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럼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저희 취재진이 전국 법원의 1심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스토킹 범죄로 붙잡히더라도 재판에서는 합의했다는 이유로 감형되는 경우가 많았고 처벌 수위는 여전히 약했습니다.
신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스토킹 피해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한 김병찬.
알고 지내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
지난해 최소 7명이 스토킹 범죄 피해자나 주변인을 살해했습니다.
이런 잔혹한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스토킹 처벌법'.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뒤 10월 21일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SBS 취재진이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나온 전국 1심 판결문 149건을 분석했습니다.
층간소음이나 주차 시비 등 일상적 갈등에서 비롯한 스토킹 사례들을 거르니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시하거나, 전 연인, 부부 등 관계에서 만남을 강요하며 일어난 스토킹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집에 침입하려 하거나, 일터까지 찾아간 사례는 25건.
피해자를 때리거나 다치게 한 사례도 15건에 달합니다.
만남을 거부해도 수십 차례 연락하고, 집 앞까지 찾아간 스토킹범.
접근금지명령까지 내려졌지만, 피해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실형을 살게 될 것 같다", 이후에도 일방적으로 연락한 이 사람에 대한 처벌은 벌금 300만 원이었습니다.
스토킹범 절반 가까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실형이 내려진 건 다섯 명 중 한 명꼴이었는데, 평균 1년 4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고 벌금형은 평균 287만 원입니다.
주목할 만한 판결 몇 가지 더 보겠습니다.
38cm 길이 흉기를 지닌 채 거리를 누비며 피해 여성을 찾아다닌 남성.
수소문 끝에 피해자를 찾아 목을 찔렀습니다.
신당역 살인범 전주환이 떠오르는 범행인데, 징역 5년형이 내려졌습니다.
헤어지자는 말에 "부모를 걸고" 흉기로 공격하겠다며 여성의 집 앞에서 찍은 흉기 사진을 보낸 남성에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이 납득하기 어려운 처벌 수위, 판결문 속 설명은 이렇습니다.
반성한다는 이유로 감형한 판결은 74.6%에 달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합의했다는 사실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됐습니다.
반의사불벌죄인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다른 혐의는 인정해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단 이유로 딱 스토킹죄만 공소 기각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마지못해 합의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스토킹 피해자 가족 : 합의 안 해주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당사자 입장에서 합의를 안 해주면 이 사람이 나중에 언젠가는… 처벌이 약하잖아요. 솔직히. 진짜 제일 무서운 건 나와서 해코지할까 봐.]
이 피해자는 먼 곳으로 이사하고 직장까지 관두며 숨었지만, 스토킹 가해자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최하늘·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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