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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9/21) : 유엔 데뷔 연설에 '북한' 0번, 기시다도 언급했는데…

스브스레터 이브닝(9/21) : 유엔 데뷔 연설에 '북한' 0번, 기시다도 언급했는데…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며 '유엔 무대 데뷔전'을 치렀죠. 이번에도 키워드(열쇳말/핵심 단어)는 '자유'였는데요, 21번 언급됐다고 해요. 반면에 우리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단골로 등장하던 '북한'의 'ㅂ'자도 나오지 않았네요. 기시다 일본 총리가 '북한'과 '김정은'을 언급해서 대비되기도 하는데요, 윤 대통령 연설에 대북 메시지가 왜 빠졌을까요? 
 

윤 대통령, 북한의 'ㅂ'자도 안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와 연대: 전환기 해법의 모색’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는데요, 어떤 단어가 많이 등장했는지 볼까요. '자유' 21번, '국제사회' 13번, '연대' 8번인데요, 이들 단어를 언급하며 국제 위기의 해법을 제시한 거죠. 국제사회의 연대를 통해 자유를 지키고 글로벌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게 연설의 골자로 볼 수 있겠네요.

윤석열 대통령 유엔 연설 (사진=연합뉴스)

'자유'라는 단어를 21차례나 언급한 게 눈에 띄는데요, 자유는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사에 35번,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 33번 등장한 적이 있죠. 윤 대통령 주요 연설의 핵심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볼 수 있는데요, 이 정도면 윤 대통령이 자유에 대한 소신이랄지 철학이 확고하다고 봐야겠죠.

반면에 북한의 ㅂ자도 언급되지 않았네요.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거론하지 않은 사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들 하네요. 매우 이례적인 연설인데, 그래서 이번 연설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죠.

 
"한국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서 북한이 안 나온 적이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전 정의당 의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그동안 한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 무대에 가서 할 때는 대부분 남북관계나 북핵 해법 이야기를 많이 했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왜 대북 메시지 없었나?


윤 대통령이 북한의 'ㅂ'자도 꺼내지 않은 이유를 대통령실이 설명했는데요, 대북 메시지는 이미 담대한 구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번 연설에서는 뺐다고 하네요.
 
"대북 메시지는 이번 연설에 직접적으로 포함이 안 되어 있고, 이미 대북 메시지는 담대한 구상 발표에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다만,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 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을 당부했다고 하네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추가 핵 도발을 감행할 때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총장께서 관심을 두고 지원해주기를 부탁한다"고 했고요, 구테흐스 총장은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은 유엔을 믿어도 된다"며 화답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윤 대통령이 유엔 방문의 메인 일정인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궁금증이 많이 나오고 있죠. 미국 방문 전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집착해왔다"며 비판한데다, 북한이 최근에는 핵 선제공격까지 가능하도록 '핵무력 정책 법령'까지 채택한 상황이니까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진 상태죠. 게다가 담대한 구상을 국제사회가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우선 거론되는 게 '메시지 선명화'차원이라는 분석이네요. 자유와 연대라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한 고려가 작용했다는 거죠.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 근간 중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역할을 새롭게 한번 해보겠다, 이런 부분이 있는데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가 들어가면 사실은 모든 문제가 한국 대통령은 북한 문제만 얘기한다. 이게 주의가 완전히 쏠려버리는 거거든요. 유엔 총회에서 분명의 글로벌 문제 얘기도 했는데 글로벌 얘기한 건 다 빠지고 북한 얘기만 남는 거예요.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외교센터장/ YTN '뉴스라이더')

윤 대통령 연설은 자유 진영과의 가치 동맹이 한국 외교 정책의 지향점임을 국제무대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요, 신냉전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의 입장이 선명하게 전파된 거죠.

대북 메시지가 없는 두 번째는 북한의 반발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있죠.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다"면서 '담대한 구상'을 단칼에 거절한 상황이니까, 일단 숨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 이런 분석이죠.  
 
북핵문제와 대북정책에서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전혀 거기에 대해서 대응할 여건이 안 돼 있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그걸  또다시 유엔총회장에서 말할 필요는 없다는, 아마 전술적 계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또, 유엔의 대북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경제제재 완화 내용이 포함된 '담대한 구상'을 반복하는 것이 서방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북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네요.  
 
국제사회가 단결해서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하는 이것이 어떤 국제적인 공동의, 행동의 규범으로 돼 있는데 이 담대한 구상을 거기다 들이댈 수 있느냐는 거예요. 이게 논리적으로 안 맞아요. 그래서 이런 담대한 구상 얘기까지 하는 건 좀 심하고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가 이 동아시아 정치와 안보를 좌우하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니까 관심을 촉구하는 얘기 정도 했었어야 되는 거거든요.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전 정의당 의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김정은 만날 의향"…평양선언 소환한 기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유엔총회 연설을 했는데요, 북한과 조건없이 대화할 의향이 있다면서 북한을 언급했네요.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북한 메시지 없었던 윤 대통령의 유엔 연설과 대비한 언론 보도들이 많이 나오네요.    

레터용 기시다

기시다 총리는 "북일 평양선언에 근거하여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와 핵·미사일 문제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 청산 및 수교 실시에 대한 방침에 변함이 없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의향이 있다고도 했죠.  

북일 평양선언은 20년 전 북한과 일본의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국교정상화의 기본 원칙을 합의한 선언이죠. 당시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했고요,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은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고 사과했습니다. 매우 파격적인 발표였죠.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대북 제안을 한 건 아니지만, 일본이 20년 전 서명한 평양 선언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국제무대에 올린 것 자체가 북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거죠. 
   
기시다 총리는 핵무기 피폭의 아픔이 있는 히로시마 출신인데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도 연설에 담았네요. 지난달 열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가 러시아의 제동으로 흐지부지된 데 대해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이라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한 현실적인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한 부분이 눈에 띄네요. 북한에 대한 간접적인 메시지로 읽을 수도 있겠지요.
 

"전략적 침묵 좋지만, 아쉽다"는 전문가들


윤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내지 않은 건 '전략적 침묵'으로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북한'이 빠진 건 아쉽다는 전문가들이 많네요. 유엔 총회가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다자 외교 무대이고, 우리나라의 핵심 외교 정책 중 하나인 대북정책을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유엔 무대에서 북측에 지속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맞지 않나,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 역대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낸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거죠.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한테 문제 사실 우리한테 가장 큰 문제이자 동시에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는 단순한 그렇게 빠뜨리고 갈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 전 국립외교원장,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여권에서도 조금 다른 이유지만, 대북 메시지 없어서 아쉬웠다는 반응이 있네요. 
 
정말 자유를 이야기하시려면 북핵, 북한이 핵을 그들이 법으로 법제화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죠. 이건 있을 수 없다. 이걸 UN총회에서 연설을 하셔야죠.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담대한 구상'의 종합판이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대통령실은 비핵화 협상 초기단계부터 경제지원을 강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담대한 구상’에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종합판이 공개되지 않았거든요.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채 '여백이 있는 담대한 구상'으로 남게 됐죠.

레터용 한컷 0921

설악산 중청대피소에서 오늘(21일) 아침 올 첫서리가 포착됐네요. 중청대피소가 기상청 공식 관측지점이 아니어서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2000년 이후 가장 이른 첫서리라고 해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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