 한가운데는 진흙 벽돌로 반쯤 지어진 듯한 또는 반쯤 허물어진 듯한 벽돌집이 설치돼 있습니다.

[김해나/타데우스 로팍 큐레이터 :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계절이 변화함에 따라 자연이 순환되듯이 그것에 인간의 삶을 투영해서 관람해보시길 추천드리겠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면 겨울맞이를 준비해야 하고, 겨울은 또 봄을 잉태합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쓸쓸함 속에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는다는 릴케의 시구처럼 대자연 앞에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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