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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 러시아와 친하지만 무기는 안 팔겠다…왜?

[취재파일] 북, 러시아와 친하지만 무기는 안 팔겠다…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작성 2022.09.22 14:36 수정 2022.09.22 15: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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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 러시아와 친하지만 무기는 안 팔겠다…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무기와 탄약 부족에 시달리면서 북한에까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가 이달 초부터 나왔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근거는 미국 쪽 정보였습니다.

세계적 왕따가 되고 있는 러시아와 돈독한 관계를 강조해왔던 북한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추론이 계속됐습니다. 북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왔기 때문에 실제로 무기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이어졌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한 김정은

북한 국방성 장비총국 부총국장 명의로 나온 담화의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
■ 미국이 무기 거래설을 유포하는 것은 북한의 영상(이미지)에 먹칠을 하려는 목적이다
■ 미국이 반북 모략설을 퍼뜨리는 데 강력히 규탄하며 엄중히 경고한다

북한은 군사장비를 개발, 생산하고 수출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고유한 권리인 만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굴하지 않고 언제라도 다른 나라에 무기를 팔 권리가 있다는 원론적 입장은 유지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주장해왔던 것처럼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적도 없고 앞으로 할 계획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설은 이달 초 미국에 의해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 비밀에서 해제된 미국 정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기 위해 북한에서 포탄과 로켓 수백만 발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루 뒤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가 구매 과정에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구매하려는 무기 규모에 대해서는 "우리 정보에 따르면 로켓과 포탄 수백만 발을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고도 했습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러시아가 북한에서 포탄 등을 사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맞다"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탄약을 요청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징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정도까지 얘기한 것으로 볼 때,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판매를 위해 접촉했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특별히 더 돈독한 관계를 보였던 북한과 러시아인 만큼, 북러 간의 접촉이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북한, 러시아에 무기·탄약 수출 계획 없다

하지만, 실제로 북러 간의 무기 거래가 이뤄졌는지 확인된 정보는 없습니다. 미국도 당시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당시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징후는 분명히 없다"고 말했고, 무기 규모에 대해서도 "실제 구매가 이뤄졌다는 징후는 없기 때문에 실제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부인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로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검토해오다 어렵겠다는 판단을 최종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결정 배경은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의 친선 관계를 더욱 강조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유엔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하는가 하면, 지난 7월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공화국들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러시아를 포함해 5개 나라뿐이었고, 돈바스 친러 공화국들을 인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러시아와 시리아를 제외하고 북한뿐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를 막아줄 수 있는 러시아와 이번 기회에 관계를 더욱 강화해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러시아에 무기를 대줄 법도 하지만, 북한도 고심 끝에 이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 친선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과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대준다면 러시아의 전쟁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담화는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제기돼왔던 북러 간의 무기 거래설을 북한이 부인하는 내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까지는 하지 않겠다는 내부 결정을 대외에 공표한 것으로 읽혀집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 나름의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셈인데, 그렇다고 해도 북러, 북중러의 밀월 관계는 당분간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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